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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담파 전통의 창종주와 세계평화활동-③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6/10 [16:59]
신종교운동(불교)

신카담파 전통의 창종주와 세계평화활동-③

신종교운동(불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6/10 [16:59]

▲ 잉글랜드 컴브리아 주 울버스톤에 있는 신카담파 전통(NKT)-국제 카담파 불교연합(IKBU) 총본부.     © 매일종교신문

티베트 불교 특성상 신종교에 준하는 새로운 종파를 창종(創宗)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도, 게쉬 켈상 갸쵸는 해냈다. 그가 이와 같은 신종교를 창교한 것은 영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영국인은 매우 보수적이면서 경험주의적이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전제는 아닌 것 같다. 유럽에서 영국은 매우 진보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상적 전통을 지닌 지성사(知性史)를 갖고 있는 나라다. 다른 분야는 그만두고서라도 특히 영국의 종교사(宗敎史)를 보면 더욱 이런 전제가 부합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국교회(國敎會)인 성공회(Church of England)를 비롯하여 기독교의 다양한 교파의 출현을 보더라도, 영국인의 사상적인 독창성과 기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은 인구 6천 만 명이나 되는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이다. 성공회, 로만 가톨릭, 장로교, 감리교 등을 합하면 전인구의 71.6%가 기독교 인구다. 무슬림이 2.7%, 힌두교 1%, 기타 1.6%, 종교를 믿지 않는 인구도 23.1%나 된다. 불교 인구는 이 기타 1.6%에 들어 있다. 하지만, 영국불교는 영국 국내에서 차지하는 불교인구수의 과다(寡多)보다도 세계불교 차원에서 불교학 연구 면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Henry VIII, 1491-1547, 재위 1509-1547)는 국교인 성공회를 설립하여 바티칸과 결별하였다.     © 매일종교신문
영국은 국교(國敎)인 성공회(聖公會)가 있지만, 영국은 다종교 사회이다. 종교의 교세를 본다면 천차만별이지만, 그 내용면에서 본다면 기독교 이외의 종교들은 영국에서의 소수 종파라고 할지라도 그 영향력은 가히 세계적이다. 특히 불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영국은 어떤 종교나 활동에 대해서 매우 관용적이며 차별정책을 쓰지 않는다. 성공회는 영국에서 종교개혁에 의해서 다시 탄생한 국교의 지위에 있는 영국인의 전통종교다. 실제로 성공회나 교회에 나가는 신자 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외부에서 온 종교나 소수 종교가 더욱 활발한 편이다. 이슬람 힌두교의 다양한 종파와 시크교, 유대교, 불교, 바하이신앙결사체, 래스터패리언교, 신 이교주의(新 異敎主義), 무교주의(無敎主義), 인도주의, 세속주의까지.
 
▲ 영국이 프로테스탄트임을 선언한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1533-1603, 재위 1558-1603)여왕.     © 매일종교신문
 
망라된 종교결사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영국의 종교사에서 기억할만한 일은 엘리자베스 1세(1553-1603)라고 하겠다. 잉글랜드의 왕정은 전성기를 누리면서 대제국으로 성장할 기반을 닦았다. 여왕은 헨리 8세의 강력한 종교개혁이후, 가톨릭 신자였던 메리 여왕 때 흔들렸던 종교를, 1559년 종교 통일령을 통해서 잉글랜드가 프로테스탄트 국가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하여 종교분쟁이 일어나고, 청교도들은 미국으로 가고 영국에 남았던 청교도들은 청교도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영국불교계는 1950년대는 선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67년에는 티베트불교가 영국에 상륙하기 시작해서 붐이 일어나고, 1970년에는 태국의 정글에서 명상수행만을 한 태국사회에서 도인(道人)으로 추앙받는 아잔 차 문하에서 두타행(명상)을 주로 한 아잔 수메도 비구가 태국의 삼림수행전통사원인 치터스터 트러스트 불교수도원장에 취임하여 태국식 상좌부 승가를 건립하고, 일본에서 조동종 계열 사원에서 묵조선(黙照禪)을 닦고 한 소식(견성)한 영국출신 선사(禪師)가 토로셀 홀 불교 수도원(Throssel Hole Buddhist Abbey)을 열게 된다.
 
이와 같은 종교적 지형에서 한 티베트 고승이 티베트 불교 전통을 배경으로, 신종교를 창교(創敎)한 것은 영국의 종교적 풍토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카담파 신종교의 교주와 같은 권위와 위상을 지닌 게쉬 켈상 갸쵸는 티베트 본토에서 태어나서 8세 때부터 사원에 들어가서 인도 날란다 학통을 계승한 티베트 전통 사원교육을 받았고, 티베트 수도 라싸 근교에 위치한 세라사원대학을 졸업했다. 거의 30세에 이르기 까지 그는 티베트 본토의 사원에서 교육을 받고 가르쳤으며 수행했기 때문에 티베트불교나 티베트학에 대한 기반을 철저히 체계적으로 확립한 학승의 자격과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1959년 티베트를 탈출하여 네팔을 거쳐 인도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티베트를 탈출하면서 가져온 유일한 경전은 샨티데바(Śāntideva शान्तीदेव 寂天)의《입보살행론入菩薩行論Bodhisattvacaryāvatāra, Guide to the Bodhisattva's Way of Life》과 쫑카파(1357-1419)의《보리도차제광론 菩提道次第广论 Lamrim Chenmo》이었다고 할 정도로, 이 두 경전에 대한 애착과 이해가 깊었기 때문이다. 인도에 망명해서도 티베트 교육 센터에서 가르쳤고, 1971년 그는 웃타라칸드 주의 삼림수도원으로 옮겨서 몇 년간 교육과 집중명상 수행을 통해서 용맹정진을 했다. 그는 인도 티베트 망명사회에서 명망 높은 스승으로 평판이 나게 되었다. 게쉬 켈상 갸쵸는 그의 정신적 멘토를 제3대 트리장 린포체(Trijang Rinpoche)인 롭상 에쉬 텐진 갸쵸(Lobsang Yeshe Tenzin Gyatso 1900–1981)라고 주장한다. 롭상 에쉬 텐진 갸쵸는 제14세 달라이 라마의 스승과 가정교사 역할을 한 분으로 활불(活佛)칭호를 받는 분이다. 그는 1950년 티베트 국가(國歌)인 걀루(Gyallu)를 작사했다.

▲ 게쉬 켈상 갸쵸의 정신적 멘토였던 캽제 트리장 린포체 Kyabje Trjang Rinpoche (1901-1981).     © 매일종교신문
  
게쉬 켈상 갸쵸는 1976년 영국에 초청되어 만주쉬리대학에서 강의와 명상을 지도하게 되는데, 전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91년 신카담파를 창립하고 2003년에는 국제카담파 불교연합을 설립해서 카담파 전통을 국제화시킨 것이다. 현재 카담파 전통은 40개국에 약 1,100개의 센터와 그룹을 포용한 신종교로 성장했다.
 
게쉬 켈상 갸쵸는 1.석가모니 부처님(Buddha Shakyamuni), 2.바즈라다라(Vajradhara執金剛神), 3. 만주쉬리(Manjushri 문수보살), 4. 아티샤(Atisha), 5. 쫑카파(Je Tsongkhapa) 6. 빠봉카파(Pabongkhapa Déchen Nyingpo), 7. 캽제 트리장(Kyabje Trijang Dorjechang), 8. 켈상 갸쵸Kelsang Gyatso)로 이어지는 그의 법통을 선언하고 있다. 신종교 운동을 하는 카담파 전통은 철저하게 티베트 불교에 뿌리를 두지만, 티베트 현대불교와는 분리되었음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독립적인 신종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지도를 받지 않는다. 티베트 망명정부나 달라이 라마의 직접적 지도는 티베트 본토에는 형식상 미치지 않지만, 인도나 서구의 모든 티베트인들과 불교 전통이나 단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신카담파 전통-국제카담파불교연합은 티베트 망명정부나 달라이 라마의 지도로부터 독립되었다는 것을 사실상 선포하고 따르지 않는다. 이런 갈등이 슉덴(호법신장) 신앙으로 표출된 것이다. 신카담파 전통-국제카담파불교연합은 슉덴 신앙을 인정한 반면, 티베트 망명정부나 제14세 달라이 라마는 부정하고 있다. 역사상 티베트 불교나 역대 달라이 라마를 포함한 제14세 달라이 라마는 슉덴의 존재를 인정하고 신앙해 왔었는데, 신카담파의 창종을 계기로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종교의 전통에서 수백 년 신봉해 왔던 신앙의 대상을 부정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매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티베트 불교전통이나 역사에서 달라이 라마-판첸라마로 이어는 법통에 도전한다거나 부정한다는 것은 티베트의 정체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반역과도 같은 종교개혁이다. 마치 영국에서 헨리 8세가 로마 바티칸의 통제를 벗어나서 성공회를 새로이 창립해서 국교화(國敎化)한 종교개혁과 일맥상통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 영국에 세계평화 실천을 목적으로 건립된 카담파불교사원.     © 매일종교신문
▲ ‘달라이 라마여! 종교의 자유를 달라’면서, 신카담파 전통 소속 서구출신 라마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신 카담파 전통은 전 세계 40개국에 1천개가 넘는 센터와 그룹이 형성되어 있으며,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으나 수십 만 명이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신종교로 성장해서 활동하고 있는 실체이다. 자체적으로 내부 규칙(계율)을 제정해서 지키고 실천하고 있으며, 종교적인 이념인 교리를 체계화하고, 종교적 실천으로서의 명상을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신 카담파 전통의 신종교에서는 카담파 불교사원을 영국, 캐나다, 미국, 스페인, 브라질과 독일에 건립했는데, 이 사원의 존재이유는 오직 세계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 게쉬 켈상 갸쵸 교주(좌)와 필자(이치란 박사), 1983년 만주쉬리대학에서.     © 매일종교신문
카담파 사원의 구조나 활동공간은 기존의 티베트 불교나 다른 불교전통과 다르게,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평화 카페, 세계평화호텔이 들어서 있으며, 국제수행(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카담파 전통-국제 카담파 불교연합(NKT-IKBU)의 소속 라마나 교도는 거의가 서구인들이다. 교주인 게쉬 켈상 갸쵸 외에도 약간의 티베트 출신 라마가 소속은 되어 있지만, 주류는 영국인들을 위주로 한 서구인들이 대부분이다. 신카담파-국제카담파불교연합은 서구인의 신종교로 더욱 발전.진화해 갈 것임이 틀림없다. (해동불교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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