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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지혜를 감추고 사는 이유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7/27 [06:55]
“속으로는 밝으면서 겉으로는 어둡게 행동하는 것”

밝은 지혜를 감추고 사는 이유

“속으로는 밝으면서 겉으로는 어둡게 행동하는 것”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7/27 [06:55]

상고上古시대 중국中國의 은殷나라는 우리 동이족東夷族이 세운 나라이다. 그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이 주紂임금이였다. 주紂임금은 하河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桀임금과 함께 중국역사의 대표적인 폭군暴君으로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은殷나라의 말엽에 폭군暴君 주왕紂王과 관련된 고사古事가 있다. 첫 번째는 殷나라의 삼현三賢중에 한 사람인 기자箕子와 주왕紂王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자箕子는 밝은 덕을 갖춘 사람으로 조카인 주왕紂王의 폭정暴政에 간언諫言을 하였으나 듣지 않고 도리어 삼촌인 기자箕子를 해害하려 하자 기자箕子는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스스로의 밝은 지혜를 감추어 자신을 보존保存함으로써 후세에 그 밝은 지혜를 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은殷나라의 폭군暴君인 주왕紂王시절에 그 당시 서쪽의 제후로써 많은 백성들에 칭송을 받아 서백西伯이라고 칭해졌던 희창姬唱이라는 사람으로 후일 아들인 무왕武王이 주周나라를 세우자 문왕文王으로 추존이 된 사람이다. 그 당시 문왕文王이 밝은 덕德으로 제후국이었던 주周나라를 잘 다스려 민심 民心을 얻자, 이것을 두려워한 폭군暴君 주왕紂王은 백성의 신망을 받고 있는 문왕文王을 유리琉璃라는 지역에 있는 옥獄에 가두었다. 그는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狀況에서도 안으로는 밝은 덕德을 감추고, 밖으로는 유순柔順하게 주왕紂王을 섬기는 방법方法으로 큰 고난을 넘겼다고 한다.
 
심지어 주왕紂王이 문왕文王의 맏아들인 백읍고를 죽여 떡(또는 국이라는 설도 있음)을 만들어 준 것을 모르는 척 유순柔順하게 받아먹고 참고 기다리다 유리옥에서 풀려난 것도 百姓을 위해 큰 고난을 참고 견디어 온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왕文王은 유리지역에 있는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주왕의 폭정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가야 바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주역周易󰡕을 연역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훌용한 덕德은 훗날 그의 아들인 무왕武王이 은殷을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울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 나타난 기자箕子와 문왕文王이 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밝은 덕德을 감추고 백성과 나라 전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는 위기극복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에 대하여 주역周易 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 )에서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地火明夷卦( )에서 명이明夷는 밝을 (명明)자와 상할 (이夷), 감출 (이夷)자 이다. 그러므로 밝음이 상傷했다, 밝음을 감춘다는 의미이다. 또한 밤이나 난세亂世, 암흑천지, 무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난세亂世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知慧를 말하고 있는 것이 명이괘明夷卦이다.

난세의 어려움에도 올바르면 이롭다
 
명이괘明夷卦 괘사卦辭에서는 “명이明夷는 어려울 때에 정(정貞=정正)함이 이롭다.” 라고 한다. 즉 어려운 일은 있으나 정도正道로 해야 이롭다는 것이다.
 
이 괘사卦辭의 내용을 공자孔子가 기자箕子와 문왕文王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단에 이르기를, 밝음이 땅 속에 들어간 것이 명이明夷이니, 안으로는 어질고 밝으며, 밖으로는 柔順함으로 큰 어려움을 당함이니, 문왕文王이 이를 몸소 겪었다. '어려움이 있어도 곧아야 이롭다'는 것은 그 밝은 것을 가린다는 말이다. 또 한 안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능히 그 뜻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 기자箕子가 몸소 이것을 행했던 것이다.“ 라고 하였다.
 
문왕文王은 안으로는 밝은 지혜가 있어 천도天道를 환하게 알고 있지만 밖으로는 모르는 척하여 큰 어려움을 돌파해 나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속으로는 밝으면서 겉으로는 어둡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야사野史에 나오는 흥선군 이하응의 방탕처럼 그 밝은 지혜를 가린다는 것이다. 또한 기자箕子처럼 안으로 어렵더라고 그 뜻을 바르게 가짐으로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함을 말한다. 箕子가 이를 본받아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한 것을 의미한다.
 
백성들에게는 밝음을 감추고 다가서라
 
명이괘明夷卦 상사象辭에서는 “밝은 것이 땅 속으로 들어간 것이 명이明夷이니, 군자君子는 이것으로서 백성百姓에 임해서는 어두운 것을 써서 (상대방를) 밝게 한다 하니라.” 라고 하였다. 군자가 많은 아랫사람을 가까이 할 때 안으로는 세상世上의 이치理致를 다 알면서도 밖으로는 어리석고 모르는 듯한 태도로써 백성의 허물을 눈감아주면서 나라를 다스려 차츰 백성을 밝은 데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많은 백성들을 다스림에 있어서 매사를 너무 밝게 살펴서 잘못을 다 드러내기보다는 백성들의 마음을 살피는데 있어 밖으로는 어리석 하게 처신해서 화합和合과 관용寬容의 덕으로써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도天道에 대한 자각自覺으로 어려움을 극복克復해라
 
명이괘明夷卦 육이효六二爻에서 “밝은 知慧를 감춤에 왼쪽 다리를 상함이니, 건장健壯한 말로 구원을 받는다면 길吉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왼쪽다리가 약간 상傷했다는 것은 옥중에 갇혀있는 문왕文王의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문왕文王이 비록 옥獄에 갇혀있어 자유스럽지 못하지만 세상일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씩씩한 말로 하면 좋다는 것은 도와주는 사람이 건장健壯한다면 그 화禍를 잘 모면해 길吉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건장한 말이란 천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할 때 천도天道(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유순柔順한 덕德으로 천도天道를 자각하고 천리天理에 순응順應해 나감으로써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난세에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려라
 
당시 폭군 주왕의 이복 형이었던 미자微子라는 사람은 주왕의 마음속까지 들어가 그의 의도를 짐작하였다고 전한다. 즉 미자微子는 주왕紂王의 심복이기 때문에 나라가 곧 망亡할 것을 안다는 것이다. 결국 미자微子가 紂王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결과로서 취하는 행동이 신주神主를 몰래 감추어서 대궐문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명命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한 거짓 미친 척을 한 기자箕子의 태도도 주왕紂王의 말로末路를 예측豫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미친 척을 하나 안으로는 밝은 덕을 가지고 천도를 근원으로 정도를 행하는 처신으로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고 후일 세상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밝은 지혜를 감추는 깊은 뜻을 깨달아라
 
이러한 역사歷史의 한 단면을 두고 보면 태평성대太平聖代와 난세亂世의 순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사人間事도 이러한 순환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명이괘明夷卦에서 밝음이 땅속에 들어가는 의미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먼저는 알면서 밝은 지혜를 감추는 것이요, 다음에는 원래부터 밝은 지혜가 없어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은殷나라의 폭군暴君 주왕紂王처럼 밝지 못한 해가 공중에 떠 있다가 결국은 해가 져서 땅속으로 들어가게 됨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조그만 것도 크게 미화를 시켜 높고 웅장한 산처럼 세상에다 드러내고 싶어 한다. 또한 싹도 나지 않은 알량한 지식을 가지고 교만과 독선으로 세상을 우롱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가진 사향麝香을 싸고 또 싸서 감추어도 그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나간다고 한다. 즉 작은 것을 크게 드러내고자 하는 그 어두운 마음은 도리어 사람들의 비난과 재앙을 초래 할 뿐이다. 현대現代는 PR시대이라 나를 드러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온 세상의 강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로 모이듯이 나를 낮추면 온 세상의 민심이 나를 향해서 모여든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군자는 난세亂世의 극단적인 위기 사항에서도 밝은 지혜知慧를 감추고 때를 기다려 명命을 자각하고 행해야 길吉하다고 말한다. 즉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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