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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골짜기에 감추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9/1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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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골짜기에 감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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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9/17 [06:54]

死生, 命也? 其有夜旦之常, 天也. 人之有所不得與, 皆物之情也. 彼特以天爲父, 而身猶愛之, 而況其卓乎! 人特以有君爲愈乎己, 而身猶死之, 而況其?乎! 泉?, 魚相與處於陸, 相?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 夫大塊 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死 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 藏小大有宜, 猶有所遯. 若夫藏天下於天下而不得所遯, 是?物之大情也. 特犯人之形而猶喜之. 若人之形者, 萬化而未始有極也, 其爲樂可勝計邪? 故聖人將游於物之所不得遯而皆存. 善夭善老, 善始善終, 人猶效之, 而況萬物之所系, 而一化之所待乎!
 
죽고 사는 것은 필연적 운명이라, 이는 마치 밤과 낮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하늘의 이치이다.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만물이 처한 실재의 참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을 아버지로 여기고 자기 몸보다도 경애하거늘 하물며 저 높은 초절적인 도에 있어서랴! 사람들은 단지 세속의 임금을 두고 자기보다 뛰어나다고 여겨서 죽도록 충성하는데, 하물며 그보다 더 높고 친한 진군眞君인 대종사를 위해 어찌 목숨을 버리지 못할 것인가.
 
샘에 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메마른 땅위에서 서로 물을 끼얹어 주거나 거품으로 서로를 적셔준들, 드넓은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느니만 못하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편안하고 사람은 도를 찾아 무위함에서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요임금을 칭송하고 걸왕桀王을 비난하는 것 보다는 두 임금을 다 잊고 도의 차원으로 승화되어 대도大道와 하나가 되는 것만 못하다.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실어 주고, 삶을 주어 나를 힘써 일하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나를 쉬게 한다. 그러므로 순전히 자연에 맡기어 나의 삶을 좋아했으면 나의 죽음도 좋아해야 하는 이치가 담겨 있다.
 
저 어부가 배를 산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 속에 숨겨두고는 이를 깊숙한 곳에 잘 감추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센 자가(자연의 조화능력) 와서 이것을 짊어지고 도망쳐도 (자연의 활동으로 변화가 생김) 어리석은 사람은 그 변화를 자각하지 못한다. 만물은 한 자리에 있지 않으며 그 모습 그대로 있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몰랐다. 작은 것을 큰 것 속에 감추면 그만인 줄 알지만 거기에는 아직 새어나갈 자리가 있다. 천지 만물의 변화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천하를 천하에 감추면 새어나갈 자리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변함없는 사물의 참된 모습이다.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따라가는 것이 순리이다. 도와 하나가 되면 찾음과 잃음이 없어진다. 굳이 배를 골짜기에 숨길 필요가 없다. 그것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디로 움직이든 그것은 천하를 벗어날 수 없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어쩌다 우연히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유독 기뻐한다. 그러나 사람의 형체라는 것도 만 가지 변화 가운데 한 가지이니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다. 끝없는 변화 가운데 얻어지는 형체인데 사람으로 태어남만을 기뻐해야 하겠는가. 천지가 나와 한 몸인데 어느 것으로 태어난들 그 즐거움이 다함이 있겠는가 끝이 없으리라.
그러한 변화에 애태울 것 없이 그 어떤 형체에도 자유로이 어울린다면 그때마다의 즐거움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그 무엇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경지인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에서 노닐며 만물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려고 한다.
 
일찍 죽는 것도 좋고 오래 사는 것도 좋다. 삶도 좋은 것이고 죽음도 잘 마치는 것으로 최선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한 성인의 삶을 본받으려 한다.[생순사안生順死安하는 현인의 경지] 그런데 하물며 만물이 다 관계되고 모든 변화가 의존하는 대도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其有夜旦之常(기유야단지상) 天也(천야): [死生은] 밤과 낮이 늘 있는 것과 같은 자연임.
人之有所不得與(인지유소부득여):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物之情(물지정): 사물의 참다운 모습.
彼特以天爲父而身猶愛之(피특이천위부이신유애지): 저 사람들은 단지 하늘을 부모로 여겨서 자기 몸으로 사랑함.
況其卓乎(황기탁호): 하물며 그보다 더 빼어난 존재[道(도)]이겠는가.
泉?(천학): 샘이 마름.
相?以濕(상구이습) 相濡以沫(상유이말): 서로 습기를 뿜어내며 서로 거품으로 적셔 줌.
不如相忘於江湖(불여상망어강호):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 잊고 사느니만 못함.
與其譽堯而非桀也(여기예요이비걸야) 不如兩忘而化其道(불여양망이화기도): 요임금을 찬양하고 걸왕을 비난하는 것은 둘 다 잊고 도와 일치가 되느니만 못함.
大塊(대괴): 큰 땅덩어리. 대지. 대자연 곧 도를 말함.
載我以形(재아이형): 형체로 나를 실어줌. 나의 정신이 깃들 수 있는 육체로 나를 실어 주었다는 뜻.
勞我以生(노아이생): 삶을 주어 나를 수고롭게 함.
佚我以老(일아이로): 늙음으로 나를 편안하게 함.
善吾生者(선오생자) 乃所以善吾死也(내소이선오사야): 나의 삶을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나의 죽음을 좋은 것으로 여기기 위한 것이다.
藏舟於壑(장주어학) 藏山於澤(장산어택): 산골짜기에 배를 간직하며 연못 속에 산을 간직함.
謂之固矣(위지고의): 단단히 간직했다고 말함.
負之而走(부지이주): 그것을 등에 지고 도망함. 조화의 힘이 짊어지고 달려간다.
藏小大有宜(장소대유의): 작은 것을 큰 것 속에 잘 감추었다.
猶有所遯(유유소둔): 그래도 도주할 곳이 있음.
藏天下於天下而不得所遯(장천하어천하이부득소둔): 천하를 천하에 감추면 훔쳐서 도주할 곳이 없음. 천하의 모든 존재를 천하 속에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한다는 뜻.
恒物之大情也(항물지대정야): 일정불변하는 만물의 커다란 진실.
特犯人之形而猶喜之(특범인지형이유희지): 사람의 형체를 훔쳐서 세상에 나와 오히려 그것만을 유독 기뻐함. 오로지 사람의 형체를 얻은 것만을 기뻐한다는 뜻.
若人之形者(약인지형자) 萬化而未始有極冶(만화이미시유극야): 인간의 형체는 천변만화 중의 한 가지 형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일정함도 없다는 뜻.
其爲樂(기위락) 可勝計邪(가승계야): 그 즐거움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변화에 일정함이 없기 때문에 즐거움 또한 헤아릴 수 없다는 뜻.
將遊於物之所不得遯而皆存(장유어물지소부득둔이개존): 장차 사물을 훔쳐서 도주할 수 없는 곳에 노닐어서 모두 보존함. 도주할 수 없는 곳은 萬物齊同(만물제동)의 세계 곧 자연을 의미함.
善夭善老(선요선로) 善始善終(선시선종): 일찍 죽는 것도 좋은 것으로 여기고 오래 사는 것도 좋은 것으로 여기며, 삶도 좋은 것으로 여기고 죽음도 좋은 것으로 여김.
萬物之所係(만물지소계) 一化之所待(일화지소대): 만물이 매여 있는 것과 一化(일화)가 의지하는 것, 곧 도를 의미한다. 一化(일화)는 一切(일체)의 변화, 모든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이 감추려는 것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생명이다. 무궁한 우주 안에서 절대 죽지 않을 불로초를 구하려는 임금이 있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생명을 간직하려고 감출 곳을 구하지만 세월은 어김없이 변화를 몰고 와서 도망갈 수 없게 찾아내고야 만다는 것이다. 삶에 집착하여 그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별 수단을 다 해봤자 자연 앞에서는 무력해 버린다.
 
배를 계곡 속에 감추고 그물을 깊은 못 속에 감춘 다음 든든하게 감추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큰 힘을 가진 자, 즉 자연의 조화능력이 사람의 젊음을 늙음으로 변화시킨다. 지난날의 나는 이미 지금의 내가 아니다. 나와 세월이 함께 변화하는데 어찌 옛 것을 그대로 지킬 수 있으랴!
 
사람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좀 더 지속하고 싶어하니 우매하지 않는가? 변화와 더불어 한 몸이 되지 못하고 감추어서 변화하지 못하게 할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깊고 든든하게 감추더라도 날로 변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사람이 이 천지만물의 변화, 조화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의 변화를 편안히 받아들이고 그 변화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편안하고 사람은 도를 찾고 무위에 들어설 때 비로소 생명이 편안해진다. 도와 하나가 되면 감출 것도 잃을 것도 없어진다.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늪에 감출 필요가 없다. 그것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디로 움직이든 천하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천하를 천하에 감춘다 함은 잃어버릴 것 없는 경지를 깨달았음을 뜻하며 잃어버릴 것이 없으므로 감출 것도 없게 된 것이다. 생사를 초월한 참 생명을 깨달아 ‘참으로 산 것’과 하나가 되면 불생불멸不生不滅이요, 아무것도 잃어버릴 것이 없으니 이것이 진정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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