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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의 표기와 우리 문화의 정서

편집국 | 기사입력 2013/06/20 [15:45]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간판의 핵심 목적

간판의 표기와 우리 문화의 정서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간판의 핵심 목적

편집국 | 입력 : 2013/06/20 [15:45]
 
 
간판의 표기와 우리 문화의 정서 






 간판이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그러한 목적에서, 누구나 간판을 보면 무슨 점포인지 알 수 있고, 사업의 내용을 바르게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근래 도심지의 간판은 누구를 위한 간판인지 모르겠다.


나의 지식 정도라면 일반시민의 중간수준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모르는 간판이 너무도 많다. 영문으로 쓰여진 간판은 읽기도 쉽지 않고, 억지로 읽어도 뜻을 모르는 간판이 반이 넘는다.


어떤 간판은 외국어 발음 그대로를 한글로 표기하였으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구 전체 지도에서 우리 한반도는 콩알만큼이나 작다. 이 작은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남쪽에 약 5천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통일은 어려울지라도 우리끼리는 같은 생각과 같은 표현방식으로, 생활의 동질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점포주인의 말을 빌려보자.


“우리 점포는 어차피 젊은 층만 이용하기 때문에 노년층이나 일반시민들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리고 “젊은 층은 다 알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젊은 층만 생각하고 만든 간판이라면 중년층이나 노년층 시민은 이미 소외한 상태이다. 같은 땅에 사는 같은 시민을 이렇게 구별 짓는다면 외국인과 무엇이 다를까?


중국 연변지역을 자주 갈 때마다 우리의 자긍심을 빛내주어 늘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중국이라는 큰 국가 속에 살고는 있지만, ‘조선족의 자주성은 끝까지 지킨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연변지역은 중국의 행정구역상 조선족자치지주로 구분되어 있다. 연변지역의 모든 간판에는 한글을 먼저 쓰고 중국어나 다른 외국어를 그 밑에 쓴다.


일본은 ‘외래어’는 반드시 ‘가다가나’로 표기한다. 일상화된 외래어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외래어라도 꼭 외래어라는 구별을 하면서 표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간판은 영문자나 불문자 등을 그대로 표기하거나, 한글로 표기된 것도 ‘외래어’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 많아서 계층에 따라 거리감이 생기게 한다.


‘글로벌시대’ ‘국제화’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우리 문화는 외래문화에 가리어지고 있거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견딜지는 모르겠으나 머지않아 영원히 묻혀지고 말 것이다.


뜻있는 시민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그렇게 변해 가는가 보다.’ ‘내가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으므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다’ 등등으로 위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모든 국민은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간판도 우리 글로 표기되고 우리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원어가 외래어니까 원어대로 쓰되 우리글로 표기해야 한다.


우리 한글이 얼마나 좋은 글인가? 못 적을 말이 없는 것이 한글의 자랑이다. 그리고 영업상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한글 밑에 한자를 병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여행객의 70%가 동양인이요, 동양인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일본에서 오는 손님들이 올 때마다 한국이 다 좋은 데, 간판을 알 수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중국이나 대만에 가도 병원, 약국, 입국관리사무소 등 쉽게 찾아 갈 수 있는데, 한국에 오면 모든 간판이 한글로만 쓰여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에 가서 ‘한국 간판에 대한 불편함’을 들은 적이 있어 신문에 기고를 했고, 그때 일부 한자 병용을 했지만 그렇게 활성화 되지는 못하였다.


이유를 물은 즉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우리 젊은이들이 한문 실력이 너무 없어 한자로 표기하면 젊은이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로 표기하되 그 밑에 한자나 영어를 쓰면 될 것이다. 좁은 간판에 글씨를 빽빽이 쓰면 보기 싫다고 할 것이다.


요즈음 지하철 안에 도착역 표시를 하는데, 처음에는 한글로, 다음으로 한자로, 그리고 영어로 나타나는 간판도 보았다. 아무튼 기술적인 문제는 기술자 몫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간판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알 수 있게 해야 한국인으로서의 동질성을 갖게 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하여 우리말 간판 밑에는 반드시 한자(漢字)도 표기를 해서 일본,중국,대만 등 동남아 관광객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간판의 글자 한 자 한 자에도 정성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요즘 지하철에서도 오른쪽 걷기 운동을 하는데, 윗면에는 오른쪽 걷기, 아랫면에는 우측보행이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걷기라면 그 이상 풀어 쓸 말이 없다. 우측보행은 한문이므로 우측보행은 한자로 쓰면 외국 손님들을 배려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에도 1300자(字) 한자교육을 한다. 우리말은 오랜 세월 한문과 함께 성장한 문화인지라 한자를 완전히 떼어버리면 뜻을 알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한자를 공부는 하는데 사회에서는 전혀 쓰지 않으니, 한자 실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교류에서 한자가 아니면 어렵고, 중국과의 교류에서 한문 실력이 없이는 어렵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한문권 문화로 복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의 한자는 간판에 활용하고, 신문의 표제(表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뿌리 교육’ ‘한류(韓流)문화를 지킨다.’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한류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하여, 우리 민족의 정서를 지키는 뿌리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일상생활한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우리 문화를 잘 지켜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 나라가 최근 반세기 동안 급격히 우리 문화를 잃어버리고 있다. 중국 화교(華僑)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 살든 그 가족들에게 자국어(自國語)를 잃지 않게 노력한다.


우리 민족이 일본에 가서 사는 세월이 한 세기(世紀)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교포 2세들은 거의가 우리말을 잊어버렸다. 그나마 지금까지 젊은 층이 우리말을 아는 것은 일본에 사는 조총련의 교육이라고 한다.


불행히도 사상적으로 나누어진 재일동포 중에서 북한을 따르는 조선인총연맹(조총련과 거류민단으로 나누어져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한때 조총련을 적대시하였다) 즉, 조총련이 일본에서 자라는 우리의 2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치마저고리를 입히며 교육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조총련에 소속돼 있던 재일동포들이 민단으로 넘어와 모국을 자유로이 왕래하고 있으니, 그것은 조총련이 실시한 우리 민족의 교육 덕분이다.


지금 젊은 학생층에서 유행되고 있는 은어(隱語)들이 심히 염려스럽다. 무분별하게 유행하는 노래나 가사나 은어들이 우리의 정통풍속과 정서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화두가 간판의 표기법인데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살펴보면 좋겠다.


서울의 중심부에 들어서면 한국의 수도로서 한국의 멋을 느끼기 어렵다. 서양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뿐이며, 밤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도 어쩐지 슬프게만 느껴진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思考)만은 아니다. 글로벌시대의 도시 모습을 갖추어가는 것이 선진화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를 바탕으로 외래문화를 자연스럽게 접목시켜, 세계화 분위기에서도 한국적인 맛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맹목적으로 외국의 문물만 여과(濾過)없이 받아들이는 문화의식에 냉정한 반성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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