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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 엄숙한 변화를 방해하지 마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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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 엄숙한 변화를 방해하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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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12 [16:02]

俄而子來有病, 喘喘然將死. 其妻子環而泣之. 子犁往問之, 曰: 「叱! 避! 無?化!」 倚其戶與之語曰: 「偉哉造化! 又將奚以汝爲? 將奚以汝適? 以汝爲鼠肝乎? 以汝爲?臂乎?」 子來曰: 「父母於子, 東西南北, 唯命之從. 陰陽於人, 不翅於父母. 彼近吾死而我不聽, 我則悍矣, 彼何罪焉? 夫大塊以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死. 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今大冶鑄金, 金踊躍曰: ‘我且必爲??!’ 大冶必以爲不祥之金. 今一犯人之形, 而曰: ‘人耳人耳’夫造化者必以爲不祥之人. 今一以天地爲大?, 以造化爲大冶, 惡乎往而不可哉!」 成然寐, ?然覺.
 
얼마 있다가 이번에는 자래가 병이 들었다. 헐떡헐떡 숨을 몰아 쉬며 곧 죽을 것 같았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둘러싸고 울고 있었다.
 
그 때 자려가 병문안을 가서 말했다.
“쉿! 저리들 가요, 이 엄숙한 변화를 방해하지 마시오”
 
자려가 문에 기대어 자래에게 말했다.
“위대하구나, 조물자의 힘은 또 자네를 무엇으로 만들고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 것인가,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 것인가?”
 
자래가 가느다란 소리로 대답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서 모든 것이니 동서남북을 가릴 것 없이 어디든 그 명령에 복종할 뿐 이지. 그런데 인간이 음양의 조화에 따라야 함은 부모의 명령 이상이라네. 부모의 명을 어기는 자는 있어도 자연의 변화를 어기는 자는 없는 것이거늘 ……. 자연의 조화가 내 죽음을 바라는데 내가 듣지 않으면 나는 사납게 거슬러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될 뿐이네. 그 조화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저 대자연은 나에게 육체를 주어 이 세상에 살게 했고, 삶을 주어 내가 일하면서 살도록 하였고, 늙음으로 나를 한가롭게 하였고,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해주네. 그러니 내 삶을 좋아했으면 바로 내 죽음도 좋아해야 할 것이네. 대자연의 거대한 진행 앞에 인간의 소망 따위가 어떻게 끼어들 것인가.
 
태어나면 태어나서 좋고 죽으면 또한 죽어서 좋을 뿐인걸, 지금 여기 쇠를 잘 다루는 장인匠人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쇠붙이가 길길이 날뛰면서 ‘나는 반드시 막야와 같은 명검으로 만들어 주시오’라고 한다면 장인은 이를 상서롭지 못한 불길한 쇳덩이로 여길 것이네. 지금 한번 우연히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나는 사람이고 싶어 나는 꼭 사람으로 남을 테야’라고 말한다면 저 조물자는 반드시 불길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네. 이제 하나인 도가 천지로써 커다란 용광로를 만들어 조화의 능력을 가진 대장장이를 두었는데 그 대장장이의 솜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한들 우리가 관여할 것이 아니지 않는가. 편안히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날 뿐이네.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깨어날 날을 기다릴 뿐, 무엇이 되든 …….”
 
 
喘喘然(천천연): 숨을 급하게 몰아쉬는 모양.
叱避(질피): 쉿, 저리들 비키시오. 叱(질)은 꾸짖는 소리로 소리 내어 울지 말고 조용히 하라는 뜻.
無?化(무달화): 방해하지 말라. 자래의 죽음 곧 엄숙한 변화의 작용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
將奚以汝爲(장해이여위): 그대를 무엇으로 만들려는가.
將奚以汝適(장해이여적): 그대를 어디로 데려가려는가. 適(적)은 가다의 뜻.
鼠肝(서간): 쥐의 간.
蟲臂(충비): 벌레의 다리. 하챦은 사물을 지칭함.
陰陽於人(음양어인) 不翅於父母(불시어부모): 음양은 사람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일 뿐만이 아님.
彼近吾死(피근오사): 저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다.
我則悍矣(아즉한의): 나만 버릇없는 자가 될 뿐임.
大冶(대야): 대장장이.
金踊躍(금용약): 쇠붙이가 뛰어오름.
??(막야): 名劍(명검)의 이름. 莫邪(막야)라고도 표기함.
一犯人之形(일범인지형): 한 번 인간의 형체를 훔쳐서 세상에 태어남. 인간의 형체로 세상에 나왔다는 뜻.
人耳人耳(인이인이): 사람일 뿐, 사람일 뿐이다. 사람으로만 살겠다고 강조함.
惡乎往而不可哉(오호왕이불가재): 어디로 간들 좋지 않겠는가.
成然寐(성연매): 편안히 잠듦.
?然覺(거연교): 화들짝 깨어남.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모습을 가지고 깨어날 날을 기다릴 뿐이라는 뜻. 
 
여기에서도 인간의 생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사를 초월한다는 것은 곧 자연에 순응함이다.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장자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인간의 생사가 대자연의 의지와 도리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용광로와 대장장이로 비유하고 있다. 인간은 용광로의 쇠붙이일 뿐이다. 장인의 의지에 따라 솜씨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져 어디로 갈 것인가가 결정된다는 참으로 적절하고 알기 쉬운 비유이다.
 
죽고 사는 것도 내세에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하는 문제도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도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속의 바깥에서 노니는 사람들은 대도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그 변화와 한 몸이 되어 그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이 다양한 모양으로 잠시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데, 어떤 무늬를 그리며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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