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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곳, 참 세상으로 돌아갔구나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0/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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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곳, 참 세상으로 돌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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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0/20 [11:40]
子桑戶, 孟子反, 子琴張三人相與語曰: 「孰能相與於無相與, 相爲無相爲, 孰能登天遊霧, 撓挑無極, 相忘以生, 無所終窮?」 三人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爲友. 莫然有間, 而子桑戶死, 未葬. 孔子聞之, 使子貢往侍事焉. 或編曲, 或鼓琴, 相和而歌曰: 「嗟來桑戶乎! 嗟來桑戶乎! 而已反其?, 而我猶爲人?!」子貢趨而進曰: 「敢問臨尸而歌, 禮乎?」 二人相視而笑曰: 「是惡知禮意!」
 
자상호子桑戶, 맹자반孟子反, 자금장子琴張 세 사람이 서로 만나 이야기 했다.
 
“누가 새삼 사귄다는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서로 돕는다는 흔적도 없이 도울 수 있는가? 누가 모든 구속에서 초연하게 벗어나 하늘에 올라 운무 속에서 노닐기도 하고 한없이 넓고 걸림 없는 세계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다가 삶을 잊은 채 무한한 세상에 자신을 맡길 수 있을까? 세 사람이 서로 쳐다보고 빙그레 웃으며 마음에 거스르는 것이 없어 서로 벗이 되었다.
 
아무 일 없이 얼마를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다. 장사지내기 전에 공자가 자공을 시켜 상가의 일을 돕게 하였다. 자공이 가서 보니 맹자반과 자금장 두 사람이 하나는 노래를 부르고 하나는 거문고를 타면서 목소리를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상호여, 자상호여, 그대는 이미 본래의 참 세상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만 아직 사람으로 남아 있구나.”
 
자공이 그들 앞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감히 묻겠는데 친구의 시신을 앞에 두고 슬퍼하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예절에 맞는 일인가요?”
 
두 사람이 서로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이 어찌 예의 본뜻을 알겠는가?”
 
 
子桑戶(자상호) 孟子反(맹자반) 子琴張(자금장): 사람의 이름.
相與於無相與(상여어무상여) 相爲於無相爲(상위어무상위): 서로 사귀되 무심히 사귀고 서로 돕되 흔적 없이 도와준다는 것.
登天遊霧(등천유무):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이 노닐다. 사물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도의 세계를 비유한 표현이다.
撓挑無極(효도무극): 한없이 넓은 세계에서 자유롭게 움직임을 뜻함. 무극은 한없이 넓은 도의 세계를 뜻함. 撓(요)는 어지럽힌다는 뜻일 때는 ‘뇨’이고 흔든다는 뜻일 때는 ‘요’이고 돈다[宛轉]는 뜻으로 쓰일 때는 ‘효’로 발음한다.
相忘以生(상망이생) 無所終窮(무소종궁): 한계가 있는 유한한 생을 잊고 무한한 세계에 자신을 맡긴다는 뜻.
莫然有閒(막연유한): 아무 일 없이 얼마간 지남.
侍事(시사): 葬事(장사)를 도움.
嗟來(차래): 아! 탄식하는 소리. 嗟乎(차호)와 같음.
反其眞(반기진) 我猶爲人?(아유위인의): 참된 세계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남아 있구나. ?는 감탄사.
是惡知禮意(시오지예의): 이 사람이 어찌 예의 본 뜻을 알겠는가. 是(시)는 子貢(자공)을 지칭.
 
 
여기 모인 세 사람도 사귐이 없는 사귐과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며 서로 만났다. 의도나 목적이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뜻이 맞아 저절로 도움이 되는 탈세속적인 교우 관계인 것이다.
 
이들은 도의 세계로 상징되는 안개 속에서 노닐고 한없이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나는 사람들인 것이다. 유한의 삶을 잊고 무한의 세상에 자신을 맡긴 상태였다. 대도와 일치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조물자와 짝’, ‘하늘의 동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육신의 죽음을 마치 혹이나 부스럼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여기고 티끌같은 세상을 벗어나 소요자재逍遙自在할 때 우주적 생명과 통하는 참나[眞我]를 발견한다. 이들이 벗의 시신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참 나를 향한 탄성일 수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은 방내方內의 유생儒生으로써 엄숙하고 슬퍼해야 할 장례에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이해될 리가 없다. 방외方外의 그들에게는 자공이 예의 깊은 뜻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장자는 우화를 빌려 방내와 방외의 다른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슬픔을 확대 재생산한다. 인위적인 학습의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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