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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높이 날아 올라 화살을 피한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2/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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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높이 날아 올라 화살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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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2/07 [17:32]
肩吾見狂接輿. 狂接輿曰: 「日中始何以語女?」 肩吾曰: 「告我君人者以己出經式義度, 人孰敢不聽而化諸!」 狂接輿曰: 「是欺德也. 其於治天下也, 猶涉海鑿河, 而使蚊負山也. 夫聖人之治也, 治外夫? 正而後行, 確乎能其事者而已矣. 且鳥高飛以避??之害, ?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鑿之患, 而曾二?之無知?」
 
견오肩吾가 광접여狂接輿를 만났다. 광접여가 물었다.
“일전에 중시中始가 자네에게 무슨 말을 하던가?”
 
견오가 대답했다.
“사람을 다스리는 군주는 자신이 먼저 남의 모범이 되어 규범이나 법도를 자기의 의사대로 제정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실천한다면 백성들이 그대로 따르고 바른 생활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라고 하셨습니다.
 
광접여가 말했다.
“이는 속임수이다. 군주가 자기 의사대로 법도를 제정한다는 것은 이미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리고 바르게 지도한다는 것은 강제로 따르게 한다는 의미일 뿐이니 스스로도 속고 남도 속이는 거짓 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진실함이 없는 덕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마치 바다를 맨발로 건널 수 있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큰 강을 맨손으로 파서 길을 내며, 모기의 등에 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이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성인의 정치가 법식과 제도 등으로 밖을 다스리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바르게 다스린 뒤에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기본이다. 분명한 것은 각기 사람들이 지닌 능력에 맞게 최선을 다하여 그들의 능력을 실현하도록 할 뿐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다하여 스스로의 삶을 도모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임금이 어떤 통치행위를 하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면 새는 화살의 해를 피하기 위하여 공중으로 높이 날을 줄 알고, 생쥐는 사직단 아래에 깊은 굴을 만들어 연기에 질식하거나 굴이 파헤쳐지는 위험을 피한다. 저 두 짐승들마저 따로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있지 않은가. 각기 사람들이 지닌 능력에 맞게 최선을 다하여 각자의 능력을 실현하도록 맡길 뿐이다. 인위적인 법도로 다스리겠다는 중시의 말을 따르려는 자네는 어찌 새와 생쥐의 지혜만도 못한가?”
 
 
肩吾見狂接輿(견오견광접여): 견오와 광접여는 모두 인명. 「소요유」편에 등장.
日中始(일중시) 何以語女(하이어여): 요 전날 중시는 그대에게 무엇을 말해주던가.
以己出經式義度(이기출경식의도): 자기 스스로 마땅한 법식과 올바른 법도를 실천하다.
人孰敢不聽而化諸(인숙감불청이화저): 백성들이 누가 감히 복종하고 교화되지 않겠는가.
欺德(기덕): 거짓 덕.
涉海鑿河(섭해착하): 바다를 맨발로 걸어서 건너고 황하를 맨손으로 파서 길을 냄.
使蚊負山也(사문부산야): 모기의 등에 산을 짊어지게 하다. 터무니 없는 일을 요구하다.
治外乎(치외호): 외면을 다스리는 것인가?
正而後行(정이후행): 자신을 바르게 다스린 후에 시행됨.
確乎能其事者而已矣(확호능기사자이이의): 확고하게 자기가 할 일을 잘할 뿐임.
鳥高飛以避??之害(조고비이피증익지해): 새는 높이 날아서 주살의 해를 피할 줄 앎.
?鼠深穴乎神丘之下(혜서심혈호신구지하) 以避熏鑿之患(이피훈착지환): 생쥐는 신단 아래 깊이 구멍을 파서 연기를 피우거나 파헤쳐지는 재앙을 피할 줄 앎.
而曾二蟲之無知(이증이충지무지): 자네는 어찌 이 두 벌레의 지혜도 알지 못하는가?
 
 
인위적인 법도를 만들어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은 겉으로만 별탈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대자연의 섭리를 깨달아 이에 순응하게 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바른 정치의 내용은 모든 생물들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본성을 무리 없이 실현하도록 할 뿐, 할 수 없는 것을 하도록 하지 않는다. 군주의 인위적인 다스림은 맨발로 걸어서 바다를 건너는 것만큼이나 억지이고 백성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비록 짐승들이라 할지라도 각각 자기대로의 생존방식을 가지고 있다. 제왕은 그 각각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맡겨 억지로 하지 않으면 바른 정치는 저절로 이루워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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