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넓고 깊고, 너무 길고 많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넓고 깊고, 너무 길고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가족과 주변의 앎과 사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 대한 앎과 사랑으로... 2천5백만년 전 형성된 시베리아 바이칼호수에 다녀온 추석날 아침, 차례를 대신한 조상추모 및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고 넓은 담수호에는 수천종의 동물, 조류, 어류가 있어 다윈이 진화론을 펼친 시베리아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리지만 너무 넓고 깊으며, 너무 길고 많아서 그 실체가 보이질 않습니다. 한민족의 원류라는 브랴트족 마을에서 강강수월래 같은 춤을 추고 바이칼 호수 전망대 난간에 널려있는 성황당의 오방색 천을 바라보며 사람 사는게 비슷하다는 것만 느꼈을 뿐 수천만년 흐름과 호수의 면모는 안내책자에 있는 해설로써 유추할 따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최고, 최대, 청정이란 수식어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면 수락산 밑 조그만 저수지인 갈치호수에서 한눈에 보인 호수전경과 나무와 풀, 새와 곤충, 물고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바이칼호 오방색 천에선 우면산 소망탑을 보는듯 했습니다. 다만 비행기 타고 온 시베리아, 미리 숙지한 바이칼 지식에 압도당한 느낌이 컸을 것입니다. 그게 여행의 매럭일 것입니다. 우리와 유전자 75%가 일치하는 브랴트족은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 선사시대의 조상을 같은 뿌리로 할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 모두가 같은 수 염색체인 호모사피엔스 후손이 아니겠습니까. 지방을 써서 5대조까지 모셨던 차례상- 그 이전 조상에 대한 추모와 경배는 호모사피엔스로의 연장일 것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확실한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인물입니다. 추석날 아침, 차례 대신한 기도에서 너무 오래되고, 깊고, 넖고, 많아 알 수없는 실체를 생각해 봅니다. 너무 오래되고. 깊고, 넓고, 많아 한눈에 볼 수 없는 실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으로 환치해봅니다. 수리산 갈치호수와 우면산 소망탑에서 바이칼 호수와 오방색 천을 느끼듯이 오늘 이침 기도하는 가족에서 브랴트족, 호모사피엔스를 가깝게 느껴봅니다. 남남으로 만난 아내, 그를 통해 이룬 가족을 자세히 알고 사랑할 수 있을 때 가까운 부모님부터 시작해 막연한 조상과 호모사피엔스를 떠올리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나를 분명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수천만년전 인류 진화 이전의 나를 찾을 수 있으며 137억년 전 태초 빅뱅 이후의 대자연을 알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추석 아침, 내 자신과 아내 그리고 가족부터 알고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기도드리는 우리 가족 간의 앎과 사랑을 통해 너무 오래되고 넖고 깊고 많아 보이지 않는 대상 모두에 대한 앎과 사랑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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