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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 답사와 추석 기도문

신민형 | 기사입력 2016/09/15 [11:30]
너무 넓고 깊고, 너무 길고 많아 보이지 않는다

바이칼 호수 답사와 추석 기도문

너무 넓고 깊고, 너무 길고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신민형 | 입력 : 2016/09/15 [11:30]
너무 넓고 깊고, 너무 길고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가족과 주변의 앎과 사랑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 대한 앎과 사랑으로...

 
2천5백만년 전 형성된 시베리아 바이칼호수에 다녀온 추석날 아침, 차례를 대신한 조상추모 및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고 넓은 담수호에는 수천종의 동물, 조류, 어류가 있어 다윈이 진화론을 펼친 시베리아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리지만 너무 넓고 깊으며, 너무 길고 많아서 그 실체가 보이질 않습니다.
 
한민족의 원류라는 브랴트족 마을에서 강강수월래 같은 춤을 추고 바이칼 호수 전망대 난간에 널려있는 성황당의 오방색 천을 바라보며 사람 사는게 비슷하다는 것만 느꼈을 뿐 수천만년 흐름과 호수의 면모는 안내책자에 있는 해설로써 유추할 따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최고, 최대, 청정이란 수식어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면 수락산 밑 조그만 저수지인 갈치호수에서 한눈에 보인 호수전경과 나무와 풀, 새와 곤충, 물고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바이칼호 오방색 천에선 우면산 소망탑을 보는듯 했습니다. 다만 비행기 타고 온 시베리아, 미리 숙지한 바이칼 지식에 압도당한 느낌이 컸을 것입니다. 그게 여행의 매럭일 것입니다.
 
우리와 유전자 75%가 일치하는 브랴트족은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 선사시대의 조상을 같은 뿌리로 할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 모두가 같은 수 염색체인 호모사피엔스 후손이 아니겠습니까.
 
지방을 써서 5대조까지 모셨던 차례상- 그 이전 조상에 대한 추모와 경배는 호모사피엔스로의 연장일 것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확실한 실체를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인물입니다.
 
추석날 아침, 차례 대신한 기도에서 너무 오래되고, 깊고, 넖고, 많아 알 수없는 실체를 생각해 봅니다.
너무 오래되고. 깊고, 넓고, 많아 한눈에 볼 수 없는 실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으로 환치해봅니다.
 
수리산 갈치호수와 우면산 소망탑에서 바이칼 호수와 오방색 천을 느끼듯이 오늘 이침 기도하는 가족에서 브랴트족, 호모사피엔스를 가깝게 느껴봅니다.
남남으로 만난 아내, 그를 통해 이룬 가족을 자세히 알고 사랑할 수 있을 때 가까운 부모님부터 시작해 막연한 조상과 호모사피엔스를 떠올리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나를 분명히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수천만년전 인류 진화 이전의 나를 찾을 수 있으며 137억년 전 태초 빅뱅 이후의 대자연을 알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추석 아침, 내 자신과 아내 그리고 가족부터 알고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기도드리는 우리 가족 간의 앎과 사랑을 통해 너무 오래되고 넖고 깊고 많아 보이지 않는 대상 모두에 대한 앎과 사랑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 2천5백년 전 형성됐다는 바이칼호수에 물안개가 폈다. 호수가 너무 넓고 깊어 마치 몰안개에 가려 눈앞의 호수면이 보이지 않듯 호수의 실체를 도저히 볼 수 없었다.     © 매일종교신문
▲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바이칼 전망대 난간에는 성황당에서 볼 수 있는 오방색 천이 널려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이르쿠츠크에서 70km 떨어진 바이칼 호수의 유일한 유출구 앙가라강 하구에 있는 샤먼바위가 댐 건설로 물에 잠겨 하얀 점으로 보인다. 브랴트족이 소원을 빌고 제사를 지냈던 섬이었다. 권력의 힘으로 호수변에 세워진 호텔에 샤먼의 힘이 사라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이르쿠츠크에서 앙가라 강과 바이칼이 만나는 곳으로 가는 길의 시베리아 대평원.     © 매일종교신문
▲ 유람선에서 바이칼 고유어종인 오물을 안주로 보드카를 드는 즐거움이 있다. 회에다 소주 마시는 맛과 다를 바 없었으나 청정한 태고의 호수에서 있다는 것이 새로웠을 것이다.     © 매일종교신문
▲ 브랴트 민속마을에서 거문고, 피리같은 악기와 강강수월래 같은 춤을 볼 수 있었으며 기복의식도 치러졌다.     © 매일종교신문
▲ 바이칼 호수의 쇄빙선 앙가라호에는 석탄 엔진, 경위도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바이칼 호수 구간을 연결해준 열차 운반선 바이칼호 모형도 전시돼 있다. 앙가라호가 얼음을 깨고 바이칼호가 28개의 객차를 싣고 따라갔다고 한다.     © 매일종교신문
▲ 10세기 때부터 내려온 자작나무 사용한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체험장 숲속에는 옛 주거지와 자연 창고 등도 재현해 놓았다.     © 매일종교신문
▲ 바이칼호수 생태관에 있는 고유어종 고물 수족관. 유람선장 앞에서는 오물구이를 해 팔고 있는 등 오물은 대표적인 식용 어류이다.     © 매일종교신문
▲ 1870년 이르쿠츠크 대화재때 소실된 시베리아 전통마을을 재현해놓은 나무집마을 130번가. 당시 교회부터. 성, 관리인 집 감옥의 수갑까지 전시되어 있다.     © 매일종교신문
▲ 이르쿠츠크의 카잔스키 성당과 천정 모습(사진 아래) 관광객 기도를 위해 스카프가 배치되어 있으며 사진촬영은 천정만 가능하다. 곳곳에 라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잡았다. 소련 공산당 시절에는 공장 등으로 개조됐던 교회들이 다시 복원되었는데 미사에 참석하는 러시안인들의 생활 속 신앙이 대단히 자연스럽다.     © 매일종교신문
▲ 1825년 혁명을 일으키다 이르쿠르츠로 유배된 청년귀족의 집이 화려하다. 귀족을 포기하고 따라온 부인이라는데 유배지에서의 문화생활을 비교해보건데 당시 귀족들의 화려함을 짐작케 한다. 데카브리스트 박물관 발콘스키의 집에는 유배 혁명가들의 생활모습이 담뱃대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재현됐다.     © 매일종교신문
▲ 이루쿠츠크의 예쁜 러시아식당과 식사. 시내 곳곳에 동상 설치되어 있고 승리의 횃불 등 사회주의 잔재는 남아있으나 결혼 피로령 등 사람사는 모습은 똑 같다. 우리가 들른 피로연 식당에는 한국인 2세의 아들 결혼식 행사가 있었다.     © 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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