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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청소

신민형 | 기사입력 2016/11/20 [18:44]
하늘소풍길 단상

낙엽 청소

하늘소풍길 단상

신민형 | 입력 : 2016/11/20 [18:44]
 
아파트 정원에 수북히 쌓였던 낙엽이
마치 숲속 정취같은 여유와 풍요로움을 주었다.
낙엽을 치우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즐겼다.
 
그래서 늙은 아파트 청소원이 힘겹게 쓸어 담았을 쓰레기 포대를 보았을 때
너무 아쉬웠다.
 
아파트 가을 정취가 사라진 것도 아쉽지만
안 해도 될 청소를 해야하는 노쇠한 청소원의 처지도 안타까웠고
메뉴얼대로 일해야 최소한의 밥벌이를 보장받는다니 측은해졌다.
 
늦가을 법화산에 오른다.
안쓰러워할 청소원 없는 낙엽쌓인 숲길이 푸근하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노쇠한 청소원을 측은해 하지 말자.
그나마 일할 여건과 힘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낙엽을 아쉬워 말자.
 
내가 주변을 측은하고 구차하게 여기는 것은
나 스스로를 측은하고 구차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 퇴직 후 신문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강단있는 후배의 부음을 막 받았다.
얼마 전에도 당당한 모습을 봤는데... 충격이다.
전원생활을 하며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할 준비하며 지낸 것 같다.
 
나도 세상 떠날 때
아쉬움, 측은함, 구차함 드러내지 않고
외출할 때처럼 아내와 손녀 등 주변에
'빠이 빠이' 웃음인사 나누고 갈 마음자세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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