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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걱정하며 제각각 분노하고 다투는 것이 더 걱정

신민형 | 기사입력 2017/02/17 [23:33]
탄핵· 김정남 암살·특검·이재용 수감 등에 대한 근래 보도와 일반 대중과 종교 대응을 보며

나라 걱정하며 제각각 분노하고 다투는 것이 더 걱정

탄핵· 김정남 암살·특검·이재용 수감 등에 대한 근래 보도와 일반 대중과 종교 대응을 보며

신민형 | 입력 : 2017/02/17 [23:33]

근래 SNS를 접하든 밖에 나가 술자리에서든 나라 걱정, 경제 걱정이 넘쳐난다. 그 걱정은 분노로 표출된다. 그러나 열을 올리며 제시하는 걱정의 해법이 제각각이다. 상이한 해법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반감과 다툼이 생겨나니 더 걱정이다. 보혁·진영·세대간의 갈등으로 해법은커녕 더욱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의 목탁으로 세상을 계도해야할 미디어들도 나라 걱정을 하며 제시하는 정도(正道)와 정의(正義)가 제각각이다. 대중들은 보혁·진영·세대별 입맛에 드는 미디어를 선택하고 그 논조와 성향에 더욱 젖게 된다. 보고 싶고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점점 신념·이념의 벽을 쌓아간다. 입맛에 안드는 미디어는 불의(不義)·궤변(詭辯)만 일삼는 비정상적인 적대 대상이 된다.
 
단적인 예로 탄핵선고, 김정남 암살 후폭풍, 이재용 구속수감 등을 다룬 근래 조간신문 9개에서도 그러한 상황을 읽게 된다. 한결같이 나라걱정, 경제걱정을 하며 저마다 올바른 길이라며 해결방안을 모색해 놓았지만 상이한 방향이다.
 
탄핵선고를 앞두고는 한국·중앙·서울·국민 등은 ‘대통령은 마지막에라도 진실을 밝혀줄 것’을 주문해 놓았다. 경향·한겨레는 촛불민심에 따른 ‘탄핵의 빠른 결정’을 강조한다. 반면 조선· 동아는 탄핵 결정 과정과 그 이후에 정치권과 시위대가 자중할 것을 당부한다.
 
북한 김정남 암살을 보도하며서도 관점이 다르다. 북한의 공포정치를 비판하는 데는 목소리를 같이 하지만 대응제시가 각각이다. 경향·한겨레는 ‘김정남 피살과 안보는 직결되지 않는다’며 북풍으로 몰아가는 여권 행태를 공격하는 동시에 사드배치문제와도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조선· 중앙 ·동아· 세계는 무모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배치 등을 반대하는 야당 대권주자들의 안보의식을 비판한다.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의 자기 편에 유리한 북풍 제기 논란’을 우려하며 초당파적 자세를 촉구하는 중도 논조를 내 비친다. 자기 진영이론에 함몰된 진영 모두에게 시원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이재용 구속수감에 대해선 촛불민심에 떠밀리고 오기에 찬 특검이라고 비판하는 신문이 있는가하면 특검의 결단을 칭찬하는 신문이 있다. 한국경제를 걱정하는가 하면 이번 기회에 재벌을 손봐야 제대로 된 기업풍토가 조성된다는 주장을 편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시각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교과서 집필에서 채택에 이르기까지 경향·한겨레·한국 등은 ‘박근혜 교과서’라며 시종일관 교육부를 질타한다. 반면 조선은 ‘좌파 교과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며 새로 집필된 교과서 채택을 방해한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을 비판한다. 한편 국민은 ‘국정교과서가 정치도구로 이용되면 안된다’는 중도적 논조를 내 보이지만 양 진영에선 귀를 열지 못한다. 마이동풍이 될 뿐이다.

걱정 해소법이 한데로 모아지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걱정해소법에서 제각각 주장을 펼치고 다툼을 벌이면서 걱정을 더욱 걱정스럽게 만든다. 걱정거리와 걱정해법을 동일하게 공유하면 희망이 있지만 걱정거리를 놓고 다투면 절망이 된다.
 
유능한 지도자나 현군(賢君)이 나타나 걱정거리를 함께 나누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세상과 사람들을 공평하게 이롭게 하는 神도 어쩔 수 없는 보혁·진영·지역·세대간의 갈등과 대립인 것 같다. 당장 같은 종교 안에서도 탄핵선고·북한·이재용 수감 등의 현안에 대해서 격렬하게 각 진영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나라 걱정 하며 기도하고 절하는 정성은 같은데 제각각의 기도 제목과 방향을 갖고 있다.
 
나부터라도 아무런 걱정말고 지내야 될 것 같다. 유능한 지도자, 현군, 사랑과 중용의 神이 나타나길 희망해야겠다. 걱정하고 분노함으로써 또 다른 걱정을 키우느니 조용하게 희미한 희망을 희망하면서 말이다. 그래야 홧병 안나고 편하다. 모두가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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