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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기사입력 2017/02/28 [07:57]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집 ‘사후세계’ 3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입력 : 2017/02/28 [07:57]
르몽드 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특집 ‘사후세계’ 3
 
<게재 내용>
1. 잘 죽는 법, 통과의례에 관한 성찰(장 필립 드 토낙)
2. 영혼의 저울질, 삶의 인과응보(세르주 라피트)
3.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플로랑스 컹탕)
4. 티베트 불교의 내세(로랑 데아예)
5. 내세를 결정하는 고인의 미덕(세르주 라피트)
6. 조상과 혼백, 그리고 저승(세르주 라피트)
7. 환생과 부활, 그리고 윤회(이세 타르당마스켈리에)
8. 죽은 자와의 대화는 가능한가?(지오르지아 카스타뇰리)

▲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심장의 저울질. 기원전 1932년에 테베에서 사망한 누비아 왕자인 마이허프리(Maiherperi)의 <사자의 서>에서 발췌한 삽화. 이집트 박물관, 카이로.     ©

영생을 위한 통행증, ‘사자의 서(書)’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 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사람을 위한 <사자의 서(書)>는 주문과 영적 이야기가 섞인 문서로 사후세계를 지혜롭게 맞이하기 위한 진정한 실용 안내서다. 
 
고대 이집트 
 
잘 알고 있듯, 고대 이집트인들은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여러 장례의식을 치른다. 화려하게 무덤을 장식하고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 공을 들이며 이승에서 사용하던 일상용품을 죽은 자 곁에 묻는다. 그리고 죽은 자는 저승으로 가는 여정에서 진정한 여행 필수품인 주문서를 자신의 ‘영원한 저택’에 함께 가지고 간다. 밀교에서처럼 제한적 집단 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주문서의 내용을 현자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때로는 주문서를 매일 읽어야 했다. 죽은 자를 보호하고 죽은 자가 저승에 잘 도착하길 바라며 주문을 낭송하면, 죽은 자는 영생을 위한 축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오시리스의 심판 
 
<낮에 나오기 위한 책>이 원제인 <사자의 서(書)>는 이집트 신왕국 시대(기원전 1500~1000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사자의 서(書)>는 ‘코핀 텍스트(관구문)’처럼 이전부터 내려온 주문에서 광범위하게 따왔으며, 고대 이집트인들을 사로잡은 영생을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이 담겨있다. 이 방법은 당시 엄청나게 유행하던 주술성 미신이기도 했지만 그와 더불어 뛰어난 정신적, 도덕적 고양을 엿볼 수 있다. 여러 주문이 적힌 문서를 들고 저승의 심판대 앞에 선 죽은 자는 주문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양심을 상징하는 죽은 자의 심장은 사자의 신 오시리스의 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안 된다. “오! 나의 심장이여, 증인으로서 나를 적대하지 말거라... 저울의 심판자 앞에서 나에 대한 너의 노여움을 드러내지 말거라... 공정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너의 명성을 보여 주거라!” (제30장). 제125장을 보면 진리‧공정‧정의의 신 마트가 집행하는 심장의 저울 앞에서, 죽은 자는 자신의 결백과 행위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부정 고백’을 한다. 저지르면 안 되는 죄를 길게 열거한 125장은 서정적 고양 형식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르침과 유사하다. 예를 들면, “저는 겸손한 성품을 가진 자를 때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른 이의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는 “저는 저의 천성을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을 경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만하지 않았습니다”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낮에 나오다” 
 
부정 고백 후, 죽은 자는 자신처럼 망자인 지하세계 거주자들에게 그들과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문을 열어주시오! 나도 당신들과 함께 들어가겠소! 나도 당신과 다를 바 없소! 내 영혼(Ba)이 살아있고 내 몸이 불사신이 되고 내 미라가 저승에서 신이 되도록 해주시오.” ‘낮에 나오다’는 살아있는 자들이 공양을 바치는 종교축제 때, 죽은 자가 살아있는 자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사자의 염원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나일강 상류의 아비도스에서 열리는 ‘오시리스 축제’(기원전 2500년부터 시작된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 되어 온 축제-역주)에 사후에 참여하려는 목적도 있다. 결국, <사자의 서(書)>에 적힌 주문 덕분에 죽은 자는 존재했을지도 모를 어떤 형태로 변신하고 저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글·플로랑스 컹탕·종교학자, 번역·윤여연·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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