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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사회와 종교의 미래 -종교적 확신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조화 이루는 슬기 :윤이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12/29 [13:17]

다종교사회와 종교의 미래 -종교적 확신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조화 이루는 슬기 :윤이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12/29 [13:17]

윤이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다시 듣는 종교학강의’ ●다종교사회와 종교의 미래

종교적 확신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조화 이루는 슬기


다종교사회의 현실과 역사적 비전


종교는 사회적인 면에서 하나의 절대신념체계(absolute belief-system)이고, 절대세계관이다. 따라서 다종교사회(multi-religious society)에는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여러 종교관이 공존하는 사회는 당연히 가치관의 혼돈이 오게 마련이고, 또한 사회적 혼돈이 불가피해진다.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종교사회이다. 예컨대, 한국사회에는 첫째,   1)유교, 2)불교, 3)기독교(유일신관) 그리고 4)그레코-로만 인본주의와 같은 세계 4대 고전종교 세계관이 모두 모여 있다. 고전종교는 위의 4 전통 이외에 다섯 번째는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공간적으로, 동서양의 모든 종교가 모여 있다. 다음으로, 시간적으로는 아득한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오늘까지 이어오는 무속 곧 샤머니즘, 그리고 현재도 일어나는 신종교 가운데서 한국민족종교가 우리민족의 근대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를 품고 있는 공간적 차원과, 인간역사의 전 시간장경을 품고 있는 시간적 차원이 담긴 모든 종교전통들이 공존하면서도,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현재 우리사회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지 못한다. 이것이 한국의 다종교 상황이다.

이는 한국국민 우리가, 현대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념과 종교, 그리고 세계관 사이의 경쟁과 마찰이 빚어내는 현실적 문제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우리가 처한 다종교상황의 문제를 올바로 읽고도 그 극복의 길을 찾아 제시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재한국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촌의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를 지닌다.  


다종교사회는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가?


인류역사를 통하여 하나 이상의 종교가 공존하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다. 한마디로 언제나 인류사회는 다종교상황에 있었다. 종교와 사회의 관계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여기서는 다종교사회가 나타나는 과정에 국한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태양아래 어떤 것도 스스로 태어나는 법이 없다. 이 격언은 종교문제에서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종교사회는 그 전단계인 단일종교주도사회 곧 국교사회에서부터 태어나게 된다. 단일종교 주도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란 의미가 없다. 주도종교를 믿느냐, 타종교를 믿기 위하여 순교를 하느냐의 선택이 주어질 뿐이다. 단일종교 주도사회는 마치 사회에 자신의 종교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국교지배하의 사회는 대체로 고대와 중세에 나타난다. 그러다가 르네상스와 특히 18세기 이후 실증주의와 상대주의가 점점 사회를 주도하게 되는 과정에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특정한 종교적 세계관으로 사회를 규제하는 상황을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근대화라고 한다.       

근대화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경향이다. 개인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받은 독립 존재이다. 이와 더불어 모든 사회구성 단체들 역시 각 국가 사회 안에서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는 독립체이다. 종교는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집단의 하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론적으로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다.

근대사회에 오면 사회구성 단체의 정체성을 모두 인정하기 때문에, 사회에 잠재했던 종교들 역시 자신의 종교적 신행의 정체성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말하자면 살아있는 종교들이 모두 모인 사회적 상황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정형적 모습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의 다종교사회이다. 


다종교상황의 현실과 그에 담긴 꿈


종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길을 제시하고, 또 종교인은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헌신한다. 그는 자신이 ‘믿는’ 종교교리의 내용이 절대 진리라는 절대 확신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오면, 많은 종교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자신의 절대 신념과 확신을 주장한다. 따라서 현대 상황에서 종교인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게 된다. 첫째는 현대사회가 자신의 종교적 절대 신념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화 시켜버린다. 둘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절대적이라 주장할 때, 타종교도 그의 신념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을 신앙의 양심으로 수용하기가 어렵고, 또한 완전히 배척하는 것이 현대사회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잘 인식한다. 

따라서 종교인이 건강한 현대사상과 질서를 인정하는 한, 현대종교인은 현대다종교상황에서 혼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건강한 지성적 종교인은 안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확신을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담아 지킬 수 있고, 밖으로는 현대사회의 건강한 질서를 창조하고 지키는 주역이 되는, 두 가지 이율배반적 과업을 동시에 이루는 슬기를 찾는 것을 꿈꾸게 된다. 그런데 그 꿈은 실로 쉽지 않다는 사실에 망설이게 된다. 이러한 망설임과 실망은 현대 지성적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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