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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 ‘萬波息笛’인가?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12/17 [20:44]

복음이 ‘萬波息笛’인가?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12/17 [20:44]

 

복음이 ‘萬波息笛’인가?

 

진리는 보편타당하다. 종교와 사상, 인종을 초월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가 곧 진리다. 노자는 ‘지극한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를 좋아할 뿐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극한 선은 도에 가깝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고 일갈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처럼 살기를 바랐다. 자연이 진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양심 또한 진리다. 양심이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사랑과 선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양심에 따라 사는 사람은 ‘진리의 사람’이다.

‘거룩한 것’은 진실한 것이다. 자연과 어린아이가 그렇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얼마나 거룩한가. 선악도, 미추도 모르고, 가식도 없다. 자연처럼, 어린아이처럼 사는 것이 선이고 거룩한 삶일 터이다. 양심이 지향하는 대로,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사는 삶이 최상의 삶일 것이다. 굳이 종교 속에 들어가 종교의 의식과 제도에 따르지 않아도 종교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연과 양심에 반하는 종교는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남을 해치지 않고, 서로 돕고 화목하게 사는 것” 외에 어떤 진리가 더 필요한가. 남을 돕고 선하게 살면 그 뿐이다. 세상의 문제는 자기만을 위하는 데서 벌어졌다. 선하게 사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분이다. 누구든 선하게 살면 천국인이고, 그런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은 천국이다. 지극히 기본적인 이치다. 이것은 선인들의 가르침에 절절이 담겨 있고, 속담이나 격언, 어르신들의 경륜에도 녹아 있다. 심지어 유치원에서조차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르치지 않던가.

공자는 “선한 일을 보면 미처 미치지 못한 것처럼 하고, 악한 일을 보면 끓는 물을 만진 것처럼 하라.”고 가르쳤다. 불교 육조대사법보단경에서는 “만 가지의 법이 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자기 속의 참된 본성을 보지 못하고 자기 밖을 향해 방황하고 있는가.”고 경책하고 있다. 본래 타고난 청정한 성품 속에 진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종교는 ‘사랑하라’ ‘자비를 베풀라’ ‘어질게 살라’는 말을 자기 종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구원과 해탈, 천국과 낙원을 자기 종교의 독과점 품목마냥 선전한다. 이것은 종교만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이미 내재돼 있는 것들이다. 특히 역사상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기독교가 인간을 구원하고 천국을 이루겠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곱지 않다. 모두 손가락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예수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예부터 정화의식은 인간 삶의 한 자락이었다. 종교가 점차 세속화되면서 그런 의식들이 간소화되거나 생략됐다. 인간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하면서 종교의 세속화는 더욱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갔다.

신은 인간이 종교의 틀에 갇혀 신성을 왜곡하고 다른 사람, 다른 종교와 다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신은 또 자신을 믿는다고 특정종교를 옹호하거나, 호화로운 신전에 거하길 원치 않을 것이다. 자신을 모신다는 명목으로 형제간의 불화를 좌시한다면 참다운 신이 아니다. 신은 우리의 마음속에 넣어준 양심의 지향대로 살기를 바랄 것이다. 부모의 소원이 무엇인가. 참된 부모는 자식들이 서로 도우며 화목하게 사는 것을 가장 기뻐한다. 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은 인류가 한 형제자매가 되어 서로 돕고 화목하게 살 때 가장 기뻐할 것이다. 인류가 그렇게 살 때 비로소 평화세계도 이루어진다.

기독교(개신교)의 경우 자기종교의 교리가 ‘복음’임을 외치지만, 복음이 입으로 불기만하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되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도 된단 말인가. 남을 구원해 주겠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부터 지탄 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대로만 살면 분명 복음이 되고, 만파식적이 될 것이다. 종교인은 구도자다. 사람들을 내 몸같이, 내 형제같이 여기며 온유겸손과 봉사를 미덕으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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