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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검찰의 셀프개혁과 산으로 간 법무부 ‘脫검찰화’
문무일 검찰총장, "시국사건 과오 사과"…역대 총장 중 최초
기사입력: 2017/08/10 [22:4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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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과거 시국사건 등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으로는 검찰 업무를 공개하고 외부 참여를 확대하겠다며 자체적으로 추진할 개혁안의 얼개도 내놓았다. 8월8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검찰총장이 과거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창설 후 69년 동안 사과를 하지 않다가 이날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 구체적인 움직임에 들어가자 이에 대한 자구책을 내놓으며 ‘사과하는 모양세’를 보인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이 시국사건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문 총장은 잘못 처리한 과거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혁당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을 꼽았다. 모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들이다. 문 총장은 “잘못 처리된 사건의 수사기록도 검토를 거쳐 공개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심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1, 2심의 일관된 판결이 나오면 더 이상 법률적으로 다투지 않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공수처나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검찰로서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셈이다. 근본적인 제도 변화를 위한 입법 논의가 예고된 상황에서, 자체 개혁을 통해 향후 불어 닥칠 ‘태풍’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이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큰 틀의 목표를 제시하며 세부적으로 ▲수사와 기소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제도 도입 ▲검찰 공무원 비리의 감찰과 수사에 대해 외부로부터 점검을 받는 방안 등을 약속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견제해야 한다는 외부 의 지적에 대한 응답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특히, 문 총장이 제안한 수사심의위가 유명무실했던 기존 검찰시민위원회와 얼마나 달라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문 총장은 “전문가 중에서도 사회 원로나 비교적 객관적인 분들”로 심의위원 후보군을 만들고, 안건이 있을 때마다 이들 중 일부가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 등을 심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비상설(非常設)에 가까운 자문기구가 권고 의견을 통해 실제 수사를 견제하는 구실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찰 결과 점검도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통과의례’에 그칠 수 있다.

문 총장은 또 “각계 전문가들을 폭넓게 모셔서 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를 지원할 검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하겠다”며 “국회나 정부 안에서 (검찰개혁) 논의가 이뤄지면 검찰도 참가해야 할 부분만큼 참가해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새로 설치할 위원회와 추진단을 통해 외부의 개혁 요구를 점검하고 이와 관련한 검찰의 견해를 가다듬는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문 총장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이나 영장청구권을 줄 것인지 등 검찰개혁의 개별 쟁점에 대해선 언급을 한사코 피하면서 “범죄로부터 국민 보호와 기본권 침해 최소화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만 거듭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 등이 국회의 입법 사항이어서 검찰총장이 이를 자세히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권에서도 개혁입법 사안에 대해 검찰이 직접 나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문 총장은 이날 특별수사 등 검찰 직접수사의 ‘총량’을 줄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청의 특수부는 대폭 축소하고 특별수사를 할 때도 지검·고검과 협의하고 대검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직제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와 공안부는 당분간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단장을 차장검사급으로 낮추고 부장검사도 한명만 두는 선에서 축소해 유지하기로 했다.  

“脫검찰화의 진짜 목적은 염불이 아니라 잿밥”         

법무부 ‘탈(脫)검찰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장·차관을 비롯해 실·국장, 본부장 등 법무부 고위직을 검사 출신이 독식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 온 상황을 깨뜨려야 검찰을 바꿀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검찰과 청와대의 유착을 끊을 근본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법무부 ‘탈검찰화’는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법무부의 실·국장 및 본부장 자리는 모두 7개. 이 가운데 교정직 공무원이 맡아온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여섯 자리는 그동안 검사들의 몫이었다. ‘검찰 식민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때문에 최근 법무부는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해 검찰국장을 제외한 모든 실·국장, 본부장 보직에 비(非)검사 출신 일반직 공무원이 임용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인사(人事)의 뚜껑이 열리고 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7월27일 단행한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과 범죄정책예방국장에 또다시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를 앉혔다. 앞서 5월 말 먼저 부임한 검찰국장까지 포함하면 법무부 고위직의 절반 가까이를 검사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무부 안팎에서는 “‘탈검찰화’의 진짜 목적은 염불이 아니라 잿밥”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아직 인사 발표가 안 난 법무부 고위직 세 자리 중 비검찰, 비법무부 출신 기용이 가장 유력한 자리는 법무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다. 두 자리는 변호사업계가 법무부 내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보직이다.

법무실은 민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법무부 내에서 가장 큰 부서다. 각종 법률은 입법 및 개정 과정에서 법무부 법무실의 검토를 거친다. 법안 문구나 표현 하나에 많게는 수천억, 수조 원이 오가기 때문에 경제계는 법무실의 움직임에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입법로비를 ‘블루오션’으로 여기는 대형 로펌이 법무실 근무 경력이 있는 검사 출신을 영입 리스트 우선순위에 올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변호사들이 탐내는 보직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문제를 비롯한 각종 민원 업무 결정권을 쥔 자리여서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신 변호사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 ‘엘시티’ 사건에서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구설에 올랐다. 엘시티 호텔 사업 부지를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대상 지역으로 선정한 것이 특혜라는 것이다.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법무부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을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 등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의 투자대상 지역이 되면 그만큼 외국인 투자를 받기 쉬워진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법무부의 누군가가 엘시티 사업을 배후에서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이권과 관련된 자리만 선별적으로 ‘탈검찰화’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는 벌써 “무엇을 위한 ‘탈검찰화’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이 이른바 ‘영양가 있는’ 자리는 다 빼앗아 가고, 기조실장과 범정(범죄정보)국장처럼 권한은 작은데 법무부 안팎에 부탁할 일이 많은 보직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래서는 법무부 ‘탈검찰화’의 최종 목표인 검찰 개혁의 순수성까지 의심받는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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