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생활수행 이야기

‘나’라는 것이 만병의 원인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바로 잡아줘야 할까 말까. 이런 문제가 생기면 대개 애를 나무랐다가 자신을 나무랐다가, 왔다 갔다 하며 고민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아이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잔소리를 할 때는 내 원하는 대로 안 되기 때문에 내 원하는 대로 되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고, 잔소리를 안 할 때는 내 말을 안 들어 주니까 ‘에라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라.’ 이래서 잔소리를 안 하게 되는 겁니다. 잔소리를 할까 말까 갈등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게 좋을까, 안 하는 게 좋을까’가 아니고, 안 하려니 답답하고, 하려니 애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게 싫어서 어느 게 이로울까 재는 것에 불과 합니다.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가 권총 하나만 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안 사 줄때도 나를 위해 안 사 주고, 사 줄 때도 나를 위해 사 준다고 봐야 합니다. 사 달라 할 때 안 사 주는 것은 내가 보기에 안 좋아서 안 사 주는 것이고, 사 주는 것은 귀찮아서 사 주는 거지요. 아이를 위해서 안 사 주려고 했으면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안 사 줘야 되고, 아이를 위해 사 준다면 처음부터 사 줘야지 왜 그렇게 괴롭힌 다음에 사 줍니까? 그러니까 이것이 나의 문제라고 봐야 번뇌가 사라집니다. 아이 문제라고 보는 한,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그걸 보면 속이 탑니다. 이럴 때 우리는 ‘제 법이 공함’을 봐야 합니다. 그 아이는 다만 컴퓨터게임을 할 뿐인데 그걸 보는 내 생각 내 기준 때문에 분별이 일어나고 화가 일어나는 걸 내가 못 참아서 문제 삼은 것이기 때문에 야단치는 것은 내가 화를 푸는 방법에 불과한 것입니다.

참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때 자기를 봐야 합니다. ‘아이가 저런다고 내가 왜 화가 날까, 내가 왜 괴로울까?’ 이렇게 문제의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내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고 괴롭고 슬픈 것입니다. 그 고집을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어떻게 하든지 나는 편안해집니다.

수행이란 ‘화가 왜 일어났느냐?’ 이걸 연구하는 겁니다. 돌이켜 보는 거지요.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화를 안 내는 게 수행이 아니고,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렇게 묻지요. “저만 편안하면 됩니까? 아이는 어떻게 하고요?” 내가 편안하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다 내가 불편하기 때문에 자꾸 문제를 삼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게 모두 나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는 저절로 알게 됩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더 높지요. 또 아이가 안 받아들여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사실은 아이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수행문에 ‘돌이켜 나를 살펴 깊이 참회하라.’고 써 있지 않습니까. 내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나는 잘 하고 너는 잘못했다.’라는 것만 잘못된 게 아니라 ‘네가 잘 하고 내가 잘못했다.’라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에요. 잘하고 잘못하는 게 없는 데 있다고 착각해서 남을 미워한 게 잘못된 것이지요.

그 착각에서 벗어나는 게 참회입니다. 잔소리를 해서 자기 답답함을 푸는 사람도 있고, 그 부작용이 싫어서 참는 걸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어요.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도 다 참아 가면서 해요. 문제는 잔소리를 참을 때도, 잔소리를 할 때도 수행자는 늘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나의 문제로 봐야지요. 나를 중심에 놓고 사물을 보는 ‘자기’라는 것이 도사리고 있는 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나’라는 것이 만병의 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