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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노인 10명 중 3명 ‘마음의 병’ 앓는다…우울한 노년
초고령사회 앞두고 ‘슬픈 자화상’… 노인 1만여명 중 32% ‘우울증’ 앓아
기사입력: 2017/11/08 [09:0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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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을 바라보는 A(78)씨는 요즘 삶이 덧없다. 3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살던 곳에서 두 시간쯤 떨어진 아들 내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부터 이런 기분은 더 심해졌다. 근처 노인복지관에도 가 봤지만 낯선 이들과 새롭게 정을 붙이는 것도 힘겨워 이내 포기했다. 대학생인 손자에게 말을 걸어봐도 무시당하거나 성의 없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이런 날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아들이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말도 쓰라리게 파고든다. 그래도 자식에게 용돈이라도 받는 A씨의 처지는 나은 편이다. B(76·여)씨는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이 남겨 준 약간의 재산을 형편이 어려운 막내아들에게 물려준 뒤 나머지 자식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 있다. “그동안 해준 게 뭐 있느냐”는 원망의 말부터 집안의 집기를 부수거나 B씨의 몸을 밀치기도 했다. 남은 재산을 모두 처분해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아야 할 처지이지만 자식들은 명절에도 전화만 할 뿐 찾아오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3명이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신체·정신·경제적 ‘학대’ 등에 시달리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월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노인 학대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노인 1만267명 중 32.4%인 3329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에서 75세 미만 노인의 우울 유병률(27.2%)에 비해 75세 이상 노인의 우울 유병률(39.5%)이 높았다. 

교육수준·소득 낮을수록 두드러져…학대 피해도 9% 매년 크게 늘어         

우울증을 앓는 노인은 교육수준과 소득이 낮을수록 두드러졌다. 무학 상태의 노인 절반가량(45.7%)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반면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가진 노인 중에는 이 비율이 12.4%에 불과했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에 해당하는 여성의 우울 유병률은 48.8%, 남성은 45.1%였지만 소득수준이 5분위에 해당하는 노인 중에서는 여성이 24.4%, 남성이 13.5% 정도였다. 노인 우울증은 가족보다 이웃과의 접촉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거의 왕래를 하지 않는 노인의 우울 유병률은 여성 59.8%, 남성 56.2%로 나타났지만 이웃과도 거의 왕래를 하지 않는 여성의 우울 유병률은 69%로 10%포인트 가량 높았다. 우울증뿐 아니라 학대를 경험한 노인들도 상당했다. 전체 노인 중 신체·정서·경제적 학대 및 돌봄·경제적 방임 등 다섯 유형의 학대 중 하나라도 경험한 노인은 9%로, 여성(9.7%)이 남성(8.1%)에 비해 높았다. 실제로 노인 학대 피해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기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학대 사례 접수 건수는 △2013년 3520건 △2014년 3532건 △2015년 3818건 △2016년 428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우울한 노년…자살률·치매사망률↑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2026년 초고령사회 도달     

한국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앞서 프랑스는 115년, 미국 73년, 이탈리아 61년, 일본 24년이 걸렸다. 이 속도라면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수명만큼 노년기의 삶의 질은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2015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률은 49.6%로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높다. 노인 자살률이 그토록 높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6년 사망자 수는 28만827명으로 전년 대비 4932명(1.8%) 증가했다. 사망원인통계가 작성된 198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치매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은 17.9명으로 2006년(8.7명) 대비 104.8% 증가했다. 2016년 치매에 의한 사망자 수는 9164명으로 10년 전보다 114.1% 늘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의한 사망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치매에 의한 사망률은 올해 처음으로 공표됐다.  지난해 자살 사망률는 25.6명으로 전년 대비 0.9(3.4%) 감소했다.


 그러나 10대(代)와 20대의 자살 사망률은 49명과 16.4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5%, 0.1% 늘었다.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12명이다. 2016년 10대(大) 사망원인은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자살, 당뇨, 만성 하기도 질환(기관지염·천식 등), 간 질환, 고혈압성 질환, 운수 사고 등 순이다. 10대 사인은 전체 사망원인의 69.5%를 차지하며 3대 사인(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은 전체 사인의 46.8%다. 지역별로는 암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부산으로 표준인구 10만 명당 106.8명이 사망했다. 당뇨병에 의한 사망률은 대전이 16.6명으로 가장 높았고 폐렴에 의한 사망률의 경우 대전이 14.2명으로 가장 낮았다.  자살에 의한 사망률은 충북(27.5명)이 가장 높고 서울이 19.8명으로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늘어나는 노인 인구의 증가는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건강한 노년의 삶은 아직 멀기만 하다"며 "노년기의 정신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역할·문화 등 이해 선행돼야”
노인 정신건강 위한 대책 필요…정부, 노인복지 정책에 올인     

‘노인학대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진행한 정진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장은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의 주체로 활동했지만 경제적 능력 상실 이후 자산관리나 생활비 제공에서 수동적인 역할로 전락하는 데서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여성은 젊은 시절 가정에서 돌봄 노동을 해온 만큼 마찬가지로 자식들에게 부양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향이 높다”며 “노인 우울증 및 학대 관련 대책은 노인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처했던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018년 복지 예산 가운데 노인복지 정책에 예산을 상당부분 할애할 예정이다. 2018년도 예산안(64조2416억원) 가운데 18.2%인 11조7359억원을 기초연금 상향조정·치매관리구축 등 노인복지와 관련한 예산으로 편성했다. 2017년 본예산(9조5563억원)대비 22.8% 늘어난 수치다. 국민연금지급액 등 공적연금 부문(21조8788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예산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치매관리체계 구축이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252개소의 치매지원센터 운영과 치매안심요양병원 공공사업 지원 등에 233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154억원에 불과했던 2017년 예산보다 무려 1414.0%나 늘어난 수치다.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32개)과 주야간보호시설(37개) 확충 및 시설 증·개축 등을 통해서도 치매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6년 213억원이던 예산을 490% 늘려 1259억원을 배정키로 했다.   노인복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기초연금이다. 정부는 2018년 4월부터 기준연금액을 현재 20만6000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고 지원대상자도 현행 498만명에서 517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7년 8조961억원이던 기초연금 예산은 2018년에 22.0% 늘어난 9조8400억원으로 책정했다. 치매에 대한 예방부터 진단, 치료, 돌봄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도 98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노인층에 금전적 혜택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도 늘릴 계획이다. 복지부는 "2018년에 일자리 7만7000개를 늘리고 공익활동비를 현재 22만원에 27만원으로 5만원 인상하는 등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에 전년 대비 36.0%(1685억원) 늘어난 634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절에 와서 노년우울증 확 날려요”
불광사 선재대학 이송무 문광자 부부       

“일흔 넘으니까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우울한 마음이 들거든요. 근데 선재대학에서 도반들이랑 같이 노래도 부르고 레크리에이션도 함께 하다보면 즐겁고 신나요. 목요일에는 선재대학에 와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불광사가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 개원한 선재대학에 함께 다니는 이송무(71, 법명 성원) 문광자(71, 법명 명현성)부부는 노년 우울증은 남의 얘기다. 동갑내기로 신행활동도 운동도 함께 한다는 부부는 3월 선재대학에도 같이 입학하는 등 남다른 금슬을 보여주고 있다.  
▲ 신행생활도 여가도 늘 함께 한다는 이송무, 문광자 부부는 불광사 선재대학에서 노년의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권유로 지난 2004년부터 불광사에서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빠지지 않고 일요법회에 나오는데, 선재대학 개강 공지를 듣고 흥미를 갖게 됐다. “70세 이상이라고 하길래 우리도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수강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첫 수업에 가보니 거사는 저희 남편 1명뿐이더라고요. 45명이 수업을 듣는데 남편 혼자 머쓱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참아준 덕분에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남자는 혼자라 처음엔 쑥스러웠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내가 하고 싶어 하니까 제가 부끄러움을 참아야죠. 요새는 도반들 낯도 익혔고, 또 한 분이 등록해서 청일점 신세는 면했습니다. 허허.”

요새는 일요법회와 목요일 선재대학 출석이 부부의 일상이 됐다. 선재대학 프로그램이 건강과 오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덕분에 절에 나와서 실컷 웃고 돌아갈 수 있다. 3월 개강 이후부터 지금까지 스님 법문은 딱 한번 뿐이고, 노래교실과 특강으로 채워졌다. 봄,가을로는 여주 신륵사와 평창 월정사로 성지순례도 다녀왔다. 특히 전문 강사가 와서 직접 지도하는 노래교실은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 교육원 건물은 노래방을 방불케 한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박수 치다보면 엔돌핀이 절로 돈다. 1시간30분이 짧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법회는 엄숙하잖아요. 선재대학은 그런 면이 전혀 없어요. 70대 불자들이 모여 편하게 노래를 부르다가 흥이 나면 춤도 춰요. 이 시간만큼은 모든 게 가능합니다. 춤추고 노래하면 웃음도 많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져요. 우울함이나 답답함도 날려버릴 수 있어요. 노인건강에 당연히 좋지 않겠습니까.”

또 건강 특강을 들으며 노후건강유지 비법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았다고 한다. 지난 학기에는 손지영 송파노인요양센터 원장이 치매노인 요양제도와 복지제도를 설명해줬다. 또 약사와 의사로부터 약 복용방법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법을 배웠다. “이 나이가 되면 아픈데도 늘고, 누구나 약 하나 씩을 복용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죠. 한 번씩 건강강의를 들으면 생활에 도움이 돼요. 요양제도도 잘 모르는 내용이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어요.”

부부는 기회가 되면 선재대학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불광사까지 오는 길 함께 드라이브하고, 도반들과 놀다보면 기분전환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요법회에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선재대학에서는 활기를 얻으니 노년의 삶이 건강하고 풍요로워졌다”며 “부처님과 인연 맺은 덕분에 행복한 삶으로 회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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