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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미스터리
평화와 행복, 서로 자기만 좋으려하는데 어떻게 정착이 되겠는가
기사입력: 2017/11/14 [07:2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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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아플 때는 펄쩍펄쩍 뛰면서 남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위를 최고로 여긴다. 자신의 욕구충족을 삶의 제1순위로 삼으며, 자기의 유익만을 좇는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 생각하면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나만 생각하는 이런 ​인생관은 자신의 인격을 부패시키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잃고 심신의 장해가 발생한다. 나쁜 일도 따라 들어오게 된다. 나만을 생각하면 매사가 잘 풀리지 않을뿐더러, 결국 자신의 심성을 파괴하고 만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에게 지탄을 받게 되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것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는 자연의 법칙은 예외가 없다. 자기가 심은 대로 거두게 마련이다. 나 위주의 삶은 결국 마이너스 인생이 되고, 자손에게까지 고통을 대물림하게 된다. 소탐대실이다.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지 못한 것은 사람들이 제 잇속만 챙기기 때문이다. 자기 욕심만 찾다보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서로 자기만 좋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평화와 행복이 정착되겠는가. ​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만연돼 있다. 매년 수천만 명이 굶어죽고, 10억여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한다. 살상과 파괴가 끊이지 않는다. 각종 질병, 도덕적 타락, 범죄, 테러와 전쟁 등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다. 이는 물질과 쾌락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그릇된 경쟁이 빚어낸 것들이다. 모두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는 욕심의 산물이다. 인생의 난문제는 사람의 마음에서 욕심만 걷어내면 즉각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세상의 난문제는 욕심의 산물    

종교는 세상의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웃사랑을 강조한다. 기독교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권면하고, 힌두교에서는 ‘이웃을 자신처럼 생각함으로써 올바른 행동 규범을 얻게 된다.’고 말하며, 불교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덕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가르친다. 유교도 ‘이웃과 화합하고 형제들과 의롭게 살라’고 한다. 이슬람교 또한 ‘이웃과 형제를 자신과 같이 사랑하지 않으면 믿는 자가 아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가르침과 행동이 다르다. 말은 이타주의를 부르짖지만 이기적이고, 사랑을 부르짖지만 증오심에 불타고 있다. 자기 종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식 밖의 행동도 불사한다. 무서운 집단이다. 게다가 독선적이기까지 하다. 자기 종교 외에는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근래의 사건 두 가지를 들어본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가 때 아닌 ‘이단 인정’ 논란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 ‘이단에게도 세금을 걷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사이비종교 집단을 공인해 주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개신교가 모인 ‘개신교 종교인 과세 태스크포스’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요셉 목사는 “소득세 조금 더 걷겠다고 유사종교까지 제도권 안으로 들이자는 졸속정책”이라며 “이로 인해 벌어질 종교 갈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고 한다. ‘세금’과 ‘이단’을 연계시킨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다.     

이슬람여성의 ‘부르카논쟁’도 뜨거운 감자다. 캐나다 퀘벡 주에서 통과된 공무원 복면 착용 금지법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부르카 논쟁에 불을 지폈다. 공공장소에서의 부르카 착용 금지를 지지하는 진영은 공공안전을 보호하고 서방사회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런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슬림권익단체 등 인권단체들은 이 법이 이슬람규율 상 얼굴을 외부로 드러내지 못하게 되어 있는 무슬림여성을 직접 겨냥한 법이라고 반대한다.    

‘자존욕(自尊慾)의 틀’ 못 벗어난 종교    

벨기에에서는 2011년 공공장소에서의 복면 착용이 전면 금지됐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벨기에에 거주하는 무슬림 여성 2명이 사생활 및 종교의 자유침해를 들어 유럽인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 7월 ‘공존’, ‘타인의 권리와 자유 수호’의 이유를 들어 벨기에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이슬람국가를 방문하는 타국 국민들에게는 이슬람율법을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다른 나라의 규율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자기들의 종교와 문화와 풍습은 존중받기를 바라면서 남의 나라의 종교와 문화와 풍습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만 생각’하는 욕심의 인생관을 버리고 ‘남도 생각’하는 양심의 인생관을 가지면 이 세상은 평화롭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고, 진실 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요, 모두가 존경하고 추구해야할 인간상이 아닐까. 단연 종교가 앞장서야 한다.  

동물세계에서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것은 죄가 아니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르다. 동물은 자기의 고통만을 느끼지만, 사람은 남의 고통도 느낀다. 조물주가 사람 마음에 심어놓은 양심 때문이다. 조물주를 모르는 자들에게도 양심은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가려져 있을 뿐, 닦으면 누구나 드러나게 돼 있다.     

양심이 살아있는 사람은 즉각적으로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 굶주린 자 곁에서 혼자 배불리 먹을 수 없고, 자기의 유익을 위해 남을 해롭게 할 수 없으며, 남의 머리 위에 올라가 군림할 수 없다. 남을 나처럼 존중하고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그러나 양심이 졸아있거나 죽어 있는 사람은 동물성만 발달해 자신의 고통만 느낄 뿐, 남의 고통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저 초원의 맹수를 보라. 약한 동물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뜯어먹으며 자기 뱃속을 채우지 않는가. 사랑이 없는 자는 사람의 탈을 쓴 맹수와 다름없다.     

사랑에 대한 욕구는 인간이 의식하든, 않든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샘솟고 있다.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기쁘고 싫증이 나지 않는다. 항상 자극적이다. 사랑의 기쁨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크다. 사랑하는 상대가 기뻐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온다. 사람에게서 사랑을 빼버리면 하등동물과 다를 바 없다.    

​자기중심의 삶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 자기중심은 악의 시초다. 종교인들의 신앙과 수행의 목적은 자아보다 높은 자비와 사랑의 윤리적인 차원으로 나아가고자 함이다. 그런데 종교는 지금까지도 ‘자존욕(自尊慾)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기적이다. 종교의 미스터리다. (매일종교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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