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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식 인정에 중동 거센 반발

매일종교 뉴스2팀 | 기사입력 2017/12/07 [08:21]
미 대사관도 이전 착수, 아랍 정상들 “극단주의 활개” 경고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공식 인정에 중동 거센 반발

미 대사관도 이전 착수, 아랍 정상들 “극단주의 활개” 경고

매일종교 뉴스2팀 | 입력 : 2017/12/07 [08:2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착수한다고 밝힘에 따라 중동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은 다른 모든 자주국처럼 자국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 자주국"이라며 "이를 팩트(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평화 성취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때"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사관 이전 결정과 관련, "평화는 이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의 너머에 있지 않다"며 "미국은 양측(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하면 2개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헤게모니 경쟁 △이란 핵 합의를 둘러싼 갈등 △예멘 내전 등으로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를 더욱 흔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이란같이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국가에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중 독재자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며 안보 측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슬람교 시아파 맹주 이란도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초승달 동맹’(시아파 인구가 다수인 나라)을 거의 완성했다. 중국도 시리아를 중심으로 전후 복구 사업에 적극 나서며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터키, 이집트 같은 친미 성향의 중동 국가들도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결국 미국의 입지만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중동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위험한 영향을 주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는 데도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5일 “예루살렘은 무슬림에게 꼭 지켜야 하는 레드라인이며 (트럼프가 선언할 경우) 이스라엘과 단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이 향후 미국의 대(對)중동 외교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이스라엘 편임을 보여주는 조치로 비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지역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이 개입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자신의 권력 기반 다지기에 ‘올인’하며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상태다. 이란은 핵 합의를 두고 이미 미국과 갈등 중이라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게 부담스럽다. 결국 두 나라 모두 강경한 성명 발표 같은 ‘레토릭(말) 대응’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미 정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예루살렘의 올드시티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여행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 일반 미국인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일 일대를 여행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소규모의 미군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일대에 재배치하기도 했다. 해군들로 구성된 이들은 주로 미 대사관들을 보호하는 특별 임무를 맡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주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 전 세계 자국 대사관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각국 주재 대사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중재해줄 것을 권고했다.     

그러자 아랍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경우 역내에서 혼란이 가중되면서 극단주의가 활개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루살렘은 현재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1947년 유엔은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대해 ‘특별한 국제체제’라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했다. 실제 국방부를 제외한 이스라엘의 거의 모든 주요 입법·사법·행정 기관은 예루살렘에 있다. 하지만 텔아비브가 수도로 알려진 것은 국제사회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3개 성지가 공존하는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예루살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돼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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