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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스님 “선거란 기본적으로 편 가르기”

매일종교 뉴스1팀 | 기사입력 2017/12/13 [20:06]
“대안으로 토론을 통한 만장일치제” 모색

설정 스님 “선거란 기본적으로 편 가르기”

“대안으로 토론을 통한 만장일치제” 모색

매일종교 뉴스1팀 | 입력 : 2017/12/13 [20:06]


지난 10월 취임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취임후 13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조계종 선거제도는 불교와 부처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며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토론을 통한 만장일치제’ 등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관심을 끈다.     

설정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로 생긴 분열을 화합으로 바꿔 대탕평 시대를 열겠다”며 선거로 인해 “적과 동지가 나뉘어 화합이 깨지고, 장로정신이 깨지며, 수행자 사이의 위계질서가 파괴되고, 사찰재물이 지나치게 소모되며, 무지막지한 권모술수와 모략중상이 판을 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됐지만 파국을 맞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선거제도는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패거리와 집권·비집권이 나뉘기 때문에 진 쪽에서도 ‘언젠가 집권해 복수하겠다’는 세속적인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어 종교의 의사결정체제로는 부적절하다는 것.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고 종단 내 화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토론과 합의를 통한 만장일치제’라는 설명이다.    

오랫동안 선승(禪僧) 생활을 해 왔고 수덕사 주지와 방장을 역임한 설정 스님은 참신함과 개혁성 때문에 그간 불교개혁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중 하나가 1994년 지금과 같은 총무원장 간선제를 만든 것이었다. 당시 종단개혁 법제위원장으로 오늘날과 같은 선거제를 만들었는데 “어쨌거나 의사봉을 두드린 건 저였으니 저도 책임이 있다.”며 “새로운 선출 방식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불교에서 수행자가 금기로 하는 ‘십중대계(十重大戒)’라는 열 가지 교리가 있는데 선거 과정에서 많은 수행자들이 여섯 번째 대계인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마라’를 서슴지 않고 깨버린다”며 “이렇게 당선된다 한들 소임을 맡기도 전에 스스로 그 자격을 잃어버리는 셈”이라고도 했다.     

설정 스님은 “종단은 정치집단이 아니라 수행집단이어야 하는데 종단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19년간 수행에만 집중했던 선승 시절이 가장 좋았음에도 지난 원장 선거에 굳이 출마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절의 존재 이유가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강조했다. 자리이타란 부처님 뜻을 받들어 정진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레 남들까지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종단 화합을 위한 대탕평을 염두에 두고 멸빈자(승적 박탈자) 사면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의 고충도 토로했다. 편안하지 않으리라 각오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일들이,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요즘은 아예 집무실에서 산다.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정진 뒤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린다. 설정 스님은 “평생 부처님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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