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추억과 시각의 원근법 차이

신민형 | 기사입력 2017/12/25 [07:40]
하늘 소풍길 산책

추억과 시각의 원근법 차이

하늘 소풍길 산책

신민형 | 입력 : 2017/12/25 [07:40]


추억의 소실점이 사랑으로 매듭짓길...천당가려는 욕심과 같은 걸까?    

35주년 결혼기념일인 2017년 크리스마스.
딸아이 출산휴직 마치고 중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아들 며느리 사위 딸과 손녀 등 3세대 여덟가족이 한집에서 함께 옹기종기 생활을 시작하는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 몇 달동안 아내의 고생이 말이 아니겠지만 함께 하는 이 순간들이 훗날에는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될 것이다.     

아내와 함께 겪었던 수난사들은 이제 까마득한 옛일로 묻혀 버렸지만 35년 전 화이트크리스마스의 결혼식이 마치 눈앞의 일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추억의 원근법은 시각의 원근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내와 이삼십년전 설악산 한 카페에 들러 들은 엔야의 신비하고 몽환적인 노래는 지금 바로 내 귓전에 들리는 듯 하지만 한때 삶에 지쳐있던 아내의 한숨소리는 잊혀질 듯 먼 추억이다. 여덟가족으로 늘어나기 전 애들과의 25년 전 호주여행이 세달 전 호주여행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네달 전 금연은 수십년 지난 일처럼 느껴지는데 아내와 수십년 전 함께 마시던 막걸리 맛과 그 맛에 취한 아내의 모습은 눈앞에 선하다. 최근 한두달 사이의 병원 출입과 검사는 먼 옛날 일로 추억의 거리감은 뒤죽박죽이 됐다.     

안산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수리산 법화산...수십년 다람쥐처럼 돌아다녔고 오늘도 산책에 나서는 산이지만 산책하는 순간마다 마치 태고적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때론 전생에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산길을 걸었다는 기시감이 든다. 추억의 소실점 너머에 있는 현실 같다.     

아내와의 결혼 35년 동안 네 가족을 이루며 숱한 희노애락을 겪었다. 그러는 사이 아들 딸 모두 짝을 만나 손주도 생겨 여덟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곧 자식없는 짝으로 우리 부부만 남을 것이다. 마치 우리 부모가 그렇게 되셨듯이 말이다.     

결혼 35년보다 짧을 우리 부부 삶. 그날이 오면 추억의 원근법은 사라지고 모든 희노애락이 추억의 소실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길게 느껴졌던 힘겨웠던 일, 아쉬움으로 짧게 느껴졌던 즐거운 일들 모두 소실점에선 찰나의 순간으로 만날 것이다. 그 삶과 추억의 소실점에 사랑으로 매듭짓고 그 매듭이 영원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천국가려는 욕심’만큼의 미련은 아닐까 하는 허무감도 생긴다. 결혼 36주년의 한해를 넘기는 길목에서 허무탈피를 위한 시도가 아닌 확고한 믿음으로 사랑의 소실점을 향해가는 작업을 해야겠다.    


  • 도배방지 이미지

신민형 범종교시각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