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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킴이 신앙 당산신앙(堂山信仰)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7/12/25 [08:14]
“민간신앙은 민간계층의 살아 있는 ‘현재의 종교’”

마을 지킴이 신앙 당산신앙(堂山信仰)

“민간신앙은 민간계층의 살아 있는 ‘현재의 종교’”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17/12/25 [08:14]


“민간신앙은 민간계층의 살아 있는 ‘현재의 종교’”    

한국사회에는 불교를 비롯 개신교, 천주교, 18세기 등장한 민족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다. 그리고 그들보다 먼저 한반도에 정착한 민간신앙이 있다.     

민간신앙 ‘특정한 교조·교리체계·교단조직을 가지지 않고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전승되고 있는 전 종교적(前 宗敎的) 또는 주술적 신앙형태이다. ’민족의 종교체험사 중에서, 특히 전 종교적, 미분화된 분야로서 혼융·복합적인 주술종교영역에 드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흔히 원시종교를 민간신앙 또는 토속신앙, 민속종교라고 부른다.     

민간신앙은 인위적인 종교와 같이 교조에 의한 교리가 문서화된 경전이나 체계화된 조직이 없다. 민간신앙의 전승자인 민간인(=일반사람) 자체가 인위적 상황 이전의 자연적 상황 속에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간신앙은 일반인들에 의한 생활을 통해서 전승되고 있는 자연적 종교현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와 유사종교의 기준으로 교조, 경전, 비 조직화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민간신앙에서 교리는 기록되지 않고 노래, 가사, 교화문답 등의 형식을 취해 구전되는 것이 오히려 더 많다. 또한 성역도 건물도 없이 특정 공간이 상징화되며 의식을 집전하는 전문사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교의 제사같이 전문적 지식이나 훈련이 없는 개인이 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민간신앙은 민속종교와 동의어로 성립종교와 대칭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민간신앙이라는 말은 종교학이 성립하기 전에는 미신(迷信)이라는 말로 주로 쓰였다. 그러나 미신이란 말에는 자신이 믿는 종교신앙 이외의 다른 종교신앙을 멸시하거나 또는 그것은 종교신앙이 아니라는 독단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민간신앙은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간계층의 살아 있는 ‘현재의 종교’로서 정신적 지반이 되어 왔다.     

‘민간신앙’이라는 어휘는 아직 학문상으로 확립된 학술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인이 신앙하는 자연적 종교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민간’이라는 용어는 학술용어로서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신앙’이라는 개념도 개인적으로 내면화된 차원의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므로 제도로서의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개념이 막연한데다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제·동신제·당제·당굿·당산제·산제·산신제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마을신앙    

마을신앙이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한 마을이 단위가 되어 행하여지는 신앙형태이다. 마을은 주민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며 전통사회의 중요한 생활공동체이다. 집이 가족의 생활공동체라면 마을은 가족을 포함한 친족이나 이웃사람 등 지연을 함께 하는 촌락민의 생활공동체이다. 이들 신앙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 전세계적으로 분포되어있는 신앙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마을신앙의 명칭은 지역이나 사람, 동제를 지내는 위치나 마을신의 대상에 따라서 각각 달리 명명되어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눌 때, 동부인 강원도와 경상도에서는 성황제·서낭제·골맥이서낭제·산신제·당제·동제 등의 명칭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칭으로는 동제·동신제·당제·당굿·당산제·산제·산신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당제라는 명칭이 많이 나타나는 까닭은 삼국시대부터 부락집회장소인 남당을 마을의 진수산인 당산에 설치하여 집단제의를 거행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 신앙의 기원은 '삼국지' 의 '위지동이전'에 나오는 고대 부족국가에서 행해지던 제천 행사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을 통해 최소한 2천여 년 이전부터 존재했고, 순수한 우리 고유의 민속 신앙임을 알 수 있다.     

마을 신앙의 주된 요소로는 당신, 장승, 솟대 등이 있다.     

당신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생업을 관장한다. 지역에 따라 도당, 부군당, 산제당, 당산, 서낭당, 본향당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당산이 위치한 공간 역시 지역에 따라 산꼭대기나, 마을 한 복판, 마을 입구 등 다양하다. 당신을 모시는 신당의 형태는 대체로 신수(성스런 나무) 형태이거나 신수와 제단이 복합된 형태, 신수와 당집이 복합된 형태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나무가 죽어버리면 제단이나 당집만 남아있는 형태가 된다. 
 
▲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지킴이 신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뿌리깊이 내재된 신앙에 기인한 것인지 성당이나 교회도 마을 입구인 도로와 도로의 경계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듯 보인다.     

마을 입구에 세워지는 장승은 마을신의 하위신으로 외부로부터의 잡귀와 흉액을 막는 신으로서 지역에 따라 장생, 벅수, 법수, 우석목 등 다양하게 불려진다. 장승은 나무나 돌로 한 쌍의 부부로 만들어 세우는데 음양의 조화가 있어야 신통함이 크게 발휘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장승은 외부로부터의 흉액을 막아주는 벽사와, 마을의 경계 표시, 그리고 각 마을 간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등으로 기능을 하면서 신앙적인 면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에도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마을의 경계지점이나 중심지점에는 서낭당이 있어서 동제를 함께 지내고 우리 마을이라는 의식을 강화한다. 동제는 마을사람으로 하여금 ‘우리’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오직 동제만은 마을사람이 주인이 되어 행하는 의식이며, 마을 밖 사람은 강하게 배제된다. 그러므로 마을제사인 동제(洞祭)는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제의를 말하며 ‘동신제’라고도 한다.     

동제의 대상이 되는 신은 대체로 산신, 서낭신, 토지신, 용신, 부군신, 국수신, 천신 등이 많고, 지역에 따라서는 왕신으로 공민왕신, 태조대왕신(이성계)을 섬기는 경우도 있고, 장군신으로는 김유신장군신, 임경업장군신, 남이장군신 등을 모시기도 하며, 도령신으로 노산부원군인 단종을 섬기기도 한다.    

당산(堂山)의 당신(堂神)과 당제(堂祭)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마을 근처의 산과 언덕에 대해 외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현상은 나 자신은 물론 마을사람들의 평안을 지켜주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었으므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긴 것이다.     

상고 시대에는 산신을 여신으로, 부권 시대에는 남신을 산신으로 좌정시켰다. 당산신의 경우 처음에는 마을의 우주축에 해당하는 나무, 곧 우주목으로서 당산목 또는 서낭목을 지정하여 숭배의 대상 신으로 여겼다. 신의 파악과 기원을 목적으로 우주목 옆에 제단을 만들어 제의를 베풀다가, 제의 때 풍우를 막기 위해 우주목 옆에 당사(堂祠)를 짓거나 우주목이 고사한 뒤 당사를 지어 당산신을 모시게 되었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당산에 사당을 지어 놓은 곳도 있고 큰 돌로 제상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또 어떤 마을에서는 처음 마을을 일으키는 데 공헌한 이를 골맥이 할배나 할매로 일컫고 당산신으로 모시기도 하였다.     

풍수적으로 당신을 모시는 곳은 음의 기가 강한 곳을 택하게 된다. 음기가 강한 지역은 생인(生人)이 머무르기에는 부적합한 곳으로 귀와 신이 안착할 수 있는 음지여야 한다. 음지는 단순히 해가 들지 않는 땅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땅의 기운이 지나치게 충만한 음지를 의미한다. 생인이 양이라면 귀와 신이 안착하는 음지는 음이기 때문이다.     

마을신앙의 목적은 어느 곳의 제의에 있어서나 대동소이하다. 제의는 초인적인 영력을 자기의 생활과 생산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근본목적이 되었다. 마을신앙에서는 특정한 하나의 신에만 제사를 하는 경우보다는 여러 신에게 동시에 제사를 드리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며, 그 제사의 주된 신이 어떠한 신이든 반드시 산신에게도 제사를 드리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산신이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근본신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농경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농경과 관련된 시간을 제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이다.    

마을 지킴이 신앙은 불교가 한국에 전개되면서 사찰입구에 위치한 천왕문(사천왕)으로 혼합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인도인들이 신앙하던 사천왕신앙은 호세신 또는 방위신으로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의 중복에 살며, 그 정상의 도리천에 산다는 신천왕 신앙이 불교안에 신앙되면서 그의 신격이 불법을 수호하는 수문장 신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마을 지킴이 신앙은 기독교와 결합하여 그들의 교회가 그 자리에 건축되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마을 지킴이 신앙은 가장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과 함께 해왔다. 현재도 산에 오르는 산악인들이 산 입구, 중턱, 정상에 돌무덤을 쌓고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삼국유사문화원장)     

*이 원고는 장정태 박사가 내년 동아시아포럼에서 강연할 내용을 미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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