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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혼자 힘겨워 마세요…사람은 연결될때 행복해져요"
베스트셀러 1위 힐링 열풍의 주역 혜민 스님…아픔과 상처 치유하는 ‘마음치유학교’도 운영
기사입력: 2018/01/25 [08:2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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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慧敏) 스님이 사상 최초(?)로 ‘스님의 냉장고’를 공개했다. 혜민 스님은 지난 1월1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신년 특집에 게스트로 출연해 냉장고를 공개했다.  2018년 새해 첫 냉장고 주인으로 혜민 스님이 등장하자 8명의 셰프들은 반가우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혜민 스님은 "'이제는 스님 냉장고도 털려고 하는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섭외 요청 당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숨겨둔 입담을 뽐내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물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장서희와의 인연도 언급했다. 장서희는 "4년 전 잡지 인터뷰에서 혜민 스님을 뵀다. 당시 책을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혜민 스님은 "장서희씨가 제 책을 어려운 분들에게 100권을 선물로 나눠주셨다고 들었다. 그 순간 장서희씨가 더 확 좋아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세계의 '힐링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혜민 스님에게도 고민은 있다고 했다. 혜민 스님은 고민 상담사로 이해인 수녀를 꼽으며, "한번은 제가 쓴 글이 아닌 사칭글이 인터넷에 떠돌 때가 있었다. 그 얘기를 수녀님께 하니 '스님. 제가 안 쓴 글은 30편이 넘는다'고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고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 혜민 스님과 이해인 수녀 /JTBC 화면 캡쳐         

또 혜민 스님은 ‘이름’ 때문에 한 사람에게 전화를 16통이나 받았던 황당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자신의 이름이 '혜민'이라고 밝힌 발신인은 "저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이름을 왜 '혜민'이라고 했느냐"며 "허락 안 받았으니 이름 바꿀 때까지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황당한 전화를 받았던 혜민 스님은 분노가 일 때 마음을 다스릴 방법도 소개했다. "숨을 깊이 6회 정도 쉬면 좋다. 6회 정도면 2분가량 되는데, 어떤 감정이든 2분 이상 가지 않는다. 2분만 참으면 그 감정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흘러간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입맛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혜민 스님은 "아직 입맛이 초딩에 머물러 있다"며 "특히 라볶이를 좋아한다. 라볶이에 들어간 어묵이 저를 힘들게 한다. 고민 끝에 몰래 먹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혜민 스님의 냉장고에는 각종 버섯과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라면·만두 등으로 가득했다. 이후 셰프들의 요리 대결이 펼쳐지자 혜민 스님은 눈을 떼지 못했다. 혜민 스님은 정호영의 요리를 맛본 뒤 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샘킴의 버섯크림수프를 먹고는 "왜 절에서는 이렇게 못 만들지?"라며 감탄하기도. 대결의 승자를 택할 땐 "누구한테 상처를 주는 게 너무 힘들다. 제 스타일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어 웃음을 자아냈다.

혜민스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英아마존서 베스트셀러 1위 올라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이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판사 수오서재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이 세계 최대 출판그룹 ‘펭귄’을 통해 미국에서 2017년 2월7일, 영국에서 2월23일 출간됐다”면서 “영국판은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영국판 편집을 맡은 편집자 다니엘 크루는 “초판 2만부를 찍었으나 서둘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뜨거운 반응이 놀랍다”고 전해왔다. 미국판 역시 2주만에 판매 부수가 3만부를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혜민스님의 베스트셀러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한국판, 영국판, 미국판(왼쪽부터)    

언론과 작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미국의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떠들썩한 시간과 바쁜 삶에서 한숨 돌리고 싶은 독자들에게 완벽한 책”이라며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시인 칼릴 지브란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세계적 명상 지도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잭 콘필드는 “사랑스럽고 실용적이며 친절한 책”이라며 “현명하게 사는 삶의 보상이 무엇인지를 아름답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출간된 이 책은 국내에서 3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이 책의 영문판 번역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을 번역한 김지영씨와 혜민 스님이 함께 작업했다.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5개국판 발간…한국불교 관련 서적 국제무대에 ‘우뚝’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영문판 계약을 세계적 출판사 펭귄그룹과 판권 계약으로 성사시켜 국제무대에 우뚝 섰다.

스님의 책은 이미 2012년 중국, 대만, 일본 세 나라에서 출간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의 인문서적 대표 풀판사인 '일본문예사'와 대만의 '대만원견출판사' 및 중국의 대형출판사 '중신출판사' 등에서 스님의 책이 각기 출간돼 서점가에 배포된 상태다. 국내에서 출간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누적 판매부수 300만부 이상 돌파한 책과 국제무대에 한국 불교관련 서적 진출이라는 역사를 남겼다.

이미 중국, 일본, 프랑스, 대만, 태국, 베트남 등으로 판권이 수출된 이 책의 미국 출판 시장 진출은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저자 혜민 스님은 “이번 판권 수출에서 생기는 인세 수익금 전액을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과 어르신 무료 급식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그동안 혜민스님은 복지관, 병원 등에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직접 만나 기부해왔으며,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아름다운동행’에 인세수익 1억원과 이동통신광고 출연료 4000만원 등을 기부했다.     
▲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중국판, 대만판, 일본판(왼쪽부터)    

한편, 미국 펭귄그룹의 존 시실리아노 시니어 에디터는 책 판권 계약과 관련 “이 책은 미국의 2, 30대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한국과 영어권의 문화 차이를 고려해 원고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혜민 스님과의 협업으로 재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출간했다”고 밝히고, 계약 성사가 특히 타 출판사와 경쟁이 있었음을 덧붙였다.

국제적 출판그룹의 2013년 9월17일 출판 계약으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국제 출판시장에 당당히 진입해 경쟁 상대와 맞서게 됐다.

미국의 출판시장은 유럽보다도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워낙 거대 시장이다 보니까 출판 강국인 일본과 유럽에서도 진출하기 힘든 곳으로 손꼽고 있다. 더구나 거대 자본이 뒷받침하는 펭귄그룹뿐 아니라 미국 유수의 출판사들이 책의 판권을 두고 경합을 벌인 상태가 시사하는 측면은 크다. 이런 판권 수출은 곧장 미국을 넘어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독자들에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직거래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펭귄그룹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판권도 수입해 한국 책 시장을 줄기차게 두드렸다. 계약을 성사시킨 출판 에이전트 에릭양 에이전시는 출판 계약에 대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출판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영미권에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콘텐츠로 진출하면서 그 길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진기록을 경신하는 것과 관련, 샘앤파크스는 “청년실업 등 어려운 시기에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에 공감한 젊은이들을 두터운 독자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책이 불교의 지혜를 보편적 삶의 지혜로 풀어내 힐링의 일반인들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종교와 세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보편성을 보여준 것이 호응을 키운 것 같다”고 밝혔다.

'2017 차세대 리더' 스님은 혜민…가장 영향력 있는 스님은 법륜 

2017년 사회분야 한국의 차세대 리더에 혜민 스님이 10번째로 꼽혔다. 1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2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3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4위 진중권 동양대 교수, 5위 김갑수 문화평론가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7위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8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9위 은희경 소설가, 10위 혜민 스님과 MC 김제동 씨이다.   
▲ 혜민 스님과 법륜 스님                        

스님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는 법륜 스님이 꼽혔다. 종교인 가운데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법륜 스님은 3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4위, 혜민 스님이 5위이다. 이는 2016년과 같은 순위이다.

이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선정한 10월25일(제1462호) '2017 차세대 리더'에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1989년부터 진단해 온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에 2008년부터 추가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혜민 스님 “너무 착하게 살지 마세요. 내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소중”

"인간관계가 여전히 어렵고 서툴지요? 그래도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연결감을 느낄 때 더욱 행복한 존재예요." "너무 착하게 살지 마세요. 내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소중합니다."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이 화법(話法)이 또다시 통했다. 지금까지 300만부 이상 팔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힐링 열풍에 불을 지핀 혜민 스님이 2016년 4월 4년 만에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또다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4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힐링 열풍이 사그라든다는 요즘, 사람들은 왜 앞다퉈 이 책을 집어 들고 읽는 것일까. 4년 전엔 그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 멈춰서 삶을 되돌아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우리 사회에 어떤 화두(話頭)를 던진 것일까.

혜민 스님은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를 강타한 힐링 열풍의 주역이다. 시쳇말로 흙수저 출신이다.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화장실 한 칸을 네 집이 같이 썼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화장실에는 문이 두 개가 있었는데 어느 곳에서 문이 열릴지 늘 초조하고 불안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친구들이 집 전화번호를 물을까 봐 겁이 났다. 집에 전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키가 작은 것도 열등감으로 작용했다. 그는 열등감에 대해 "그것을 까놓고 얘기하는 순간 그것이 나를 그렇게 괴롭히지 않는다.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아버지가 있는 미국 서부로 어렵사리 유학을 갔을 때만 해도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UC버클리대 신입생 시절 영화를 찍고 나서 미련 없이 꿈을 접었다. 재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즈음 불교에 심취했고 종교학을 전공했다.

앞서 혜민 스님은 어릴 적 교회를 열심히 다녔던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바 있어 화제였다.헤민 스님은 KBS2 <승승장구> 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때는 교회 열심히 다녔다.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고1때 어려운 책을 읽으면 뭔가 있어 보일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충격을 받은 혜민 스님은 종교학에 심취,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20세기 가장 훌륭한 인도 철학자로 꼽히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으로서, 진리는 타인으로부터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인의 아픔 치유하려면 커뮤니티 형성해야 효과 있어…경청은 사랑의 표현” 
    
혜민 스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팬들을 거느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이기도 하다. 온라인 소통의 ‘쓴맛’(악플)도 톡톡히 겪었지만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2016년 2월에 출간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책날개는 ‘혜민 스님은 훈계가 아닌 공감을 통해 삶의 문제에 다가가고, 추상적 의미를 구체적이고도 쉽게 전달하는 화법으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250만 명 넘는 팔로어와 소통하고 있다’고 전한다.

왜 사람들은 혜민 스님에게 열광할까.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떠나고 마음 둘 곳 찾지 못하던 불자들, 따뜻한 위안이 필요한 많은 이가 스님을 좋아하게 됐을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인정받는 교수직을 접고 2014년 한국에 돌아와 2015년 3월부터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www.mau mschool.org)를 개설해 다양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치유하고 있다.

마음치유학교는 혜민 스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주제별 소규모 치유 모임이 마련돼 있다.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서로 위로하고 치유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다양한 전문가(고미숙, 박미라 등)들이 만들어간다. 홈페이지에는 ‘성적 트라우마를 위로하고 돌보는 미술 치유’ ‘직무스트레스로 힘든 분들을 위해’ ‘만성통증 감소를 위한 몸사용법’ ‘나의 자존감 향상을 돕는 주말 그룹상담’ ‘아픔으로부터 성장을 위한 소규모 그룹상담’ ‘내 미래를 바꾸는 강점 계발 프로그램’ ‘자녀를 독립시키는 부모들의 마음’ 같은 유·무료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다.  상아탑이나 산속 사찰보다는 사람을 선택한 이유, 그가 세상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와 많은 사람들이 무엇으로 고통 받는지 궁금했다.

인사동 한복판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짧은 순간에도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왔고, 멀리서 악수를 청하러 달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인사동의 한 건물에 세를 들어 있는 마음치유학교는 30~4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공간으로 창문 너머에는 아담한 성당이 내려다보였다.

­-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인가요?

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내 안을 보니까 행동이 말을 못 따라가고 있어요. 진짜 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완벽하지 않은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조소나 조롱으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내 안의 부족함을 불만스러워하는 것도 있지만 따스하게 바라봐주는 자비로운 시선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불완전하지만 우리는 모두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착하게만 살지 말라"는 조언이 있던데…

“내 안에 느끼는 감정들이 있어요. 원하는 게 있으면 쌓아두지 말고 조금씩 표현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게 좋아요. 하다 보면 늘어요.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주문할 때부터 연습을 해보세요. 나 스스로를 억압하면 남도 억압하려고 해요.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 스스로를 억압해요.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거나 갈등을 불안해하기 때문에 남에게 맞춰주려 하죠. 이러다 한순간에 폭발하거나 관계를 끊게 되죠. 사람들은 갈등을 통해 성장해요. 갈등을 불편한 채로 감내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인정받고 안정적인 교수직(햄프셔대 종교학)을 버린 이유는 뭔가요?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잘해야 50명을 가르쳐요. 학생들한테는 인생의 아픔을 나누는 게 아니라 역사나 사상을 객관적으로, 비판적으로 잘 볼 수 있는가 스킬을 가르치죠. 논문을 써도 전세계에서 20명 볼까 말까예요. 그런데 제 책을 읽고 무턱대고 저를 찾아와 울먹거리는 독자가 있어요. 남편을 2주 전에 교통사고로 잃고 제 글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고, 저를 보면 용기와 희망을 느낄 것 같다고… 마음을 열고 가만히 안아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 전해져 와요. 종교인으로서 아픈 사람을 위로해주고 함께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치유학교가 개교한 지 3년이 돼 갑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책임감을 느꼈고, 최대한 선한 곳에 환원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았지요."

-­다른 치유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지점이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게 많아요. 마음이 힘든데 대부분 혼자 힘들어 해요. 사회와의 단절감에서 오는 우울증과 다양한 형태의 아픔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마치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한 마음이 들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사별(死別) 경험이 있는 분들, 암 등 난치병에 걸려서 마음이 불안한 분들, 취업이 안돼 자존감이 떨어진 분들, 유산이나 이혼을 한 분들 등 굉장히 많아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유를 받나요?

“지금 막 아이가 장애를 가진 것을 발견한 엄마가 있어요. 아이가 8개월 됐는데 고개를 못 들더래요. 아이를 볼 때마다 베란다에서 매일 아이랑 뛰어내리고 싶어해요. 어디서도 하지 못했던 얘기를 이 자리에 와서 얘기해요. 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죠. 또 다른 어머니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얘기해줘요. 암 환자의 경우는 자신도 불안한데, 가족들이 울거나 자신보다 더 오버해서 힘들어 하니까 환자가 가족을 위로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겨요.” ­

-주로 어떤 처방을 내리는지?

“단기 프로그램이 있고, 8주 유료 프로그램이 있어요. 주로 3시간씩 하죠. 자격증이 있는 전문 상담사가 있고 저도 참여하죠. 일종의 실험이에요. 종교적인 색깔도 없고, 포교나 이런 것도 아니에요. 개신교인이나 천주교인들도 많아요. 불교식 처방도 아니지요.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아픈 건 종교와 상관없이 아픈 건데 단순히 기도만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것이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현대인의 아픔도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치유해야 효과가 있어요.” ­

-왜 그런가요?

”우리 모임에서는 절대 지적질·조언질하지 말라고 해요. 따뜻하게 들어만 줍니다. 아픈 사람도 답을 알아요. 단지 공감하고 같이 버텨달라는 것이죠. 경청은 사랑의 표현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입니다.“

-혼자가 편하다며 관계를 최소화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딱 우울증에 빠지기 쉽죠. 전업 주부들의 경우 아이들과 남편에게 올인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내 마음처럼 안 따라줍니다. '내가 희생한 건데 왜 내 말을 안 들어' 하고 나도 모르게 분노가 일어나요. 남편에게도 조금 더 내게 잘해줬으면 좋은데 하면서 서운해 하죠.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의 통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망(網) 혹은 지도를 그리고 살아야 해요. 그래야 건강해져요. 정체돼 있거나 막혀 있으면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울분이 쌓여요.“

-인간관계가 어려워도 그것을 통해 성장하라는 말인가요?

”맞아요. 사람은 다양한 관계망을 그리며 살았을 때 행복해져요. 온 우주가 연결돼 있는데 이 자연스러운 섭리를 깨고 자기 삶을 아이와 남편과의 관계로 국한시키는 것은 성장을 멈추는 거예요. 관계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연결감을 느낄 때 행복한 것이 사람이에요. 친한 친구와 깊게 연결됐을 때, 나의 모습이 그 사람 눈에 비쳐서 가치 있게 느껴질 때 행복하죠. TV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 '무한도전'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뭐겠어요. 우리도 몸을 쓰면서 다같이 놀고 싶은 거예요.“

혜민 스님은 마음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 ‘특효 처방전’도 잊지 않았다. 다음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보살님들이 자꾸 내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면서 자신의 마음만 살피는데, 그걸 놔야 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둘 때 내 문제도 해결되는 거예요. 좀 전에도 어떤 보살님께 문을 살짝 잡아드렸더니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요. 작은 것이라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고민을 풀어줄까,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나도 좋아져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보세요.”    

◆100세 시대 친구·철학 필요…‘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치유의 끝이자 깨달음의 끝

-100세 시대의 마음가짐은?

“나이가 들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하고 철학입니다. 남편 혹은 아내가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일 수 있지요. 나이가 들면 죽음 또는 아픈 사람들을 계속 보게 돼요. 인생이 참 무상하구나를 느끼죠. 돈 많이 벌고, 권력을 얻는 것도 사는 방법이지만 태어난 데는 더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고민해봐야죠.”

-더 큰 이유라면.

“내가 누군지를 깨닫기 위한 것. 불교로 말하면 본성(本性)을 찾는 것이죠.”

-깨달음이란.

“치유의 끝은 수용입니다. 깨달음의 끝도 수용이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예 를 들어 성철 스님이 '날마다 좋은 날' 이런 얘기를 해요. 깨달음의 표현입니다.”     

“행복 열쇠는 남에게 주지 말고 내가 갖고 있어야…행복은 가까이 있어요”

혜민 스님은 대중강연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중거이다. 다음은 강연 내용과 강의 키워드, 청중과의 일문일답 등을 발췌·정리한 것이다.

“여러분은 행복하세요? 많은 분이 ‘지금은 아직이요’라고 하세요. 준비한 뭔가를 달성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면, 남편이 술·담배를 끊으면, 직장 상관이 하루 빨리 퇴사하면, 시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시면 좋을 텐데 하면서 지금 당장은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해요. 그런데요 여러분, 그러면 영영 행복해질 수 없어요. 행복의 열쇠를 남에게 주지 말고, 내가 갖고 있어야 해요. 아셨죠? 목표 지향적으로 저거만 하면, 저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여기면 행복해질 수 없어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답니다.”

스님은 “관계가 행복할 때 진짜 행복할 수 있다”면서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찾아보자”고 했다. 그의 강의는 ‘약손’이었다. 듣고 나니 뱃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특히 “스스로에게 ‘나를 위해 버텨준 내 몸, 그간 막 대했던 내 몸에게 고맙다’고 말해보라”는 대목에서는 눈물도 찔끔 나왔다는 사람들도 있다.     
▲ 강연하는 혜민 스님      
                                                          
◆“인연의 문이 닫히면 새 인연의 문이 열리죠”

혜민 스님 페이스북 계정에는 한동안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의 인연도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의해서 변하고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한 친구가 이사 갈 수도 있고, 가족이 아파서 저세상으로 먼저 갈 수도 있고, 어쩌다 연락이 뜸해지는 지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하나의 인연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인연의 문이 놀랍게도 또 열립니다.’  

◆혜민 스님의 강의 노트 ‘마음이 불편할 땐 숨을 편하게 쉬자’

#1 많이 베푼다 

베푸는 것만큼 관계에 좋은 게 없다. 나도 누가 밥값을 내주면 그 사람이 좋아진다. 인덕 있는 사람들은 평소 잘 베푼다. 그렇다고 막 베풀지는 말자. 세 번 정도 베풀었는데 아무 반응도 없다면 선을 긋는 게 낫다. 관계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2 서운하다면 서운하다고 ‘착하게’ 말한다 

서운하다는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렵다. 말하자니 속 좁아 보인다. 그저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일부러 친구들을 서운하게 하려는 사람은 없다. 서운하다면 좋은 말로 말해보자. 상대방이 아닌 내 감정만 묘사한다. 이때는 ‘말꼬리 올리기’가 핵심이다.

#3 몸으로 많이 논다 

우리가 우울한 이유는 못 놀아서 그렇다. 어릴 적에는 몸을 써가면서 놀았는데 어른이 된 뒤로는 체면치레하느라 못 논다. 어릴 때처럼 즐겁게 신나게 놀아보자. 몸을 써가면서 상대와 연결감을 느낄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  

#4 숨을 편안하게 쉰다  

마음이 불편하면 숨이 가빠진다.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숨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다.  다행히 숨하고 마음 상태는 딱 붙어 있다. 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면 숨을 편안하게 쉬어보자. 숨을 편안하게 쉬다보면 마음도 저절로 편안해진다.  

#5 내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을 들여다보자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자꾸만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진짜 많다. 하지만 강아지가 아파서 짖을 수 있는 것처럼, 그 사람도 아파서 그럴 수 있다. 관심 갖고 들여다보자.  

#6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누구에게나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의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곧 장점이다. 특히나 부부들이 서로를 문제라고 여긴다. 많은 분이 내게 부부관계를 상담한다. 잘은 모르지만 서로를 아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청중과 혜민 스님의 문답 “전생을 알려면 이 생을 들여다보세요”

청중 1 - “저는 아들이 셋 있어요. 그런데 셋째가 너무 과묵한데 어쩌죠?”

혜민 스님 - “그걸 문제라 하시면 문제가 됩니다. 정서적인 언어장애, 발달장애가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자꾸만 말을 시키려고 노력하지 말고, 함께 좋은 경험을 많이 하세요. 같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가면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겁니다.”

청중 2 - “다음에 어떻게 태어날지 궁금합니다. 이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궁금하고.”

혜민 스님
 - “훌륭한 분이네요. ‘전생을 알려고 하면 이생을 들여다보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어요. 저는 전생에 불교 관련한 일을 했기에 지금 이런 일을 하지 않을까요. 아마 다음 생애도 그 연장선에 있을 거예요. 다음 생에 더 나아지고 싶다면 지금 내가 좋게 변해야 합니다. 가족과 이웃을 보듬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청중 3 - “49재(齋)는 죽으면 49일 만에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라는데요. 그 이후 차린 제삿밥은 누가 먹나요. 왜 우린 누가 먹지도 않는 제삿밥을 차려야 하죠?”

혜민 스님 - “그 49일이 심리적인 기간입니다. 49일보다 길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이생에 집착이 많은 사람은 쉽게 못 갈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 가겠지요. 좋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좋은 쪽으로 가는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미움과 분노가 많은 곳으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평소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사는 정성인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준비하면서 치유되는 효과를 얻지요.  자식들이 정성을 다하면 그분들이 돌봐줄 수도 있을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요.” 

◆ 혜민 스님은…

1973년 대전에서 출생했다. 1996년 UC버클리대 종교학 학사, 하버드대 대학원 종교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8년 뉴욕 불광사 주지 휘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하버드대 비교종교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2000년 봄에는 경남 해인사에서 6개월 행자 생활을 거쳐 사미계(예비 승려, 2000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받은 박사 논문(종교학, 2006년)을 인정받아 2008년 직지사에서 정식 승려가 됐다. 200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정식 교수(종교학, 2006~2014)가 됐으며 직지사에서 구족계(정식 승려, 2008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젊은 날의 깨달음』(2010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2012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2016년)이 있고, 특히 두 번째 저서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2012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힐링 멘토로 우뚝 섰다.

현재 마음치유학교 교장(2015년~)으로, 대중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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