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영화 ‘파드마바트’, 힌두교의 역사왜곡 반발로 인도 전역 소요사태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8/01/25 [21:56]
무슬림 왕과 힌두 왕비의 사랑 담은 볼리우드 영화

영화 ‘파드마바트’, 힌두교의 역사왜곡 반발로 인도 전역 소요사태

무슬림 왕과 힌두 왕비의 사랑 담은 볼리우드 영화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8/01/25 [21:56]

무슬림 왕과 힌두 왕비의 사랑을 담은 인도 영화 ‘파드마바트(Padmaavat)’가 힌두교의 극렬한 반대에 휩싸이며 인도 전역이 소요사태가 일고 군경이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영화 '파드마바트'는 수피 이슬람 시인 말리크 무함마드 자야시(1477~1542)가 지은 서사시 ‘파드마바트’를 재구성했다. 주인공은 14세기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 라지푸트왕조의 왕비 파드마바티로 허구의 인물이다. 그는 이슬람 왕조인 델리술탄조의 알라우딘 힐지 왕이 공격하자 왕국이 함락하기 전 자결했다. 하지만, 영화는 힐지 왕이 파드마바티의 아름다움에 반해 라지푸트 왕조를 정복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고, 힐지 왕과 파드마바티의 로맨스를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주인공은 스타 배우인 디피카 파두콘(31)과 란비르 싱(32)이 연기했다. 볼리우드를 대표하는 산자이 릴라 반살리(54) 감독의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온 영화 '파드마바트'가 25일 개봉됐다. 폭력 사태를 우려해 인도 전역 여러 주(州)에서 배급업자들이 소요 사태를 우려해 자진해서 영화 상영을 취소했으나 거의 5000개 개봉관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뉴델리와 뭄바이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영화관 주변에는 군과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전일 수도 뉴델리 인근 지역에선 수십명의 어린이들이 타고 있던 스쿨버스에 반(反) 파드마바트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날 뉴델리 인근 일부 학교들은 휴교를 했다. 또 현지 경찰은 버스 공격과 관련해 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부 구자라트 주의 도시 아마다바드의 라닙 버스터미널은 시위대의 위협에 운행을 중단했다. 또 이 도시 내 다수의 쇼핑몰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비하르 주 무자파르푸르에선 시위대가 칼을 휘두르고, 타이어를 태우는 모습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스쿨버스가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되자 인도 최대 야당 국민회의당(INC)의 라훌 간디 대표는 전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증오와 폭력을 사용해 온 나라를 불태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간디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인도국민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신들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극우 성향의 인도국민당이 2014년 정권을 잡은 이후 힌두 국수주의자들의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인도에선 극단적 힌두교도들이 자경(自警)단을 꾸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를 보호한다며 이슬람교 목축업자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13~14세기 힌두 왕조 라지푸트의 파드마바티 왕비의 삶을 다룬 이 영화에 왕비가 술탄(이슬람 지도자) 알라우딘 킬지와 로맨틱하게 엮이는 장면이 들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난해부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제작사 측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존경심을 갖고 왕비를 묘사했다고 말했지만 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더욱이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파드마바티 왕비가 실존 인물인지도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화를 풀지 않고 있다.    

극우 힌두교도들 배후에는 카스트(과거 인도의 세습적 계급 제도)를 신봉하는 단체 '라지푸트 카르니 세나'가 있다. 이 단체 소속원들은 지난해 1월에는 영화 제작자를 공격했고, 영화가 촬영됐던 북서부 라자스탄 세트장에서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뭄바이 인근의 또 다른 세트장을 찾아가 의상과 다른 소품을 불태우기도 했다. 단체의 우두머리는 지난해 말엔 여주인공인 디피카 파두콘이나 감독 산자이 릴라 반살리를 목을 베는 사람에게 5000만루피(약 8억4200만원)을 주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