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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평화 제전과 외교전의 무대가 된 평창 올림픽
‘평창’ 이후 한반도평화 위해 이번에 북핵 해법의 단초 마련해야
기사입력: 2018/02/09 [14:2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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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2월9일 개회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대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올림픽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가치인 ‘평화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전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고,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올림픽 참가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단숨에 ‘올림픽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전쟁으로 인한 공멸(共滅)을 피하려고 고심 끝에 4년 간격의 올림픽 제전(祭典)을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을 구현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두 개의 대표단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으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포츠가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 한번 치른다고 금방 평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간만이라도 갈등과 반목을 잠시 멈추고 화합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남북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좋고 소통도 잘되어 마치 한가족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아이스하키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의 평가가 가슴에 와 닿는다. 먼저 소통하고 신뢰가 쌓이면 전쟁도 막을 수 있다. 이제 어렵사리 마련된 평화와 화합의 토대에서 그동안 흘려온 땀의 결과를 즐길 때가 됐다. 

국내 팬들은 단일팀이 1승 이상의 성적, 한국 선수단의 금 8개 획득과 종합 4위 달성 등을 응원할 것이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강하게’가 올림픽 표어인 만큼 최고를 갈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높은 가치는 열정과 노력 그 자체이다. 이번 대회에는 난민 출신인 섀넌 아베다(에리트레아)와 벤스니크 소콜리(코소보·이상 알파인스키), 아프리카판 ‘쿨러링’인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 역시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쇼트트랙)와 말레이시아(알파인스키·피겨) 선수들이 나온다. 그밖에 45세의 빙상선수(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도, 청각장애 봅슬레이 선수(김동현) 등도 출전한다. 팬들은 이들의 당찬 도전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판커진 평창 외교전, 北美대화 물꼬 트는 계기될 수도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좌우하는 외교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북한의 최고위급 요인(要人)들이 속속 방한(訪韓)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북·미(北美)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물밑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동시에 평창 무대에 등장해 판이 커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미국과 북한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문재인 정부가 북미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중재외교’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김여정의 올림픽 참가로 남북(南北) 대화의 문호는 활짝 열린 분위기다. 청와대는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의 파견을 남북 긴장완화를 향한 북한의 의지로 평가하면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표단 오찬 일정을 잡았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도 9일 강릉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쳐 남북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특히 ‘J에게’를 비롯한 한국 가요와 팝송을 대거 선보여 체제선전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나 선발대 일정 번복을 둘러싼 의심을 씻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안보 위기를 일소할 수는 없다. 남북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고 최종적으로 북한 핵·미사일 해법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평화 프로세스의 목표는 문재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한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런 과제를 분명히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비핵화는 나란히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과의 만찬에서 전한 뜻도 매한가지다.

물론 워싱턴과 평양이 최근까지 주고받은 아슬아슬한 메시지를 감안하면 양측의 대화는 난제 중의 난제이다. 다만 최근 들어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듯한 북미 양측의 미세한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 및 제한적 타격론이 미국 조야에서 가시지 않았지만 워싱턴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도 외무성 당국자의 입을 빌어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긋긴 했지만, 도리어 미국의 의중을 떠보려는 뜻이 강해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이 8일 건군절 열병식 행사의 규모를 축소하는 등 최대한 자제하는 자세를 보인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외신 기자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해 열병식을 생중계했던 과거와 달리 외신 취재를 일절 허가하지 않은 채 이날 오전 행사를 녹화중계로 내보냈다.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둔 군사 퍼레이드는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도발행위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북한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북미 대화의 여지를 만들려면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북한을 견제·견인하고 미국을 설득하는 적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북한이 김여정을 평창 올림픽에 파견한 전략적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이 여전히 제재국면을 강조하면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북한 비핵화를 출구에 둘 때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지렛대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 문 대통령이 한정 상무위원을 만나 모종의 메시지를 전한 뜻도 비슷하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여정과 올림픽 기간에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북·미 모두 올림픽이 끝나고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지 않으려면 평창 올림픽을 대화 접점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北美日 ‘평창 외교전’…한반도 평화 정착의 토대되길

북한의 김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의 일원이 남녘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방남(訪南)이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그가 ‘김정은 대리인’ 자격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갖고 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단 그의 방남은 세계의 이목이 쏠린 평창에서 평화공세를 강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올림픽 악용을 막겠다는 펜스 미국 부통령 활동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응하는 다목적 카드 성격이 짙다. 김여정 부부장이 방남 함으로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자 회원국 여행금지 대상인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동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북제재 흔들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김 부부장 역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여간 심상치 않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도쿄(東京)에서 회담을 갖고 대북 압박을 위한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핵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핵 포기를 전제하지 않는 남북대화와 평화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남북 양쪽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런 마당에 여권 인사들이 미·일(美日) 우방국을 향해 험구나 쏟아내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국회부의장 출신인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펜스 부통령은 잔칫집에 곡(哭)하러 오고, 아베 총리는 남의 떡에 제집 굿할 심산”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아베 총리를 ‘졸개’로 폄하했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급한 언행들이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방남과 관련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의 방남으로 평창은 북·미가 치열하게 외교전을 펴는 무대로 떠올랐다. 이번에 북핵 해법의 단초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한반도 안보는 평창 이후 더욱 위중해질 것이다. 정부는 확고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평화를 향한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도발 의지를 접고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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