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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무 목사의 ‘일상 속 묵상’
값싼 은혜, 값싼 믿음① 영화 <밀양>
혼재(混在)와 모호성(模糊性)의 구축
기사입력: 2018/02/13 [11:2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하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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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재(混在)와 모호성(模糊性)의 구축    

정통 그리스도교의 가치 개념 가운데 핵심인 ‘은혜(Sola Gratia)’는 ‘믿음(Sola Fide)’과 함께 하나님께서 인간의 조건에 따라 어떠한 영향을 받거나 좌우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 행위라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이후, 역사적으로 사도들의 신앙 전통을 계승한 속사도, 교부, 정통 신학자들은 성경이 진술한 이 두 가지 가치 개념을 분리할 수 없는 구원의 조건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이는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를 통한 구원의 충족성(sufficiency)만이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학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인본주의 해석학에 의한 자유주의 신학 사상이 교회 안에 유입되면서 성경의 이 두 개념은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노력과 선한 행위’를 포함한다는 것이며, ‘믿음’은 ‘의지’의 결과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은혜와 믿음은 조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성경에 반한 사상이 등장한 것입니다. 
▲ 기욤 파렐과 존 칼빈과 테오도뤼 베자와 존 낙스(좌측부터) (제네바 주네브 바스티옹에 있는 개혁자의 벽)  

이러한 비성경적인 풍토는 18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하면서 19세기에 들어와서 만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교회의 건전한 기독교 교단과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심지어 반목과 투쟁을 야기하기까지 했습니다. 18세기 후반 이전까지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고대와 중세의 신비사상과 연결되어 있는 영적 경험을 강조하는 비성경적 프로테스탄트 교파와 인본주의적 프로테스탄트 교파가 등장하였으나, 개혁된 역사적 정통 그리스도교 교회와 공동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 사상은 20세기에 들어와 더욱 활개를 치면서 정통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이탈한 ‘중세교회의 부패한 교회 조직과 기구 중심의 교회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리스도교적 종파와 불건전한 신학사상의 조류 그리고 ‘개인의 영적 체험에 기반’한 성령의 초자연적인 은사를 강조한 비성경적 프로테스탄트 교파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생한 또 다른 유사 기독교 집단과 축(軸)을 같이하면서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의 성경적 기준이 혼재(混在)되어 더욱 모호(ambiguity)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20세기 전반을 주도하면서 세속적 현대교회의 특징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21세기 현대교회의 주류 양상은 ‘기복적’, ‘물질적’, 신앙 전통이 아닌 ‘조직적 전통관’ 그리고 ‘자기중심적 신앙관’이 성경적인 신앙으로 대체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영화 <밀양> -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곡해와 현대교회의 실상    

지난 2007년 5월에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밀양>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입니다. 이 감독은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출신 감독입니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 역량은 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와 조감독으로 참여하여 두각을 드러내면서, 1995년에는 시나리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수상과 다음 해인 '96년에 도시화와 근대화의 암울한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작 시나리오 <초록물고기>을 통하여 감독으로 데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신인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하여 국내 영화제의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20여 개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군사독재 시대의 어두운 면을 그려낸 그의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는 이 감독을 명실상부한 한국영화의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르게 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현역 영화감독으로는 최초로 문화부 장관도 되었습니다. 장관직에서 물러나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네 번째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만든 영화가 바로 <밀양>입니다. 이 영화는 이청준의 원작인 ‘벌레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 감독의 영화를 다 보았지만, 현대 한국 기독교를 소재로 만든 <밀양>은 안 볼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밀양>은 ‘용서’를 주제로 하여 사회적인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현상을 다룬 작품입니다. ‘용서’는 기독교의 구원론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주제 입니다. 영화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주인공 신애는 남편의 고향인 밀양을 찾아와 자리를 잡습니다. 터전을 일구어 가는 가운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를 당하고 맙니다. 약사부부의 권유로 마음을 추스르고자 교회에 나가지만 아들을 살해한 유괴살인범 때문에 몸서리를 치는 고통을 겪습니다. 그녀는 고통 중에서도 원수를 용서하고자 결심하고 어느 날 교도소를 방문합니다. 하지만 유괴살인범을 대면한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합니다. 유괴살인범 스스로가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며 아주 평온한 태도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을 유괴 살인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 죄책을 갖거나 전혀 양심의 가책을 찾아 볼 수 없는 그를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는 교도소를 나오고 나서 결국 실신하고 맙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신애가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인 자신의 의지나 용서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용서를 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분노하여 항의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현대교회의 전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안티 기독교 영화’라고 한동안 성토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영화가 비록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살해당한 한 여인의 측면에서만 그려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스도교의 참된 신자라면 간과할 수 없는 현대교회의 신앙 양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실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은 뼈아프게 자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밀양>의 영어명인 ‘Secret Sunshine’(비밀스런 햇빛)의 의미처럼,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오늘날 각종 사이비 이단 종파와 세속교회가 ‘성경 진리’를 곡해한 ‘현상’ 이면의 ‘본질’을 ‘간과’한 것은 이 영화의 결정적인 한계였습니다.     

또한 영화 전반에 묘사된 사실성은 마치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신앙’인 것처럼 연출되었다는 점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이창동 감독이 ‘객관적 사실주의’에 조차 근접하지 못한 인문학적인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빈약한 원작을 대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가정할지라도 감독의 연출은 제2의 창작을 위한 과정임을 고려해 볼 때,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대한 현상을 皮相的(피상적)으로 다룬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원작 영화 ‘죄와 벌’을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 영화 김은국의 원작 ‘순교자’를 감독한 유현목 감독의 연출과 매우 비교되는 영화였습니다. (계속)     

* 하승무 목사는 한국예수교장로회(OPCK) 기관 목사이자, 시인이다. 현재 한국장로회신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봉사하고 있다.<kpts@kp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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