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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중국의 '샤프파워'…주변국 내정까지 간섭
中, 국가 핵심이익 수호 명분 무차별 압박…국제사회 우려 목소리 쏟아져
기사입력: 2018/03/10 [10:5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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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총리 임기 동안 ‘중국과 영국의 황금기’를 선언할 만큼 중국과의 좋은 관계 유지에 고심했다. 미국의 글로벌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영국, 미국, 호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겁주는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중국의 강압적인 압박이 캐머런 전 총리의 친(親)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난 1월9일 보도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2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이후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는 단순한 두려움이 영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2 미국 3대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12월14일 ‘미국 유력 잡지의 편집권이 중국 자본에 침탈당했다’며 포브스(Forbes)가 반중(反中) 성향 칼럼니스트의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칼럼니스트의 기존 칼럼들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계 미국 변호사 고든 창과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앤서스 코르의 계약해지 사례를 거론했다. 포브스가 2014년 홍콩 주재 인티그레이티드 웨일 미디어사에 인수돼 중국계 자본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중국 관련 기사에 대한 편집권의 훼손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포착됐다는 것이다.

#3 미국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지난 1월초 고객 설문조사를 하면서 거주지역에 티베트·홍콩·마카오·대만을 따로 설정했다. 중국 당국이 강하게 비판하자 메리어트 측은 사과 성명을 냈고, 중국 정부로부터 호텔 웹사이트와 앱 접속이 1주일간 차단당하는 제재를 받았다. 물론 메리어트 호텔이 같은 중국 지역을 따로 표기한 것은 잘못일 수 있지만, 중국 당국의 고압적인 처사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핵심 이익 침해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잘 보여줬다.  
            
중국, 경제 과실 대가 접근…체제 비판 물타기

중국이 은밀하게 행사하는 샤프파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샤프파워란 중국의 음성적인 영향력 행사를 의미한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민주주의를 위한 기금(NED)’은 자신의 이익 침해에 날카로운 힘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샤프 파워’(sharp power)라는 개념을 최초로 내놨다.

군사력과 경제력의 하드파워(Hard Power), 문화적 차원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중국이 막대한 경제력과 시장을 무기로 강압, 회유, 협박 등을 통해 기업 또는 국가에 위협을 가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국립기금’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협박과 교묘한 여론·정보 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면서 샤프파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 2017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바이두 홈페이지 캡쳐      
 
◆샤프파워에 우려 쏟아내는 서방

서방 언론이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에 앞다퉈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중국 경제력이 팽창하고 대외교류가 확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친밀감보다는 경계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2017년 12월12일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고압적인 간섭과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며 “서방이 이제 중국에 대한 진실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간 서방은 중국의 발전을 지켜보며 권위주의 공산당 지배체제의 중국이 경제개방 및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민주주의 등 서방의 가치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WP 칼럼니스트 조지 로긴도 “중국이 체제에 대한 비판을 완화하고자 서구 정치인들에게 경제적 과실을 대가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글로벌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도 지난 12월 서방국가에 대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의 작동원리를 보도하고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압박, 회유, 위협 등을 통해 해당 국가나 대상 기관의 자기검열을 유도한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시장진입 및 사업권, 정보 접근권 등을 매개로 중국에 알아서 복종하라는 암묵적인 경고가 샤프파워의 실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가 중국 인권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그리스 항만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받은 사례를 들었다. 또 호주의 한 출판사가 중국 샤프파워가 두려워 중국 비판 서적을 회수한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인·대학·연구소·기업 등 무차별 압박

사기, 매수, 압박을 통해 각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는 대표적인 샤프파워다. 독일 언론은 중국 정보기관이 “독일과 유럽 의회의원, 군 고위관리, 연구기관 대표 등을 포섭하려는 활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은 2017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고리로 중국인 스파이들이 독일 공무원과 의원 등 1만 여명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도 중국과 경제적 교류가 있는 정치인에게 중국 요원이 접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호주는 중국의 침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야당 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는 중국계 부동산 재벌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 사임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외국인이나 외국 기관이 국내 정당 및 정치단체 후원을 금지하는 법률도 제정키로 했다. 뉴질랜드에서도 현역 중국계 의원이 스파이 교육을 받은 이력을 숨긴 채 의원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단체관광금지 등 경제교류를 고리로 그동안 한국을 압박한 것도 명백한 샤프파워다.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와 학문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 미중교류재단(CUSEF)의 자금 지원 제안을 거절했다. CUSEF와 중국 정부의 관계를 걱정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시장에 진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독일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월6일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달라이 라마의 명언을 광고 카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중국 국민의 감정에 상처를 줬다”며 사과했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와 호주 항공사 콴타스, 미국의 델타 항공도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일로 사과했다.                          
▲ 미국 언론 ‘브라이트바트’(Breitbart)는 지난 1월16일 “미 텍사스 주립대가 중국 기부금을 거부한다”고 보도했다. /브라이트바트 홈페이지 캡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나 서방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는 것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조치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화웨이가 미국 이동통신 업체인 AT&T를 통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나 미국 송금회사인 머니그램에 대한 알리바바의 M&A 계획이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경제부도 최근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강연과기그룹(中國鋼硏科技集團)의 자회사가 독일 항공기 부품 제조사인 코테자(Cotesa)를 인수하는 안을 보류시켰다.
  
◆미국 상원의원과 중국의 ‘거래’

중국은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도 교묘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스티브 데인스(공화당·몬태나주) 상원의원과 ‘거래’를 들 수 있다. WP 보도에 따르면 몬태나산 쇠고기를 중국에 수출하려고 공을 들여온 데인스 의원이 중국대사관 측의 요청으로 티베트 지역을 관리·감독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 사절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하는 효과를 희석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데인스 의원은 그 대가로 2억 달러(약 2152억 원) 규모의 쇠고기 수출을 따냈다. 데인스 의원은 워싱턴DC 중국대사관 앞거리의 이름을 중국 반체제 인사인 고(故) 류샤오보의 이름에서 따와 바꾸자는 법안도 반대해왔다. WP는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노력의 하나로, 경제적 인센티브와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대담하게 결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미국의 미디어, 문화계, 싱크탱크, 학계 등에도 자금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자국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민주주의 사회인 서방 각국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샤프 파워 전략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거세지는 중국의 '샤프'파워‘… “英, 면세점 차별은 국가 몰락의 징후?”

“매우 수치스럽다. 영국 몰락의 징후다.”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锡进) 편집장은 지난 2월12일 난데없이 영국을 맹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로, 사드 배치 논란 당시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졌나”고 맹비난했던 중화주의 성향 신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즐겨본다는 이 신문의 총책임자인 후 편집장은 이번엔 도대체 어떤 사건을 두고 ‘영국 몰락’이라는 진단을 내렸던 것일까.
▲ 후시진 편집장     
  
◆英 면세점 상점 가격 정책에도 ‘발끈’

발단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내 한 면세점이 중국행 승객의 할인 쿠폰 제공 조건을 상향 조정하면서부터다. 이 면세점은 250파운드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20% 할인 쿠폰을 주곤 했는데, 춘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행 승객에게는 할인 쿠폰 혜택 조건을 1000파운드로 올린 게 화근이었다. 이에 한 블로거가 할인조건 등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쓴 글을 올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가 시끌벅적해졌다. 후 편집장은 여기에 편승해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이었다.                       
▲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영국 면세점의 가격정책을 문제 삼는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웨이보    

환구시보는 이 문제를 사설로도 다루면서 2월12일자에 “이번 사건은 중국인들의 대(對)영국 여론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며 “중국인들은 지금 ‘영국인들이 크나큰 빈곤에 빠져서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있나’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 편집장은 이 사건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고도 하는 등 다소 황당한 주장도 내놨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히스로 공항의 가격 정책은 고객 입장에서 시정 조치가 필요한 이례적 사안으로 여겨졌다. 이날 영국 공항 측 역시 즉각 사과문을 게재하고 시정 조치를 내렸다.  
 
◆무인양품·자라·델타항공·몽클레어 등 글로벌 기업 줄줄이 뭇매

자국의 주권이나 이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국의 주장을 관철하려 노골적인 협박과 황당한 주장을 쏟아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논쟁의 여지가 있거나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중국인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게 갈등을 키우는 것도 문제다. 대만 표기법을 둘러싼 문제는 갈등을 부추기는 단골 사례다. 올해 들어서만 메리어트 호텔, 델타 항공, 자라, 몽클레어 등이 중국 네티즌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중 대만 선수단 입장 당시 국내 방송사들이 송출한 국적 표기 자막을 두고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한글 자막을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라고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 중국 인민일보는 매리어트호텔의 지도를 문제 삼아 서둘러 표기를 바꾸라고 압박했다./트위터  

중국 정부가 여론전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월말엔 일본 생활용품 업체 무인양품이 배포한 지도에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가 누락됐다며 지도 폐기를 명령했던 게 대표적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반박하며 설전이 벌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묘하게 상대국에 압박 가하는 ‘샤프 파워’

‘샤프 파워’는 회유와 협박, 교묘한 여론 조작 등을 통해 상대국의 정치·정보 환경에 영향을 미쳐 적대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내부의 정치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조직적으로 억압하는 데 성공했던 파워를 이제 국제사회에도 표출한다는 취지다.예를 들어,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던 당시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소용돌이에서 개구리밥이 될 것’,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고 멍청해진 것 아니냐’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연일 쏟아냈었다.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음에도 이로 인해 ‘사드 찬성’ 여론이 중국의 의도대로 흩트려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가 해결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샤프 파워’의 위협이 거듭되면 대상자가 스스로 민감한 주제를 피하는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공개(openness)와 투명성이 최고 자산인 민주국가들은 중국의 ‘샤프 파워’ 사례를 적극적으로 노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서방이 만들어낸 허구의 개념” 반박

중국 사프파워 전략은 중국의 핵심이익 수호와 관련이 깊다.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국가적 이익의 영역이다. 중국 정치제도 및 국가안보 보전, 국가주권과 영토안정, 그리고 경제 및 사회의 지속적 발전 등 크게 3가지 영역을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때 서슴없이 샤프파워가 행사된다. 중국의 대외정책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세상을 뜨면서 당부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벗어나 이제는 분발유위(奮發有爲)에 이르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10월 ‘주변국 외교공작(업무) 좌담회’에서 분발유위를 직접 거론했다. 분발유위는 ‘중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면 적극 분발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샤프파워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서방국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학술적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중국 급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중국의 세계적인 도전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이데올로기적 용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호주의 반중국 정책에 대해 중국 관영언론이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을 연상시킨다”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환구시보의 영문판)는 1월29일 사설에서 “샤프파워는 서구 미디어가 중국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관적 가치판단에 불과하며, 서구의 편견을 보여주는 ‘의사 학술적’(pseudo-academic) 개념”이라며 “중국은 중국적 가치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중국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이면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패권 추구하지 않는 것과 자신의 이익 절대 포기하지 않는 건 모순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와 평화롭게 발전(和平發展)한다는 공공외교 이념과 소프트 파워로 미국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중국몽(中國夢)’을 대내외에 과시한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 대회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는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보고에서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확장의 길도 가지 않겠다”면서도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것과 자신의 이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된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에 둘 때 강대국은 패권주의로 흐른 것을 역사는 증명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전통적 ‘중화(中華)사상’을 의미하는 중국몽을 내세우면서 이런 내적 모순은 잉태됐다. 중국이 국제 협력과 문화 교류 등 소프트 파워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선택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이런 긴장 관계가 잘 드러난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중국이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와 유럽 34개국에서 추진하는 교통 인프라 사업의 89%가 중국 기업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을 통해 상호 이익과 인류의 미래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한 중국의 약속이 빈말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샤프파워가 무소불위의 힘으로 작용하는 것을 두고 서방 국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딜레마 문제가 등장한다. 샤프파워는 두가지 딜레마 속에서 탄생했다. 우선, 중국의 거대한 세력 확장이 두려우면서도 중국시장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중성을 파고든 게 바로 샤프파워다. 더욱 큰 딜레마는 바로 늙은 대륙의 무력감이다.

유럽과 미국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지나고 혁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거대한 성장 앞에 나약해졌다. 서양과 동양의 거대한 충돌 속에서 무기력해진 서양과 허를 찌르는 전략전술을 구사하는 중국과의 대결구도가 현재의 모습이다. 샤프파워에 대한 처방책 마련은 두가지 딜레마에서부터 찾아가야 한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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