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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
가신신앙의 특징과 종류②고사 성주신 삼신할머니
경제권과 종교 의례 집행권까지 모두 소유한 조선의 주부
기사입력: 2018/05/15 [06:3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장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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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사   

고사란 집에 거주한다고 믿어지는 신들에게 지내는 것으로 이는 진적으로 주부가 관장하는 의례이다. 조선의 규범은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남녀를 강하게 나누어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했다. 그런 까닭에 바깥일은 남성이 주도했지만 집안의 일은 경제권을 포함해 전권을 주부에게 일임했다. 그 결과 집안과 관계되는 신앙은 주부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조선 시대의 주부들이 집안에서는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웃나라인 중국과 비교해 보면 경제권과 종교 의례 집행권까지 모두 소유한 조선의 주부는 그 권한이 컸다고 하겠다. 이에 비해 경제권과 종교 의례 집행권까지 모두 소유한 조선의 주부는 그 권한이 컸다고 하겠다.     
▲ 경제권과 종교 의례 집행권까지 모두 소유한 조선의 주부의 권한을 느끼게 하는 고사.          

고사는 10월에 추수를 끝내고 지내는 게 보통이다. 많은 경우 주부가 혼자 집전하지만 여유가 있으면 무당을 초청해서 하기도 한다. 의례 형식은 단순하다. 고사떡이라고 해서 시루떡을 쪄서 각 신들이 소재한 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된다. 물론 떡만 올리는 것은 아니고 막걸리나 북어 같은 것도 같이 올린다. 고사 절차가 끝나면 그 떡은 반드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그러면 조선의 주부들은 과연 어떤 가신을 어떻게 모셨을까?

가신들은 건물 안에 사는 신들과 집터 안에 사는 신들로 구별할 수 있다. 우선, 건물 안에 사는 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신은 뭐니뭐니해도 집의 대들보에 산다고 믿어지는 성주신이다.     

사진: 경제권과 종교 의례 집행권까지 모두 소유한 조선의 주부의 권한을 느끼게 하는 고사.     

2)성주신(가옥의 수호신, 가내평안과 풍년기원, 부귀번영 및 병 치유를 비는 신앙)     

이 신이 중요한 이유는 그 집안의 가장을 수호하는 신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신이 거주하는 공간은 마루인데 마루라는 단어가 ㅡ‘산마루’,‘고개마루’의 경우처럼ㅡ꼭대기를 뜻하기 때문에 마루는 존장자가 머무는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주로 안방에서 이루어진다. 안방은 집안의 가장 어른의 공간이면서도 성스러운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부부의 성 생활이 일어나는 곳이다. 성리학이 대세였던 조선은 생산을 목적하지 않는 부부생활은 아름다운 행위로 보지 않았다. 그런 사랑은 밖에서 다른 사람과 즐겼다. 그 결과 기생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 소실이란 이름의 성욕배출구를 별도로 만들어 향우하기도 했다. 안방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먹고 자고 자식도 낳고 마지막에는 그곳에서 죽는다. 그러나 죽은 다음에는 신위가 되어 마루에서 제사를 받아먹는다. 굿이나 결혼식 같은 신성한 의례는 모두 마루에서 이루어진다. 집안의 중심은 마루이며 깨끗한 공간으로 여겼다.

성주신은 이런 신성한 공간에 모셔지는 것이다. 성주신은 그 집안의 으뜸 신으로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다.

성주신의 몸체는 지방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종지(작은 그릇)에 쌀 같은 귀중한 곡식을 넣고 한지로 덮어 마루 귀퉁이에 놓거나 대들보에 올려놓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경우에는 동전을 넣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집은 대청의 대들보 밑이나 상 기둥의 윗부분에 백지나 무명을 직사각형으로 접어서 실타래로 묶어 놓았다. 어떤 집은 막걸리에 적신 한지를 떡과 함께 손으로 주물러 반구형으로 만들어 붙여놓는다. 집이 한옥이 아니고 양옥인 경우에는 종지를 달아 놓을 곳이 없었다. 그때 주부는 한지를 접어서 봉투를 만들어 그 한 면에 쌀알을 붙이고 안에는 동전을 넣어서 벽 위쪽에 붙여 놓기도 한다. 그리고 무당이 와서 치성을 드렸는데 그것이 고사의 한 순서다.

무속에서 보면 성주풀이 같은 서사 무가가 있다. 집안에 기거하는 신령을 이렇게 노래한 것은 성주에게만 국한되는 것 같다. 고사는 이렇게 성주신에게 치성을 드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모습이라야 아주 간단하다. 먼저 마루에 고사떡을 올려놓고 그 위에는 북어나 실타래 같은 것을 얹고 촛불을 켜놓는다. 그리고 떡 앞에 막걸리를 부어 놓고 거기다 절을 한 후 올 한해를 무사히 넘긴 것을 감사해 하며 소원을 빈다.

성주신에 대한 의례는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한 뒤에 성주맞이 굿을 하고 신체를 봉안한다. 매년 봄과 가을에 드리는 안택고사는 성주신을 대상으로 한다. 설날,추석과 같은 명절이나 재수굿을 할 때에도 성주신에게 제를 올리고 기원한다.

성주신을 새로 맞이하여 봉안할때는 세대주(가구주로 남자)의 나이가 27,37,47,57 등 7자가 들어가는 해 음력 10월에 성주맞이굿을 하게 된다. 이 나이는 지역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경상도 지방에서는 33,47,53 등 3과 7의 해에 하고, 충청도의 일부 지방에서는 29,39,49 등 9자가 드는 해에 하기도 한다. 쌀은 주로 음력 10월에 햇곡식으로 바꿔 넣는다. 이 속에 넣었던 곡식은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밥을지어 가족들만 먹는다. 그 곡식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복을 내보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3)삼신할머니(삼신제적)     

삼신은 자녀를 점지(點指)하여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는 신이다. 이 신이 있는 자리는 안방 아랫목이다. 신체는 그리 흔하지 않으나 삼신자루라 하여 한지로 만든 자루 속에 쌀을 넣어 아랫목 구석의 벽에 높직이 달아내 놓는다. 쌀을 바가지나 동이에 담고, 시렁을  만들어 거기에 얹어 놓기도 한다. 이를 각기 삼신바가지 또는 삼신동이라 한다. 삼신을 한자로 ‘三神’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삼은‘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어서 이에 해당하는 한자는 없다. 그러므로 삼신을 한자로 쓰고자 할 때에는 ‘태신(胎神)’ 또는 ‘산신(産神)’이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 삼신은 일반적으로 ‘삼신할머니’로 불리는데 지역에 따라서 달리 부르기도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삼신을 ‘지앙’이라 하고, 경상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세존할머니’라 일컫는다. 집안에 따라서는 삼신할머니와 삼신할아버지 부부를 함께 모시기도 한다.

어린아기가 태어나면 엉덩이에 파란 점이 있다. 이를 사람들은 아기를 점지해준 삼신할머니가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낸 아기에게 ‘이제 그만 나가거라!’하고 엉덩이를 때려서 생긴 점이라고 한다. 이것은 몽골리안 반점이 생긴 내력을 설명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삼신에게는 기자(祈子)와 육아(育兒)의 제의를 올린다. 차례 때에 제를 올리기도 하고, 별식을 마련하였을 때에도 한 그릇 바친다.

삼신바가지(삼신단지)에 담긴 쌀은 일 년에 한 번씩 햇곡이 나면 갈아(교체) 넣는다. 묵은 쌀은 집안 식구끼리만 먹으며 절대 남에게 주지 않는 것은 다른 가신과 마찬가지다.

삼신할머니의 주 업무는 아이들과 관계가 있다. 아이의 수태부터 시작해서 임신기간, 출산, 양육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주는 신이 바로 이 삼신할머니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이를 보호하는 수호 신령이다.

그래서 이 신은 여성이고 여성 중에서도 노련한 할머니로 묘사된다. 안방은 앞에서 잠깐 본 것처럼 출산이나 사망과 같은 부정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삼신할머니는 모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부정한 것을 너끈히 참아낼 수 있다. 이 신이 사는 곳은 안방  아랫목 윗벽에 있는 시렁 위의 작은 단지에 쌀이나 보리를 넣고 한지로 덮어 놓는다. 그리고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마루에서 성주신에게 떡을 바친 다음 안방에 와서 이 신에게 같은 일을 한다. 삼신할머니는 다른 때에도 이런 치성을 받는데 아이를 낳는 직후가 바로 그때이다. 삼신메라 일컫는 것으로 밥을 정갈하게 해서 이 신령에게 바치고 산모와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빈다.

삼신 신앙 중에 중요한 제물은 미역이다. 산모에게 먹일 미역은 값도 깎지 않으며, 산모 용 미역을 싸줄 때 가게 주인은 미역을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주는 풍습이 있다. 이는 미역의 값을 깍거나 그 줄기를 꺾으면 태어나는 아기의 수명이 줄고 산모가 난산을 한다 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돌잔치에 실, 칠성앞에 실, 중국인들의 냉면에 가위질하면 기겁을 한다. 길수록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안방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엌이다. 부엌에는 불이 있다. 불은 많은 사회에서 신성시되어 왔다. 물과 함께 정화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불이란 모든 것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정화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전에 장례식을 할 때 관이 집을 나가면 아궁이에서 불을 땠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불로써 시체의 부정을 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습속이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사 간 집에 성냥을 사가지고 갔다. 이것은 불이 타듯 재산이 불라는 의미가 있다. 예전에 불씨를 꺼뜨리는 며느리는 집안을 망하게 할것이라 하여 쫓아내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불과 재산을 직접적으로 관련시키는 의식 때문일 것이다. 성냥 대신 술술 풀리라는 의미로 두루마리 휴지나 세제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불이 이렇게 신성시되니 불신이 없을 수 없다. 이 신의 이름은 조왕신(竈王神)이다.
(삼국유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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