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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신앙의 특징과 종류5(끝).성스러움과 속됨이 교차하는 집에 대한 예의

장정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8/05/18 [08:48]
사찰이나 교회, 성당 이외에는 철저히 세속화시킨 집

가신신앙의 특징과 종류5(끝).성스러움과 속됨이 교차하는 집에 대한 예의

사찰이나 교회, 성당 이외에는 철저히 세속화시킨 집

장정태 논설위원 | 입력 : 2018/05/18 [08:48]
▲ 가신신앙이 할발할 때는 대들보를 올리면서 상랑식을 거창하게 했다. 이제 그 자리에는 개신교의 축성기도회가 자리잡고 집은 이제 종교적 장소에서 무정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집은 하나의 무정물에 불과하다. 그저 모여서 밥을 먹고 잠만 자는 공간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최근에는 이동식 주택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제 더 정(情)도 갖지 않는다. 예전에는 대들보를 올리면서 상랑식을 거창하게 하고 동네 공부하신 어르신의 상랑문이 올라가는 일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개신교 신자라면 축성기도회(혹은 입당 감사예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꼭 좋은 현상일까?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처인 사찰이나 교회, 성당에 가면 성스러운 공간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종교적인 행위를 한다. 그런 성스러운 행위는 사찰이나 교회, 성당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의식구조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행해지는 의식만이 성스러운 종교적인 의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가치관이다. 그 외에는 다른 공간은 철저하게 세속화시킨다.

그에 비해 옛사람들은 성스러운 공간과 속된  공간을 굳이 양분하지 않고 있다. 속되다고 생각하는 부부관계가 이루어지는 안방이란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그곳에서 태어나고 죽음도 맞이한다. 성스러움과 속됨이 교차하는 것이다. 밖에서 죽는 것을 객사라 하여 금기시 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도 임종은 자신이 살았던 집에서 자손들을 불러놓고 마지막 고별의 인사(유언, 임종)를 하던 전통은 사라졌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병원으로 옮기고 영안실, 장례식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언도 자손에서 의사․간호사 이제는 간병인이 임종을 맞이한다. 세태의 변화를 절감하는 것이다.

뒷산에 있는 산신당도 성스러운 공간이란 의식을 가지고 있듯이 지금 내가 사는 이 집도 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집이 일방적으로 성스럽거나 속된 공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인간이 태어나고 결혼하고 죽고 하는 인간의 모든 일이 집안에서 일어나니 성스러운 일과 부정한 일이 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집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집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소중하다면 그것은 성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집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옛사람들은 “집안에서는 이사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집이 들으면 서운해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집이 살아있다고 생각해 집안의 모든 중요한 장소에 신령이 있다고 상정한 것이다. 그래서 집안 어디에 있든지 항상 경건한 삶의 태도를 가졌다.

이런 삶이 어떠했는가를 알기 위해 우리는 메리 더글라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는 『깨끗함과 위험』이라는 책에서 유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지키는 종교적인 규범이나 금기를 분석했다. 가령 어떤 날에는 일정한 그릇만 사용할 수 있고 일정하게 처리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등의 금기적인 규정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거기에도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신실한 유대인들은 신을 잊어버리기 쉬운 일상생활에서조차 이런 금기를 도입함으로써 항상 신과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금기를  지키게 해 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해이해지기 쉬운 일상생활에서도 신령을 도입시켜 집안 곳곳에서 신성함을 느끼는 충일한 삶을 산것이다. 이러한 민간 신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옛사람들은 항상 현장을 넘어선 신적인 세계와 끊임없는 교류를 하면서 보다 더 전일적인 삶을 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상 숭배와 가신 신앙으로 대별될 수 있는가하는 신앙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두 가지 신앙은 남성 대 여성이라는 상보적인 위치에서 가신 신앙을 이루어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은 것은 조상 숭배뿐이다. 이것은 주거 형태가 바뀐 데에서 기인하는 바도 있을 테지만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그런 상전벽해식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가부장적인 원리와 내 가족 중심주의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핵을 이루고 있는 단자는 다름 아닌 가족이다. 한국인들의 혈연에 대한 집착은 전 세계 어떤 민족도 능가할 수 없다. 아직도 종친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족보를 만들고 시제를 지내는 민족은 전 세계에 한국인 빼고는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지방단체장,구·시·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서도 문중의 세력이 작용한다. 특정지역의 경우 순번제를 통해 권력 나누고 있다.    

한국인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원리는 가부장제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가부장적인 가족과 관계되는 가치가 항상 우위를 점해 왔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일이 추석이나 설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익히 알 수 있다. 설이나 추석은 가족과 관계된 축일인 것이다. 국가와 관계된 축일인 광복절이나 개천절은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다. 조상 숭배는 바로 한국 가족의 내재적 가치인 가부장적인 원리를 신앙하고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상을 숭배하는 제사가 없어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조상숭배 의식의 정점은 을사조약이 체결될 당시 유학자 이*영은 의병을 소집한다. 총대장으로 전국에서 모인 의병 1만명으로 서울 공략작전 직전 부친상 소식을 듣고 급거 고향 문경으로 내려갔다. 국가보다 보모에 대한 효가 우선한다는 의식이다. 동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3년 상 후 재기를 다짐했지만 결국 일제에 의해 사형 당한다. 국가보다 가문(문중) 가족이 우선시되는 가족 중심사회다. 이와 같은 가족중심 문중중심 사회가 된 것은 성리학의 영향과 함께 가신신앙에서 보듯 일년 이상 신체로 여겨지던 곡물을 밖으로 돌리기보다 집안 내 가족만으로 나누는 가족공동체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그래도 가족 내에서 제사라는 남성적인 원리와 고사라는 여성적인 원리가 균형을 잡고 있었는데 이제 여성적인 원리는 완전히 소멸되었다.  (삼국유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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