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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아라비아판 표지모델, 운전대 잡은 사우디 공주
여성 운전 허용 요구해 온 인권 운동가 체포
기사입력: 2018/06/04 [20:5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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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당국의 이중적 행보에 논란, 앰네스티 규탄


패션지 <보그> 6월호 아라비아판이 여성 운전 허용 앞두고 하이파 공주를 표지모델로 게재한 가운데 사우디 당국은 여성 운전 허용을 요구해 온 인권 운동가들이 연이어 체포된 사건이 발생해 그 이중적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그> 아라비아는 하이파 빈트 압둘라 알 사우드 공주가 사막을 배경으로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있는 6월호 표지를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여성들을 운전석에 앉히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The Kingdom of Saudi Arabia is putting women in the driving seat and so are we)”라는 말로 시작하는 하이파 공주의 인터뷰와 여성 운전면허 허용에 대한 표지 기사도 함께 공개했다. <보그> 아라비아는 기사에서, 이번 조처가 2030년까지 사우디를 현대화하겠다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의 일부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는 저명한 왕실 여성이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것은 중동에서 최초”라고 자부했다. 하이파 공주는 기사 속 인터뷰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일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여성 운전 허용과 같은) 변화를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표지와 기사가 논란이 된 이유는 2주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권 운동가들이 10여명 넘게 갑작스럽게 체포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오는 24일부터 공식적으로 여성의 운전면허 취득이 허용된다. 사우디 여권 상승의 상징 같은 조처인 여성 운전 허용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은 정작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인권 운동가들을 구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검찰 당국이 밝힌 체포 이유는 이들이 시위로 “왕실의 안정을 위협했으며 사회적 평화와 국가 통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었다. 3일까지 일부가 가석방됐으나 여성 4명, 남성 5명 등 9명은 ‘(위협의)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구금돼 있다. 게다가 이들의 구금 장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사우디에서 더 많은 인권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체포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사우디 정부를 규탄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도 “여성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 때문에 운동가들을 구금했다면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보그> 아라비아의 표지와 기사는 첫째, 사우디 당국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 ‘비전2030’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인권운동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둘째, 사우디 당국의 이런 이중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왕국의 여성들의 너른 성취”라는 표현과 함께 사우디 왕실의 공주를 표지 모델로 정하면서 결과적으로 당국을 상찬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사우디 시민들은 <보그> 아라비아의 트위터에 “진짜 기념해야 할 것은 수년간 여성 운전 허용을 위해 싸워온 이들”, “보그가 (왕실이 아닌) 실제로 여성 인권을 주장해온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감히 써주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애초에 여성 운전 금지한 것은 공주의 왕가고, 여권 운동가들을 체포한 것도 왕가”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보그> 아라비아의 마누엘 아르나우트 편집장은 <뉴욕타임스>에 “중동과 사우디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라는 의미있는 주제를 위해 건강한 토론을 시작하게 하는 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며 “이번 표지는 이에 부합하며 우리가 이 토론에 활발하게 목소리를 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이파 공주와 왕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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