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전체기사포커스범종교가톨릭개신교불교민족종교해외종교이슬람다문화 사회기획특집
전체기사 Trend & View 마음을 비춰보는 포토에세이 종교지도자 칼럼 이상훈 박사의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매일종교신문 공지 사항
편집  2018.08.16 [03:07]
守岩 칼럼
매일종교신문 공지 사항
안내데스크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저작권문의
구독신청
불편신고
독자투고
제휴안내
개인정보취급방침
기사제보
守岩 칼럼
70년 냉전 깬 北·美, 긴 평화여정 첫발
2018. 6.12 10:00… 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대화’
기사입력: 2018/06/13 [20:3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6월12일 북·미(北美)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평화 여정의 첫발을 뗐다. 트럼프 대통령은 70년째 계속되는 한반도 정전(停戰)상황에 대해 “조만간 실제로 종전(終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양국은 첫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을 맞교환하는 합의를 했다.

공동성명 형식 4개항 합의… CVID 표현 명문화는 실패     

북·미 두 정상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 형식의 4개 항에 서명했다.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 제공을 공약했고, 김 위원장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고하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특히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러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명문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된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북·미 정상회담장 입구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조만간 終戰 있을 것… 韓·美 연합군사훈련도 중단     

양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 당국자 간의 후속회담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양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 국민의 열망에 맞춰 새로운 북·미 관계를 건설하는 데 헌신키로 했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 노력에 동참키로 했다. 성명은 또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으며, 자신이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양국이 대사를 상호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6·12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진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비핵화 큰 틀만 합의… 후속 회담에 ‘核폐기’ 성패 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는 최대 현안인 비핵화의 원칙이 담겨 있으나 세부사항이 빈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세기의 빅딜’이 벌어졌으나 비핵화 결과물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진전된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명문화하는 데 반대하더라도 그런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북한이 최소한 검증과 사찰을 보장하는 정도는 받아들여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에 “이런 정도의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 국민에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현지 브리핑에서 “CVID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CVID에서 중요한 것은 V(Verifiable)”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 CVID가 빠졌을 뿐 아니라 사찰과 검증에 관한 언급이 일절 생략됐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무대를 제공하면서도 검증 가능한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향후 협상에서 어떻게 이를 관철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론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포함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직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이 모든 곳을 비핵화할 것”이라며 “그가 이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CVID와 사찰·검증에 관한 북한 측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절대적인 회담 준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미 정부 측의 설명이다. 향후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 원칙을 흔들림 없이 관철하겠다는 게 미 정부 입장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 준비 접촉 내내 비핵화에 소극적 자세로 임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회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조기 적재’(front-loading) 요구도 무위에 그쳤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 및 핵시설의 일부를 폐기하거나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미국은 기대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두 정상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조기 개최에는 합의했다. 당초 예상대로 비핵화 원칙만 확인하고 세부 사항을 ‘하위 채널’로 넘긴 것이다. 그러나 고위급 회담은 단기간 내 끝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도 역대 미국 정부처럼 북한과 장기간에 걸친 회담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처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문 자체로는 9·19 공동성명보다도 퇴보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 대북 비핵화 협상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단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공동성명.     

◆김정은·트럼프 공동성명 全文◆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POW), 전쟁실종자(MIA)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조·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조·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도널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조·미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초청때 종전선언 가능성          

비핵화 보상으로 북한이 일관되게 미국에 요구해 온 게 체제안전 보장이다. 그 기저에는 잠시 멈춰 있긴 하지만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라는 상대와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자리해 있다. 1953년 6ㆍ25전쟁 정전(停戰) 이후 65년간 이라크처럼 핵 없이 덤볐던 미국의 적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북한은 공포 속에서 목도해 왔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공동성명은 잠정적인 종전(終戰)선언으로 해석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항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라는 문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합의문에 종전선언이란 문구가 담기지는 않았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바란다면 그에 상응하는 영구적인 체제 보장,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VIG)을 제공하라는 게 북한의 요구였는데, 이 부분 관련 합의가 미진했기 때문인 듯하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맺은 핵 합의(JCPOA)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뒤집히는 장면을 목격한 북한으로서는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부정될 수 있는 서방 국가의 정치적 선언을 믿기 힘들었을 법하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맺은 행정부 협정이 비준되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북미 정상 간 합의도 그런 절차를 거쳐 조약(treaty) 지위를 얻어야 정권이 교체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북미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이 담기지 못한 것도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 약속을 준비하지 못한 미측 사정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 행정부가 만든 조약안의 완성도가 상원을 통과할 정도가 될 때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날 것”이라며 “미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핵탄두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반출 등 비핵화 초기 이행 조치를 북한이 선뜻 수용하지 못한 것도 핵심적 체제 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못한 탓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양 정상이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만큼 종전선언을 비롯한 후속 조치 논의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 모두 발언에서“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뒤 싱가포르에 합류해 남ㆍ북ㆍ미 3자가 종전선언에 서명한다는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불발됐지만, 정전협정 65주년인 다음달 27일 판문점 또는 유엔총회가 열리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백악관 초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사실로 미뤄 워싱턴이 종전선언 장소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종전 여정의 종착역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는 중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정전협정 당사국인 자국이 응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북미 간 상호 불가침 확약이 추진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 붕괴 시나리오가 북한 핵 개발 명분이 되고 핵탄두를 실은 북한 ICBM의 존재가 미 본토 타격 위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北체재보장 및 北美관계 어떻게 되나
종전선언·평화협정 명문화 못해…궁극적으론 ‘수교 가능’ 비전 제시
     

북한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체제 보장에 관한 확실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또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명문화를 기대했으나 그러한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한 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 또는 철회를 요구해왔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대북 제재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대북 제재 체제는 현재처럼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국면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신규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또한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조금씩 이탈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문서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보장하지 않는 대신 이날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궁극적으로 양국이 수교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굴러가게 되면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그렇지만 두 바퀴 중 어느 한쪽이 삐걱거리면 이 수레가 굴러갈 수 없고, 양국은 다시 대결과 충돌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양측이 이번에 합의한 비핵화의 내용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도 한·미 훈련 중단 이외에 다른 체재 보장 조치를 얻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두 정상은 이번에 어느 정도 인간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장애물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두 지도자가 이번에 쌓은 신뢰를 통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고지에 도전한다. 만약 다시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 앞에 줄잡아 6년 반이라는 집권 기간이 주어진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종신 지도자이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두 지도자가 북한 문제를 2020년 또는 2024년을 목표 지점으로 내다보면서 긴 호흡으로 풀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비핵화 한마디 안한 김정은에… '한미훈련 중단' 안겨줬다
트럼프 "괌에서 6시간 날아와 훈련, 돈 정말 많이 들고 도발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입장을 밝히면서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워 게임을 중단할 것이다(We will be stopping the war games). 그렇게 하면 굉장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연합훈련' 대신 '워 게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워 게임'은 원래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연습(시뮬레이션)을 지칭하는 군사 용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걸 워 게임이라고 부른다"며 다소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는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시점에서는 발언의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훈련 중단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6시간 반씩 괌에서 (폭격기 등이 한반도로) 날아오는데, 훈련을 한 뒤 다시 오랫동안 걸려 괌으로 날아가는 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며 "바로 이웃 국가(a country right next to)에서 이런 것(훈련)을 한다면 매우 도발적(provocative)인 상황일 것"이라고까지 했다. 대북 억지를 위한 필수적 조치로 평가돼온 한·미 훈련을 북한 입장에 서서 돈만 드는 도발적인 일로 폄하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 B-1 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괌에서 한반도로 여러 차례 출동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도 비용을 일부 지급한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전략자산 출동보다는 한·미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한·미 연합훈련 비용은 1000억원 이상이 드는데 이 중 600억~700억원 이상을 미측이, 나머지 300억~400억원 이상을 한국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전략자산 출동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지 않아 왔다. 한·미 연합훈련 중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3월 키 리졸브 연습이 '워 게임'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제 안전 보장의 하나로 훈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우리 특사단을 만났을 때는 "통상적 수준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북 매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한·미 연합 중단을 요구해 왔다.      
▲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간 안보 문제를 단순히 '돈 문제'로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 안팎에선 그의 발언이 방위비 분담금 압박 차원을 넘어 '본심'이 나타난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한·미 훈련을 중단하고 싶은 터에, 북측이 이를 요구하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 등 여권 일부 인사도 한·미 훈련 중단을 거론해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과거에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런 것(훈련 축소나 중단)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의 중단 또는 대폭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공식 입장을 취해왔다.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빌미로 연합훈련 중단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열릴 남북 장성급 회담이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비핵화ㆍ평화체제 원론적 합의에… 더 커진 文대통령 중재역
잇단 北도발에 최대한 압박 속 대화 카드로 '니고시에이터' 자처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6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두고 포괄적 합의만 내놓은 채 막을 내리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평화 촉진자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북미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빅딜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취임 후 지속된 문 대통령의 중재역이 새삼 주목받는 모습이다. 북미 회담에서 제시된 추상적 틀에 알맹이를 채우고, 북미 양측을 끌고 가야 할 한국의 부담이 커진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미 적대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이 한 번에 가능한 일은 아닌 만큼 ‘긴 호흡’을 하며 역사의 역진을 막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발표한 ‘북미 회담 관련 입장문’에서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 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 갈 것이고,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회담에서 완벽한 성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합의를 동력 삼아 비핵화 여정을 완주하겠다는 각오였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물론 북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약속한 것에 이르기까지는 문 대통령의 중재가 핵심적이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다. 보수정권 9년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앞당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좌절될 뻔했으나 문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대북 대화 기조를 이어받은 문재인정부가 '해빙 무드'를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잠시,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7번의 미사일 발사와 한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었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함께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토대가 될 한미 간 공조 체제를 공고히 했다. 취임 후 제재와 압박 국면으로 흘러가던 한반도 정세의 첫 번째 변곡점이자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본격화한 계기는 '베를린 선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방문 당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나는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첫번째 '승부수'라 할 수 있는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후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하게 해 '평화 올림픽'을 치러내는 데 진력했다. 마침내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이에 화답했다. 다시금 찾아온 남북 해빙 무드 속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 구상 이행에 더욱 속도감을 냈다.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올림픽 참석차 서울을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간 회동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미 대화의 물꼬까지 트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했다. 김 제1부부장의 방남에 이어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하면서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남북 공통의 목표로 관철했다.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냄으로써 북미 대화의 성사 확률을 더욱 높이는 순간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이후 김 위원장의 맞은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앉는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였다.

'6월12일 싱가포르'로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뒤로 5월22일(현지시각)에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이 느낄 수 있는 체제 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간 끝내지 못한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세계사의 위업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띄우면서 막판까지 중재자의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실시를 구실로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가 발표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행보는 최대 고비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선언해 북한의 비난에 맞불을 놨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문 대통령은 다시금 신중한 태도로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하며 회담을 본 궤도로 올려놓을 방법을 모색했다.

문 대통령은 5월26일 극비리에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김 위원장이 만나자고 제안한 다음 날, 모든 격식을 생략한 채 이뤄진 회담에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를 전하면서 북미 간 상호 오해를 불식하고자 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북·미는 서로의 신뢰를 확인했고 문 대통령의 중재역은 마침내 빛을 발했다. 다만, 북미 정상 간 합의에서 CVID 중 'VI(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부분이 빠진 것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합의 후에도 남북관계 개선과 주변국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개척할 방침이다. 일단 6월14일 시작되는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끌어내는 선순환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대북제재 조치가 비핵화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 등 주변국가와의 공조 작업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14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21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역사는 행동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라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고 공존과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합의하기까지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동시에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하기까지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역할이 여전히 작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文 ‘한국역할’ 강조 “비핵화 완결 ‘종전선언’.. 남·북·미가 반드시 함께해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 합류는 어떤 지점에서 이뤄질까. 청와대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미국측 답변은 오지 않았다. 북·미 정상을 잇는 중재자에서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 모드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질지 주목된다.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1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 크게 주고받는 대담한 결단을 기대한다"면서 추후 상황전개와 관련해 '국민에게 드리는 당부 말씀'을 발표했다. 크게는 ▲장기적으로 남.북.미 대화가 가동될 것이라는 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지지 요청 ▲한반도 문제 당사자주의 천명 등 세 가지다.    

◆文대통령 한반도 문제 당사자주의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문제가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으며 두 정상이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입구라면 비핵화 완결을 위해선 남.북.미 간 대화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핵문제와 적대관계 청산은 북.미 간의 대화에만 기댈 수 없다"며 "남북대화도 함께 성공적으로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자세와 의지를 잃지 않도록 국민들이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 당사자임을 재차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국가안보실 이상철 1차장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문 대통령은 6월12일 회담 후 대미.대북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여기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 즉 남.북.미 3자의 틀 가동에 대한 구상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참여,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관건은 북·미의 초청장 발송이다. 북.미가 이번 싱가포르회담에서 양자 간에 종전선언을 해버리거나 아니면 언제,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방식으로 종전선언을 할 것이라는 등의 일종의 합의에 이르는 경우 자칫하면 우리 구상과 달리 코리아 패싱(건너뛰기) 구도가 될 수 있다.그런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6월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며 "약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종전선언)은 가장 쉬운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은 그 다음에 남아 있다"고 언급, '종전선언→완전한 비핵화→북·미 수교' 등의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월초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한 후 이 문제에 대해 진척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북·미 회담에 집중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결실을 보는데 논의가 집중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종전선언 배제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제외된다면 판문점선언 위반이 된다"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종전선언의 한국 참여는 판문점선언에 명시돼 있으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이라며 "미국을 설득하는 문제가 한국 외교의 과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美인권운동가 잭슨 목사 “북·미회담, 文대통령의 비범한 지도력 덕”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1980년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제시 잭슨 목사가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범한 지도력(extraordinary leadership)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6월12일 시카고에 기반을 둔 ‘전미유색인종연합’ 대표인 잭슨 목사는 이날 ‘시카고선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문 대통령의 비범한 지도력 덕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온 한반도 정세를 되짚었다.   
▲ 미국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잭슨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말폭탄’이 오갔던 지난해 말과 올 초 상황을 언급하며 “전환점은 지난 1월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마련됐다”며 “문 대통령이 이 기회를 포착해 북한을 올림픽에 초청했다”고 전했다. 잭슨 목사는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회담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 제시 잭슨 목사가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범한 지도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시카고선타임스 6월12일자 온라인판 기사 갈무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잭슨 목사는 “남북한이 화해의 길을 모색해야 하고 65년간 이어진 정전체제를 끝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은 위협 대신 확신을, 제재보다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중재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은) 먼 길이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에는 이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많고, 이들은 틈만 나면 방해 공작을 펴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잭슨 목사는 1980년대 이후 ‘미국 흑인들에게 가장 신망 받는 흑인 지도자’로 손꼽힌다. 시리아 미군 포로 석방과 쿠바 정치범 석방, 유고군에 생포됐던 미군 포로 석방 등에 주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발언하며 특별한 관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두 승부사의 손익계산서…김정은 ‘거물급 정치가’, 트럼프 ‘글로벌 해결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놓고 철저히 주고받기식 협상을 한 끝에 손익계산서를 손에 쥐었다. 김 위원장은 ‘은둔의 지도자’에서 일약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치가로 부상했다. 김 위원장은 조부와 부친이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뛰어넘었고, 북한을 정상국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독재와 인권 유린, 세계안보 위협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는 이득을 챙겼다.트럼프 대통령도 이 항목에서 톡톡히 이득을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지구촌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를 놓고 정면 돌파를 시도함으로써 ‘미국 우선주의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해결사’ 자리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과 정상회담을 통해 ‘죽(竹)의 장막’을 걷어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냉전 시대 종식을 견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비견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데탕트 시대가 열리면 배당금도 챙길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까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시험 등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해 ‘미소공세’를 펼쳤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한반도 평화체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파괴’, ‘코피 전략’, ‘핵전쟁 불사’ 위협 등으로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한반도에 드리워진 짙은 전운을 완전히 거둬내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회담을 통해 안전 보장과 함께 대북 경제 제재 완화 및 북한의 경제 건설을 위한 미국 민간 기업의 투자와 한국·중국·일본의 경제 지원을 얻을 수 있는 보장을 명시적으로 받지는 못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서 벗어나 미국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미 간 협력의 시대를 열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북한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단행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한이 과거처럼 이번 북·미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질질 끌면서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시간벌기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만든 위장 평화 함정에 빠진 ‘외교 낙제자’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북·미 합의 이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체제 보장이 물 건너가는 사태를 맞게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 타격 등 군사옵션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한은 또다시 생존과 존립을 위협받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비행기 1대 빌려주고 다 얻은 ‘왕서방’ 중국…블룸버그 “최대 승자는 김정은”    

6·12 북미 정상회담의 승자는 중국이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얻은 것이 없다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라이벌인 중국이 1점은 넣은데 비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점수를 기록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승자는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합의문에 명기하지 않으면서도 한미(韓美) 합동군사훈련 취소라는 선물을 받았다.

김 위원장 이외에는 중국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군 철수는 아니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신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6월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귀국길에 탑승한 에어차이나 특별기가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특별기는 이날 오후 베이징을 출발했다.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 실현

이는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이른바 ‘쌍중단’이 실현됨을 의미한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군사합동 훈련과 북한의 핵개발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을 주장해 왔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이나 초청, 북중(北中)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김 위원장에게 싱가포르행 비행기도 빌려 주었다. 중국은 그동안의 투자를 수확한 셈이다.

◆北中관계 완전 회복     

중국은 또 하나 챙긴 것이 있다. 북중관계 복원이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비슷한 시기에 집권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북중 관계는 냉각됐었다. 북한이 친중파의 거두인 장성택 라인을 숙청하면서 북중 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았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 양국 관계는 완전히 뒤틀렸다. 그러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관계를 완전히 복원했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얻은 것 없어     

그러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얻은 게 없다. 한국이 원했던 종전선언은 미뤄졌고, 일본인 납치문제는 크게 다뤄지지도 않았다. 특히 한국에게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최소를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면 "워 게임(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북한이 쓰는 용어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너무 도발적”이란 말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담처럼 동맹이 아니라 적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바빠질 전망이다. 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국과 일본을 방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회담 직후 왕이 외교부장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혔다. 왕 부장은 12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왕 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눈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벌써 대북 경제제재 완화 주장 
   
이뿐 아니라 중국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제재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며 "대북 경제 제재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더 나아가 "중국도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국가이자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으로서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재주는 미국과 북한이 넘었는데, 돈은 왕서방이 챙긴 셈이다. 지금 왕서방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언론 "충격적이다""한미동맹에 중대 위협… 北, 결국 핵보유국 인정받을 것"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전문가와 언론들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비핵화는 어디 있느냐"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비판을 쏟아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2일(현지 시각) "이번 (북·미) 합의는 많은 허점이 있고,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것이 전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훈련 중단 발언은 충격적이다.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은 안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 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의 비핵화 관련 발언은 깜짝 놀랄 정도로 수위가 약했고 기대 이하였다"고 했다. 그는 "한·미 연합 훈련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엄청난 양보는 한·미 동맹을 훼손할 중대한 위협이며, 북한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끝이 돼야지 시작이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없다는 것을 봤고, 오늘 (북한은) 그것을 다시 확실하게 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MSNBC방송에 출연해 "주한 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안전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트럼프 행정부가)이 주한미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 세계) 다른 지역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까지 이것(회담)은 (내용물이 없는) 빈 칼로리로 보인다. (내용물인) 쇠고기는 어디 있느냐?'고 했다.북한에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2015년 북한이 주장했던 핵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맞바꾸는 상호 중단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과 핵보유를 인정하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논설위원도 이날 '트럼프가 싱가포르에서 한 수 뒤졌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은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을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으로 압박해 북한을 동등한 핵국가로 받아들이고 안전 보장을 제공하도록 압박했다고 선전할 것"이라고 했다.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합법성만 부여했다는 지적도 있다. 진 리 윌슨센터 연구원은 CNN에 "미국이 북한을 평등하게 인정하고 대우한 순간 북한은 고마워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의 반을 날아가면서 김정은에게 엄청난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했다.미국 언론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됐다. CNN은 "북한은 매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미국의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고 자신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아왔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밝힌 트럼프의 기자회견 내용은 미국의 수십년 된 아시아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군 전력의 철군 가능성을 놓고 큰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CNN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인 한·미의 연합훈련을 한반도에서의 '워 게임(war game)'이라고 표현하고, 단지 예산 절감 수단으로 그 훈련을 취소한다고 선전했다(tout)"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북이 공동 성명에서 변화를 약속했지만 세부 사항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역사적 회담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취할 조치들과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확인할 구체적인 방법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WP는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회담보다 훨씬 불확실한 상황에서 열렸다”며 “이번 회담은 생산적인 회담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정상회담에서 놀라운 도박을 통해 군사적 대치 상황을 피하고 핵 관련 벼랑 끝 전술의 사이클을 끊어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두 정상의 합의문은 디테일이 부족하다며 어떠한 구체적인 새 약속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WSJ은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관련한 새로운 약속들이 거의 도출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포괄적'이라고 묘사한 미·북 정상 서명 문구에는 미국의 오랜 목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과정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연구소(KEI) 연구원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놀라운 것은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난다는 것 자체"라고 했다.       

주요 외신들 반응 - FT "北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에 평화 맞바꾼 합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전직 관료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공허하게 반복하는 데 대한 대가로 안전 보장을 맞바꾸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앤서니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추가 협상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이번 협상 결과가) 10년 전 우리가 했던 협상의 재판으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톱 뉴스로 미·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NHK는 싱가포르 회담 현장을 생중계로 방송했으며 스튜디오에 한반도 전문가들을 불러 회담 의미와 전망을 다뤘다. 일본 언론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주요 매체들 역시 회담 전 과정을 생중계와 속보로 전했다. 관영 CCTV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싱가포르 현장을 연결해 회담을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머문 숙소를 지도와 함께 보여주며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CCTV는 양국 정상이 회담장인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하자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 두 정상의 산책, 합의문 서명식까지 상세하게 전했다.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경제개방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개방이 북한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WSJ는 ‘김정은에게 경제 개방은 양날의 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과 한국이 대(對)북한 투자에 박차를 가할 채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북한에 혜택이자 위험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이 신문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시도하는 중국과 한국의 전략적 목표는 다르다”며 “최근 남·북·미 대화 과정에서 좁아진 입지를 우려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자신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말과 지난 5월초 김정은을 만났을 때 북한의 경제 부흥 계획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WSJ는 “한국에선 경제 협력이 결국 통일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문재인 정부가 여러 경협을 구상 중”이라며 “이는 국제사회 제재로 외화 유입이 끊긴 북한에도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몇 주간 “제국주의의 심리모략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거나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고 잇따라 주장하며 자본주의와 외부 영향력 확대에 강한 경계를 드러낸 것은 개방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미국 경제매체 CNBC도 ‘김정은이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키고 정권을 보장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장의 관심은 이미 북한의 경제 제재 해제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 진단을 인용해 김정은이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경제 발전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통제된 환경에서 경제 실험을 할 수 있는 협력과 노후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자본 유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관광 확대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나 제재가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투자 환경은 까다롭고 불안한 수준이며 미국 기업들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남북 經協 재개 ‘급물살’…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정부 부처, 北美회담 결과에 촉각…대북제재 완화가 우선 신중론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정부 부처들도 6월12일 북·미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남북 경협은 박근혜정부 시절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전면적으로 중단됐다. 유엔의 대북제재 수준도 대북 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높아졌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한국의 독자적 결정으로 남북경협을 재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유엔의 대북제재는 순차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회담이 열린다면 정치, 경제, 외교뿐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검토하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제재대상인 만큼 (경제지원에는) 국제사회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실제 남북경협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신중하고 차분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선 북·미 정상 합의문과 회담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며 “섣불리 향후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각 정부 부처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토대로 남북 경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언문에 담긴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6월1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를 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도 10·4선언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경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남북의 어로 합작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공동어로수역을 정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 한 뒤 악수 하고 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5월 북측과 서해 ‘평화수역’을 논의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아예 ‘해상 기준선’이나 공동어로수역을 정하지 않고 남북이 합작사업을 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수역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해 서해 NLL 일대에 만들기로 합의한 해역이다. 당시 김 장관은 “굳이 군사분계선 위아래로 해서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입어료를 내고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서 합작 어업을 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 선주가 북한 선원들을 고용해서 어획량으로 수익을 배분할 수도 있고, 우리가 아예 배를 대줄 수도 있는 등 여러 합작사업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 기분까지 맞춘 ‘닥터 리’와 ‘1호 통역’
美 이연향 국무부 국장, 北 김주성 ‘1호 통역’…회담부터 서명까지 그림자 수행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독 회담·확대 회담·업무 오찬에 이어 역사적인 공동성명 서명까지 총3시간 가까이 함께했다. 이 대부분의 시간에 두 명의 통역관이 함께해 두 정상의 소통을 도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미국 측 인사는 미국 국무부 소속 이연향(61) 통역국장이다. ‘닥터 리’로 불리는 이 국장은 지난 5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도 배석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나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가 통역을 맡았다.   
▲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하고 있는 미 국무부 소속 이연향 국장(오른쪽 둘째)과 북한 측 김주성 통역관(왼쪽 첫째).          


이 국장은 전업주부에서 세계 최강 지도자의 눈과 귀가 된 인생 역정으로 유명하다. 영어 이력은 아버지 일 때문에 이란 국제중학교를 나오고 연세대 재학 중 교내영자지에서 활동한 것, 그리고 결혼 후 남편 유학을 따라 2년 정도 미국에서 산 게 전부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살던 1989년, 33세 나이에 친구 권유로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전문통역사의 길을 걷던 중 96년 미국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 한영과가 만들어지자 담당자로 채용됐다. 다국적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두고 아이 둘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2005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임용돼 귀국했고 짬짬이 국무부의 통역 업무를 도왔다. 2009년 국무부에 정식 채용됐다. 현재는 미 정부가 참여하는 국제 회의와 각종 회담의 통역을 전담하는 통역국의 책임자다. 아시아계로 이 자리에 오른 이는 이 국장이 처음이다. 이 국장은 2015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때 정상회담 통역의 에피소드를 묻자 “통역사의 기본은 보안”이라며 “현장에서 오간 대화는 현장을 벗어나면 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측 김주성 통역관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담 통역팀인 ‘1호 통역’으로서 앞서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때도 통역을 맡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마천루를 내려다보게 안내하는 장면에서 사진에 함께 찍히기도 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가 최근 펴낸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선 김 위원장 통역을 전담하는 당 국제부 8과 부원으로 소개됐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30일 저녁(현지시간) 맨해튼 고층빌딩에서 마련한 환영만찬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에게 창밖의 뉴욕 스카이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철 뒤에서 통역하고 있는 인물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통역'인 김주성 통역관.     

김 통역관은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외국어대 동시통역연구소를 거쳐 외무성 번역국 과장으로 근무하다 국제부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6월11일 김 위원장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간 회담에도 통역사로 활약했다. 이날 회담을 지켜본 블룸버그통신의 샘 김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 국장이 두 정상 사이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국장과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며 “실력이 매우 뛰어나고, 한국과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회담을 주로 다룬다. 북한 사투리를 통역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신뢰할 수 있고 재능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 매일종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주간베스트 TOP10
배너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안내데스크신문사소개광고안내저작권문의구독신청불편신고독자투고제휴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범 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 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룬다.
회장 이옥용 /발행-편집인 신민형 / 양형모 상임고문 / 편집국장 이중목
우) 140-846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70번지 (83길 21)
대표 전화: 02-703-8267 | 팩스: 02-3211-4419 인터넷 매일종교신문
등록번호:서울 (아)01319(범종교신문 등록 2009년 9월 1일,2013년 6월 15일 제호변경)
기사제보 : minhyung-s@hanmail.net
Copyright ⓒ 2009-2013 매일종교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