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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의 그늘…노인학대 90% 가정에서 발생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6/18 [07:27]
복지부, 2017년 현황보고서 발표…4년새 31% 늘어 총 4622건 기록

고령화의 그늘…노인학대 90% 가정에서 발생

복지부, 2017년 현황보고서 발표…4년새 31% 늘어 총 4622건 기록

양형모 | 입력 : 2018/06/18 [07:27]
학대로 고통 받는 노인이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가정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제난과 생활고 등 가정 내 어려움에다 노인부부 가구가 늘어나면서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보건복지부가 6월14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6월15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2017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노인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는 4622건으로, 2013년(3520건)보다 약 31% 증가했다. 신고 건수는 같은 기간 1만162건에서 1만3309건으로 늘었다.

2017년 학대행위자는 남성 3585명, 여성 1516명이었다. 피해 노인과의 관계를 보면 아들 37.5%(1913명), 배우자 24.8%(1263명, 기관 13.8%(의료인·노인복지시설 종사자·기타 기관 관련 종사자 등 704명), 딸 8.3%(424명), 피해자 본인 5.7%(290명) 등의 순이었다. 2017년 발생한 노인학대 4622건 중 4129건(89.3%)이 가정에서 발생했고 생활시설 327건(7.1%), 공공장소 58건(1.3%)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정 내 학대의 비중은 4년 전(83.1%)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노인학대 발생 가구 유형은 자녀와 노인이 함께 거주하는 가구가 33.2%로 가장 많았다. 증가율 면에서는 노인부부 가구가 2013년 18.0%에서 지난해 26.3%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노인 단독가구(독거노인)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같은 기간 32.4%에서 21.8%로 감소했다.60세 이상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거나 고령 부부간 학대, 고령 자녀에 의한 학대, 고령자 자신에 대한 학대 등을 통칭하는 ‘노·노(老老)학대’는 2188건으로, 전체 사례의 42.9%를 차지했다. 노노학대가 늘어난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경제난 및 생활고 등이 겹치면서 배우자 부양 부담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학대피해 노인이 치매인 경우는 전체의 24.3%(1122건)에 달했다. 치매노인 학대 행위자는 아들과 딸 등 친족 48.2%(710건), 시설종사자 등 기관 40.7%(600건), 본인 8.5%(125건) 등이었다.치매노인의 학대 유형은 신체 학대가 28.1%(443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정서 학대 26.8%(422건), 방임 23.5%(370건) 등이었다. 재학대 증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재학대 사례는 2013년 212건에서 지난해 359건으로 껑충 뛰었다. 재학대 행위자는 배우자와 자녀 등 동거인인 경우가 76.1%에 달했다.      

'고령화의 그늘' 노인이 노인 학대 늘었다…배우자 학대 34% 급증    

60세 이상 고령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老·老) 학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전체 노인학대 10건 중 9건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14일 보건복지부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간한 ‘2017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노인학대 건수는 4622건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2017년 가정 내 학대도 전년 대비 8.7% 늘어난 4129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인학대 사례 중 89.3%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3년 83.1%였던 가정 내 학대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학대피해 노인의 가구형태는 자녀동거 가구가 3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노인부부 가구(26.3%), 노인단독 가구(21.8%) 순이었다. 노인단독 가구 학대 피해 사례는 지난 2015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나 노인부부 가구, 자녀동거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0세 이상 고령의 학대 행위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 학대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2188건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특히 배우자 학대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4% 증가한 1240건이 발생했다. 인구고령화로 인한 배우자 부양부담 등에 따른 것으로 복지부는 이에 대한 사전예방 대책 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복지부는 또 학대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 사전예방 대책 등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2.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36.4%), 방임(8.9%), 경제적 학대(5.6%) 등의 순이었다. 치매노인에 대한 학대는 1122건(24.3%)으로 주 학대 행위자는 아들, 딸 등 친족이 48.2%(710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설종사자 등 기관 40.7%(600건), 피해자 본인 8.5%(12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 노인에 대한 학대유형은 신체 28.1%(443건), 정서 26.8%(422건), 방임 23.5%(370건)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방임 학대 유형(649건)의 약 57%는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경찰청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인 6월15일부터 30일까지 ‘노인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경찰은 이 기간 노인을 상대로 한 폭행과 성폭력, 유기, 방임 등 각종 학대 행외에 대한 신고 접수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인 학대, 주변의 관심으로 초기에 대응해야    

한 경찰관의 말에 따르면, 최근 80대 할머니 한 분이 3시간 동안이나 아들의 집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방황하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로 파출소에 오게 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지는 않았지만 고령인 데다 아무런 소지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들 집 주소나 전화번호도 모른 채 단순하게 아들 이름만 알고 있어 신원을 파악하는 데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경찰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프로파일링시스템과 원스톱 신원확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문을 이용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원스톱신원확인시스템으로 곧바로 할머니의 딸과 아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를 가족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있었을 뿐 아니라 다들 모셔가기를 꺼린다고 한다. 겨우 가족들을 설득해 2시간 만에 모셔다 드렸지만 씁쓸한 마음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는 이제 세계적 추세이며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에 맞춰 각종 사회, 문화,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다양한 실버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노인 범죄나 노인 학대 같은 문제점에는 아직까지 시민의 관심이나 인식이 부족하다. 복지부의 '2017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학대행위자로는 아들이 37.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배우자가 24.8%, 딸 8.3%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주변에서도 단순한 가정문제로 치부해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6월15일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한 달간 '노인학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 학대 문제는 경미한 경우 전문 단체 도움으로 가정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은폐되어 그 기간이 길어진다면 학대 강도가 높아지고 상습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진행된 문제는 형사 처벌이 불가피하며 가족 내에서 일어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따라서 노인 학대 문제는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학대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둘러봐야 한다. 경찰 신고전화 112는 24시간 열려 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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