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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 사회’ 탈출… 생산성 연결이 관건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7/06 [07:00]
‘週52시간 근무’시대 개막… 300인 이상 사업장 대상 돌입

‘일중독 사회’ 탈출… 생산성 연결이 관건

‘週52시간 근무’시대 개막… 300인 이상 사업장 대상 돌입

양형모 | 입력 : 2018/07/06 [07:00]
주당 최장 근로시간 52시간 시대가 7월1일부터 열렸다. 장시간 노동의 관행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향한 첫발이 시작된 것이다.문재인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에 기대비용을 줄이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2월28일 국회를 통과하고, 3월20일 정부가 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3월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거 주 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주 5일 근무의 정착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며 “이번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일과 생활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兩立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최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그간 노동자를 소진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녁이 있는 삶’ 기대반 우려반… 노사정 ‘일터혁신’ 머리 맞대야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인위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선진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은 한국의 처지에서는 더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저녁은 있으나 여유가 없는 삶’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당 노동 52시간 시대에 맞는 근무관행과 기업문화를 만들어 노동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이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인 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다. 그런데 2017년 발표된 시간당 노동생산성 통계를 보면 한국은 22개국 중 17위다.무엇보다 노사(勞使)가 투쟁적이고 소모적 논쟁보다는 노동생산성 개선의 실질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업무집중도 향상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노동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노동생산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으로 짧게 일하는 것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법제도 중심으로 다가가기보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 등 시장 기능에 중점을 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업들, 워라밸 맞춰 ‘유연근로’… 中企연착륙이 과제    

#교육기업인 ‘에듀윌’은 지난 2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오전 2시간, 오후 3시간 집중근무 시간을 운영한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후 4시에는 30분간 집중휴식 시간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한다. 사측이 386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만족도 설문조사를 해보니 ‘출근시간 변경’이 인기가 가장 많았다. 에듀윌은 올 상반기 30명을 더 신규 채용했다.#영국의 대표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은 1990년대 초반 ▲자리공유 ▲재택근무 ▲부분재택근무 ▲탄력근무 ▲스마트워크플레이스 등의 유연근무를 도입했다. 그 결과, 사무실 체류 직원들에 비해 재택 근무자들의 생산성이 20∼60% 정도 높았다. 사무공간 감소로 매년 약 9억달러(약 1조30억원) 절감(1993년~2006년), 1인당 사무실 운영비용 연 83% 절감, 화상회의를 통한 출장 감소(연 86만건) 효과도 누렸다.

에듀윌·BT처럼 저마다 처지는 다르지만 노동시간을 줄이는 ‘워라밸’ 전략을 택해 노동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가 적지 않다. 7월1일 막을 올린 ‘주52시간’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올라탄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윤수·박우람 연구위원이 2017년말 발표한 KDI 정책포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04∼2011년 국내에 단계적으로 도입된 주 40시간 근무제가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1만1692곳)의 노동생산성(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을 1.5%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생산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대기업들의 행보가 가장 빠른 편이다. 삼성전자는 현행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 유연성을 더욱 확대한 1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월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는 근무시간 측정 및 자율관리 시스템을 실시 중이다. 매주 수요일 ‘스마트데이’(PC-off 등)도 운영한다. 사전 준비를 통해 사무직 주 40시간, 생산직 주 52시간 근무를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LG전자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마트는 올초부터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올 1월 유연근무제도 도입과 근무시간 단축에 들어갔고, 올해 400여 명 내외를 추가로 충원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버거운 중견·중소기업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나노텍은 스마트 업무체제로 전환했다. 전자결재 활성화와 집중근무 시간 운영, 근태리더기 공장별 비치 등이 이뤄졌다. 하나머티리얼즈는 장시간 근무형태를 3조2교대로 개편한 뒤, 신규 채용에 나선다. 한솔제지는 생산기술직 ‘일자리나눔형 멀티플레이어’ 제도를 도입해 생산직원 24명을 신규 채용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 지난 2개월 동안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 3627개를 조사한 결과, 59%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정부는 그러나 아직도 일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인력 충원 문제 등 주 52시간제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연말까지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분을 월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의 연착륙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기부는 조기단축에 나서는 중소기업에 공공조달 심사항목인 신인도에서 가점을 주기로 했다. 인건비 등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 중소기업을 긴급경영안정자금 우선심사 대상에 추가했다.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공정혁신 및 자동화 시설자금 3300억원도 우선 지원한다.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 시 가점도 주고, 현장 핵심기술 체계화사업 지원기업 선정 시 노동시간 단축기업을 우선 지원한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로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가 확충돼야 하고,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근없는 삶 ‘해법’…‘9 to 6’ 대신 업무특성 따라 유연하게
업무 특성 맞춰 자율·시차출퇴근제 도입…R&D 인력 등은 재량근무·선택근무제로      

300인 이상 근무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7월1일부터 시행됐다. 근로시간 단축 도입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며 근로제도를 재정비해 온 기업들의 근무환경 혁신도 이날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기존의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일률적 근로시간 제도에서 벗어나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기업별로 ‘인타임패키지’, ‘뉴퍼플타임제’ 등 사업의 형태와 직무 특성을 고려한 근로시간 제도를 운영하는 점도 눈에 띈다. ‘야근신고제’, ‘PC오프제’ 등 정시퇴근을 장려하고 야근을 없애기 위한 제도도 활발히 도입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기업별로 발표된 여러 유연근무제들이 빠른 시일내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 중심의 근로시간 관리가 핵심…‘유연근무제’ 확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기업들이 내놓은 ’해법‘의 두드러진 특징은 출퇴근 시간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율ㆍ시차 출퇴근제 및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모아진다.  직무 특성을 고려한 근무제도들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기존 삼성이 시행하던 ‘주 단위’ 최소 20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에 맡기는 ‘자율 출퇴근제’를 월단위로 확대한 개념이다. 직원들은 월평균 주 40시간 이내(주 단위 최소 20시간 근무)에서 출퇴근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도 시행된다. 삼성은 신제품ㆍ신기술 연구개발(R&D) 인력에게는 ‘재량 근무제’를 시행한다. LG전자는 사무직 직원들이 하루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고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집중 업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외에 자유롭게 출퇴근이 가능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2주 단위로 80시간 내에서 직원 스스로 업무시간을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 7월1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입구에 개점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유통업계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점포 개장시간을 늦추고 직원 퇴근시간을 앞당기기고 있다.     
             
◆‘인타임패키지’, ‘뉴퍼플타임제’…각양각색 기업별 제도    

유연근무제를 사업 및 근무 특성에 맞게 적용, 새롭게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고착화돼있던 야근 문화를 비롯해 불필요한 업무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 움직임들도 주목할만 하다.한화케미칼은 7월부터 탄력근무제ㆍ시차 출퇴근제 등을 포함하는 ‘인타임 패키지(In Time Package)’를 정식 실시한다. 이는 2주 80시간 근무 기준으로 야근을 하면 2주 내에 해당 시간만큼 단축근무를 하는 선택적 시간근무제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30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결합한 형태다. 근로시간 단축 정착을 위해 불필요한 업무관행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KT는 5대 불필요 업무(회의, 보고, 지시, 업무집중, 리더변화) 줄이기를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상사의 결제없이 휴가 신청이 가능한 ‘휴가신고제’를 도입했다. 롯데그룹 30여개 계열사와 GS홈쇼핑 등은 ‘PC오프제’를 도입했다. 일정한 근무 시간 외에는 PC를 켤 수 없거나 PC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통제하는 제도다. 한화건설은 ‘야근신고제’를 도입했다. 게임 개발 시즌에 따라 집중적인 근무가 필요한 게임사들 역시 근로 특성에 맞는 근무시간제도를 도입했다.  넥슨은 선택적 근로 시간제와 함께 ‘오프(OFF)제도’를 신설했다. 월 최대 근로시간에 근접했을 경우, 개인 연차 휴가와 별개로 전일, 오전, 오후 단위의 ‘OFF’를 부여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NHN엔터가 도입한 ‘뉴퍼플타임제’는 하루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넷마블은 자율출근제와 함께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등을 도입해 조직 문화 변화에 나서고 있다.       

현행 유지? 6개월? 1년?…여야정,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대립
민주, 6개월 확대 긍정적…정부·정의당은 반대, 바른미래는 1년 거론
     

7월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보완책으로 주목받는 탄력 근로 확대 문제를 놓고 여야는 물론 여당과 정부가 2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탄력근로제도는 일이 몰릴 때 더 많이 일하는 대신 다른 때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맞추는 것으로 현재는 서면 합의(단체협상)를 통해 3개월 단위까지 적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IT)이나 건설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업계에서는 시기별로 노동력 수요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린다. 당장 정책결정을 놓고 한배를 타야 하는 당·정이 이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형성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 확대에 찬성하는 반면, 주무 부서인 고용동부는 기간 확대에 부정적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6월27일과 28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 및 대한상의 방문시 탄력근무제도와 관련, "현행 3개월을 6개월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반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29일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전반적으로 다 6개월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면서 "탄력근로제에 관한 것은 산업·기업마다 다를 수 있고 하반기에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런 발언은 홍 원내대표의 말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2일 "홍 원내대표도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라 52시간 근로제가 전 사업장에 적용되는 2022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갈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단위 기간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의당은 기간 확대 자체를 반대한다. 바른미래당은 당장 탄력근로제도 단위기간 확대 논의를 요구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7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산업 특성에 맞게 특별연장근로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론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신보라, 추경호 의원 등이 탄력근로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정의당은 탄력근로 기간 확대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위협한다"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월 임금 37만7000원 줄어드는데…얇아진 지갑에 근로자들 ‘푸념’ 
’연장근로 임금·고용 효과 분석’… 中企-대기업간 급여감소율 12.6%
     

‘주 52시간 근로’시대가 1일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저녁이 있는 삶은 얻었지만, 저녁밥이 부실해지게 생겼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돼 당장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대가’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3월 내놓은 ‘연장근로 시간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분석 결과, 초과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근로자의 월 임금은 평균 37만7000원(-1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견ㆍ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폭이 커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경우 연장 근로시간 제한에 따라 월 급여는 7.9% 감소했으나 30~299인 기업과 5~29인 기업의 근로자 급여 감소율은 각각 12.3%, 12.6%로 대기업에 비해 2배가량 임금 감소폭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연장근로 시간제한 이전 임금의 90%를 보전해주기 위해서는 매월 1094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주 52시간 상한제의 사회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 146만 명의 초과근로수당 감소액이 월 3772억원,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근로자들의 소득감소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정부ㆍ기업이 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삶의 질이 개선되는 만큼 근로자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노동계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지원을 위해 고용보험 기금 등을 활용해 근로자의 임금 손실을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들 역시 경영부담을 이유로 정부의 대응책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한시적이라 해도 근로자의 임금감소분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채용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미봉책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도입된 각종 임금 지원 대책과 다를바 없다는 주장이다. 근로자 임금감소로 가계소득이 줄면 내수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지만, 여기에 근로자들의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의 연착륙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주 52시간 근로가 과거 주 5일제 근무와 같은 획기적인 정책인 만큼 경제 전반의 여파를 정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때문에 당장은 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노동계에서도 이에 대한 부담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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