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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제한적 경영참여 허용…外風차단될까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7/31 [21:48]
‘스튜어드십코드’ 올해 하반기 도입…연금관치주의·기업경영침해 우려

국민연금에 제한적 경영참여 허용…外風차단될까

‘스튜어드십코드’ 올해 하반기 도입…연금관치주의·기업경영침해 우려

양형모 | 입력 : 2018/07/31 [21:48]

국내 웬만한 상장기업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덩치 큰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고 주주활동을 강화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수많은 기업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투자해놓고도 경영진 등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는 노후자금 관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칫 ‘연금 관치주의’로 기업 경영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7월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18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지침인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SC=Stewardship Code)’ 도입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경영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기업가치 훼손 등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 독립성 제고를 위해 SC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7월30일 양형모 칼럼- 국민연금, 국민의 ‘충실한 집사’ 될 수 있나 참조>

이날 의결된 도입 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 및 주주제안 등 경영참여 주주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한다. 현행법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분할합병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경영참여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수행은 기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9인)를 개편해 만들어지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14명)에서 관리한다. 이 위원회는 주주권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로 나뉘며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가입자 대표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복지부 관계자는 “경영참여 주주권도 국민의 노후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데 필요한 사항인 만큼 경영참여 주주활동의 범위와 기금운용상 제약요인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SC의 성공적인 안착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 등의 외풍(外風)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성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SC 도입 공청회 때까지만 해도 제반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기업경영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논의과정에서 사안에 따라 제한적으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문을 열어놓았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를 확대·개편하는 등 독립성 보장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정부 위원회로 존재하는 한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횡령·배임·사익편취 제재근거 마련…독립성 확보가 관건
‘기금운용위’ 여전히 정부 기구…위원 위촉 복지부 입김 가능성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 주주활동을 해 기업 가치를 지켜야 한다.”(노동·시민단체) vs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참여는 안된다.”(경영계)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지침인 SC 도입을 놓고 7월2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경영 참여와 의결권 사전 공시, 의결권 행사 위탁사 위임 등의 쟁점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다. 끝내 합의가 안 돼 의결이 무산됐다. 이후 나흘간의 냉각기를 거쳐 열린 30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선 쟁점사안에 조건과 단서가 달린 형태로 최종안이 도출됐다. 쟁점별 다수 투표가 아니라 양측 입장이 반영된 절충안을 마련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원들이 조금씩 양보하며 합의를 이뤘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C 도입이 대통령 공약(公約)사안인 만큼 정부에서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SC를 수행할 국민연금 기금운용제도의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영참여 제한 허용… 노동·시민단체 목소리 반영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핵심 쟁점은 경영참여 여부였다. 정부는 7월17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SC 도입 초안에서 제반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주주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위원들의 요구를 막판에 반영했다. 그렇다고 노동계쪽 요구만 들어준 것은 아니다.경영계가 강력하게 철회를 요구한 의결권 사전공시 제도와 관련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공시 내용과 범위를 정하도록 제한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사전에 모두 공개하지는 않도록 한 것이다. 의결권 행사를 위탁사에 위임하지 말고 국민연금이 직접 책임질 것을 주문한 노동·시민단체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전반적으로 양쪽 입장이 조금씩 반영됐다. 그러나 제한적이긴 해도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경영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동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경영참여 주주활동을 하지 않지만 기업가치 훼
손 등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2018년 하반기부터 기금수익과 밀접한 배당 관련 주주활동에 집중하고, 2019년에는 주주권행사 기준이 되는 횡령, 배임 등 중점관리사안을 선정해 해당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에 적극 나선다. 2020년부터는 비공개 대화 이후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기업은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해 명단을 공개하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이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SC 성패의 관건은 독립성    

이런 활동의 성패(成敗)는 기금운용 독립성에 달렸다. 정부는 기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9인)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14명)로 확대·개편하고 이 위원회에 정부인사를 배제하기로 했다. 위원회에서의 발언 내용도 녹취록 수준으로 기록·보관할 계획이다. 위원 3인 이상이 안건을 올릴 경우 개별위원에게 금융거래 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투명성도 높였다.

하지만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위원회 간사 역할을 하는 데다 위원 위촉 권한을 지닌 기금운용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인 만큼 정권의 입김이 스며들 가능성은 여전하다. 위원회가 정부 기구에 있는 한 구조적으로 완벽한 독립은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제3의 기구로서 정부 밖에 있지 않는 한 결국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위원을 위촉하는 것은 정부”라며 “큰 틀의 구조 개혁 없이 SC 도입이 대통령 공약 사안이라 서둘러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최경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법을 개정하지 않는 선에서 기존 체계 안에서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별도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경영 간섭보다 기금운용 효율화에 더 신경 써야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7월30일 주주권 행사 강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SC)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경영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기업 경영가치가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 기금운용위원회 의결로 예외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SC는 기관투자자가 주인 재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자금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투자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토록 한 주주권 행사 지침이다.국민연금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적보험인 만큼 안정성과 수익성,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SC도입이 국민연금 운용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주주권 행사 강화가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에 무게를 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안은 ‘경영참여 원천 배제’였으나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위원들의 강력한 요구로 ‘예외적 경영참여’로 바뀌었다. 재계로선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금 사회주의’ ‘연금 관치주의’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하다. 2017년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에 13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7% 가량 된다. 국내에서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은 300개이고, 이 가운데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106개.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종이호랑이’에서 탈피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행동하는 주주’로 변신하고 나섰으니 기업이 떨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목줄을 움켜쥔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기업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뿐이다. 정부의 기업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기업을 옥죄고 있는 마당에 복지부까지 나섰으니 경영환경만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국민연금은 제 코가 석자인 처지에 엉뚱한 데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2017년 수익률은 7.3%였지만 2018년 들어 지난 5월까지 수익률은 0.50%로 크게 하락했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1.16%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수인력마저 줄줄이 떠나고 있다. 본래 역할인 연금 운용에 매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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