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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해편(解編)과 주초위왕(走肖爲王)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어리석음에 사회 몰락”
기사입력: 2018/08/07 [09:21]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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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근본적으로 다시 해편(解編)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문재인 대통령은 여름휴가 마지막 날인 8월3일 기무사를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전격 지시하면서 ‘해편’이란 표현을 썼다. 뜯어보면 ‘풀어서(解) 엮는다(編)’인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신조어여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해체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해체에 가까운 근본적 재편을 원하는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표현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할 만큼 고민이 세심했다는 얘기다.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사이버 댓글 공작 등 기무사의 ‘적폐’와 국민적 분노를 감안하면 기무사를 공중분해해야겠지만, ‘해체’란 단어가 품고 있는 민감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군(軍)통수권자의 입장에서 기무사는 보안·방첩, 방산비리 감시 등 순기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기무사 개혁안을 지난 2일 국가안보실을 통해 보고받은 지 하루 만에 기무사 해편을 지시하고 기무사령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기무사 개혁을 얼마나 시급하고 엄중하게 보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되 논란이 됐던 권한, 기능의 전면 재조정은 물론 비(非)군인 감찰실장을 통한 대규모 인적 청산까지 지시했다. 기무사 개혁위 권고안에 따라 기무사 요원 4200명을 원대 복귀시킨 뒤 30% 이상 감축할 경우 1200명은 복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70년간 반복됐던 기무사의 권력지향적 역사와 단절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향후 기무사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직무범위를 군 관련 보안·방첩 분야로 한정하고 수사 기능을 헌병이나 군 검찰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민사회의 비판적 지적까지) 종합해서 기무사령부령을 개정할 때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국군기무사령부의 새로운 이름이 27년 만에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정해졌다. 새롭게 제정된 근거 규정에는 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 준수 조항이 신설됐다. 기무사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편’의 참뜻 살리려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에서 빠질 수 없는 안정적 관료다. 그것도 고위직으로 행정부 내 미국의 가치와 질서는 물론 우리와 비슷한 다른 나라 등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켜낼 관료라는 의미에서다. 이유는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심축 역할을 비교적 잘 유지해 나가면서다. 이런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얼마 전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필요할 경우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전 세계를 경악시킨바 있다. 그 해석은 처음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 나가겠다는 뜻도 있었고 무역전쟁 이외 다른 그 무엇도 가능할 것이란 의미심장함도 포함된다. 어쩌면 때로 대화의 조건이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도 역설한 중대한 사례였다. 이런 매티스는 장군 출신이다. 평생 군대 울타리 밖을 떠나보지 못한 그는 사병으로 해병대를 거쳐 ROTC로 다시 4성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물론 그는 중국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모두 외울 정도로 세계 전쟁사에 통달하는 등의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또 군출신 답게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복잡한 세상사를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다 보면 실수를 한다는 평소의 생각에서다.

또 하나의 예도 있다. 얼마전 열린 해군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매티스 장관이 중국에 대해 과거 주변국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며 고개를 조아리길 강요한 명(明) 나라에 빗댄 것이다. 물론 미국 언론들과 국내 몇몇 언론에서는 이러한 매티스의 비판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는 뭔가 다른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실타래 같은 기무사 문건 얘기가 서서히 풀리면서 기무사가 전면 재편, 사령관이 교체됐다. 그리고 이전에 국방부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2022년까지 장군 정원을 76명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개혁 2.0’ 기본방향을 보고했다. 현재 436명인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36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얘기다. 1970년 중반 수준이라고 언론은 첨언했다.

문 대통령도 새 국군기무사령관에 비육사출신 학군 23기의 특수전사령관을 임명하면서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하여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하기 이른다. 현재의 기무사를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군 방첩·정보 조직으로 재편성하라는 의미다. 이번 기무사 문건에 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은 장군출신이거나 장군들이다. 장군(將軍)은 군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수뇌이다. 이순신 장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시 매티스 같은 장군들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까지 국회에서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기무부대장이 서로를 거짓말 한다며 이런 거짓말들을 입증하는 자료까지 공개하는 장면들을 여과 없이 지켜봐야 했다. 직속 부하들이 장관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온 것에 세계의 언론과 우리 국민들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회 곳곳에서 정치 아닌 정치판이 벌어지고 있지만 군 안에서 까지 정치 싸움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뜻도 포함된다. 분명한 것은 국방장관인 송영무 장관이 이번 일로 가장 중요한 군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주초위왕’으로 모략…상대방 제거 능사로 아는 정치…당쟁은 끝없이 이어져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1482~1519)는 17세 때에 김굉필의 유배지로 찾아가 공부를 했다. 30세가 되도록 『소학(小學)』만 읽은 김굉필. 지행합일(知行合一)에 관한 한 그를 따를 사람은 드물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조광조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선비였다.‘주초위왕(走肖爲王)’은 조광조를 두고 한 말이다. 주초는 조(趙)의 파자다.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다. 젊은 조광조는 도학(道學)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현량과를 만들어 현인군자를 등용하고, 팔도에 여씨향약을 두어 도덕사회를 이루고자 애썼다. 미신과 혹세의 온상으로 여긴 도교사원도 없애고자 했다. 조광조는 어떻게 평가될까. 퇴계 이황은 “조정암은 참으로 아름다운 자질을 타고났다”고 평가했다.권불십년(權不十年). 사림(士林)의 반대편에 선 훈구파(勳舊派).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네 글자를 써 벌레가 파먹도록 한 뒤 “역모”라고 외쳤다. 역적으로 낙인찍힌 조광조는 결국 능주로 귀양 가 한 달 만에 사약을 받았다. 그때 나이 37세. 많은 사림이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중종 14년, 1519년에 일어난 기묘사화(己卯士禍)다.왕은 나뭇잎에 새겨진 주초위왕을 믿은 것일까. 믿었다면 우매하고, 믿지 않았다면 교활하다. 왜? 사약을 내렸으니까 말이다.

이후 역사는 어찌 되었나. 선조 2년, 1569년 3월4일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이러하다. “무오사화, 갑자사화는 말할 것도 없고, 기묘사화 때 현인군자는 모두 큰 죄를 입었사옵니다. 이로부터 사(邪)와 정(正)은 한데 섞여 간악한 무리가 때를 만나 원한을 갚을 때에는 ‘기묘의 여습’이라 하옵니다. … 북로남왜는 다투려 하고, 백성은 쪼들리고, 나라의 부고(府庫)는 비었으니 사변이 일어난다면 토담처럼 무너지고 기왓장처럼 흩어질 것이옵니다.”상대를 제거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정치. 당쟁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 정치로 백성의 배를 불릴까, 나라를 지킬까. 썩은 패정(悖政)이다. 23년 뒤 임진왜란이 터지고, 왜란이 끝나고 29년 뒤에는 정묘호란, 또 9년 뒤에는 병자호란이 터졌다. ‘기묘의 여습’은 백성을 잡아먹었다.

이번 기무사 사태를 지켜보면서 객관적 팩트를 뒤틀어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만이 왜곡이 아니고 자기 취향에 맞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알려 전체 그림을 못 보게 하는 것도 왜곡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언론에 국한되는 얘기만도 아니다. 장군도 그렇고 장관도 그러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몸짓으로만 국민들에게 보인 이유도 마찬가지다.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든 진보든, 자신에게 불편한 진실까지 받아들이며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자칫 왜곡된 일이 굳어지거나 그렇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어리석음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몰락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밖에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편이 기무사에 국한될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주초위왕’의 역사적 진실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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