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국민연금 보험료인상 예고…어떻게 달라지나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8/13 [08:04]
국민연금, 연금수령도 65→68세 추진..보험료 20년 만에 상승

국민연금 보험료인상 예고…어떻게 달라지나

국민연금, 연금수령도 65→68세 추진..보험료 20년 만에 상승

양형모 | 입력 : 2018/08/13 [08:04]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연장으로 우리 국민의 노후버팀목인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단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국민연금 재정계산 제도발전위원회’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최소 4%포인트 인상하는 안(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60세 미만으로 설정된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도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연금수급 연령인 65세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9일 관련 부처와 기관에 따르면 제도발전위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도발전위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이 의견에 의하면,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20년 만에 올리고, 연금수령도 65세에서 68세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1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 보고서를 만들고, 추계결과 국민연금 기금은 3차 때보다 3년 이른 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했다.제도발전위는 2088년까지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2018년 45%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의 비율)을 멈추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19년에 당장 1.8%포인트 올리든지, 아니면 소득대체율을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 오는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면서 보험료를 천천히 인상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보험료율 조정만으로는 재정안정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오는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5세(2033년)에서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또한 출산크레딧을 개선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출산크레딧(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것)를 부여하도록 했다. 군(軍) 복무 크레딧도 강화해 현재 6개월에서 앞으로 전체 복무기간으로 확대한다. 복지부는 8월17일 공청회를 열어 이같은 방안들을 국민에게 공개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재정안정 개선안>  

◎ 재정
● 기금 고갈 시기 2060 → 2057년
● 대안
① 소득대체율 45% 유지: 보험료 1.8%p 당장 인상
② 소득대체율 40% 유지하되 2089년까지 고갈 늦추려면
-1단계(2028년 또는 2033년까지): 보험료 4%p 인상
-2단계(2038~2048년): 연금 수령 개시 연령 65세 → 68세, 기대여명-연금액 연동해 하향 조정(보험료 3~4%p 인상 효과)   

◎ 제도개선
● 가입 상한 연령 60세 미만 → 2033년 65세 미만
●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 468만원 → 54만원 내년 증액
● 연금 수령 최소가입기간 10년 → 5년
● 첫째 아이부터 출산보너스 지급
● 군복무 보너스 6개월 → 전체 복무기간
● 분할연금 자격 혼인기간 5년 → 1년
● 유족연금 지급률 40~60% → 60%로 상향
〔자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재정추계위원회〕   
    
국민연금 2057년이면 바닥… 보험료 단계적 인상 추진
재정고갈 막으려면 1000兆 필요…연금지급 국가보장도 명문화를
    

국민연금 기금은 화수분(貨水盆: 재물이 계속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함. 중국 진시황 때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한 말)이 아니다. 노후 연금을 지급하다 보면 바닥이 드러난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5년마다 경제성장률·인구 등의 변화를 따져 재정을 재계산한다. 여기에 맞춰 개선해 나가면 된다. 2018년에는 4차 재정재계산을 한다. 관련 위원회, 정부, 국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전 3차 재계산에서는 2060년으로 추정했는데 3년 당겨졌다. 복지부는 이번에 공청회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한다. 이후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 조정 등의 계획을 수립해 10월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 때문에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장기 재정을 추계하는 것이어서 출산율 변수는 생각보다 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3년 당겨지는 것을 막으려면 10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지금 적립금 634조원(5월말 기준)으로도 커버가 안 된다. 2060년 고갈을 전제로 해도 보험료(현재 9%)를 12.9%로 올려야 하는데도 2013년 재계산 때 손대지 않았고, 그사이에 상황이 나빠졌다. 최소한 보험료율이 13% 이상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재정안정 못지않게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중요하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9일에 낸 성명서에서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하고 적정 급여(노후연금)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최근 한국노총·노년유니온 등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연금 기능을 높이려면 소득대체율을 더 깎지 않아야 한다. 올해 대체율은 45%. 월소득이 100만원인 근로자가 40년 가입하면 매달 45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매년 0.5%를 깎아 2028년에 40%로 낮추게 돼 있다. 하지만 40년 가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평균 24년 가입하기 때문에 24%에 불과하다. 그래서 ‘용돈연금’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재계산 관련 위원회는 소득대체율 깎기를 45%에서 멈추거나(1안) 40%로 깎되 보험료를 올리는 방안(2안)을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45% 스톱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국회에 이런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40%로 깎을 때보다 재정 고갈이 더 당겨진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초 45% 스톱안에 대해 “2060년까지 435조원이 더 든다. 재정고갈 시기가 6년 당겨진다”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경제·출산 등의 자연 변수 악화로 인해 3년, 45% 스톱안을 채택하면 6년 당겨진다. 재정 안정에 쏠리면 2안을 선택해야 한다. 연금 기능을 약화시키면서 보험료를 올리기는 더 쉽지 않다. 1안을 택하되 3%포인트든 5%포인트든 보험료를 올리는 게 낫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올리되 체감하기 어렵게 매년 조금씩 10년에 걸쳐 올리는 게 좋다. 보험료 인상은 안 그래도 최저임금 때문에 어려운 자영업자를 더 어렵게 만든다. 지금은 저소득 근로자의 보험료만 정부가 지원하는데(두루누리 사업), 이것을 자영업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재정 악화 사실이 공개되면 ‘노후에 연금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젊은 층의 불안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런 전례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신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조항을 국민연금법에 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서 이런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이 다가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또 5년을 헛되이 보낼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개정 움직임에 청와대 청원 봇물

국민연금 보험료가 20년 만에 오르고 납입 연령도 기존 60세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관련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제안들이 접수되고 있었지만, 최근 개정 움직임에 발맞춰 이를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한 청원인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비교하며 “민중을 개·돼지라고 한 어떤 공무원의 말이 진실인 것이냐”며 “국민연금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하면 무조건 참여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청원인도 국민연금의 가입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청원하면서 폐지를 주장했다. 연금을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데 대한 반발에 연금 수령 나이가 기존보다 많은 70세라는 언론 보도 때문으로 보인다. 또 다른 청원인은 “차별을 받지 않고 상생하는 길”이라며 4대 연금의 통폐합을 주장하기도 했다.이같은 논란 속에 복지부는 10일 “보도된 내용들은 정부 안(案)이 아니며 정부 안은 9월말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 운용 정상화와 수익률 제고 방안부터 마련해야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0만명에 이르고 635조원이 적립돼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에 해당되는 규모임에도 수익률은 꼴찌 수준이다. 2017년 수익률이 5년 만의 최고인 7.3%였지만 노르웨이국부펀드(13.2%)나 캐나다연기금(11.6%), 미국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11.2%)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4월까지 수익률이 0.89%였고 연간으로 따지면 1.7%대다.운용 수익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1%포인트만 떨어져도 기금고갈 시점은 5년 앞당겨진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연간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릴 수 있어도 보험료율 인상 압박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의 상황은 거의 난파선 수준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지역 정치 논리로 지방으로 옮긴 것부터 어이없는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금운용본부 책임자는 1년째 빈자리이고 고위직 9개 가운데 5개가 공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으로 ‘퍼주기 복지’를 늘리려 하고, 국민연금으로 산 주식을 이용해서 대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수익률은커녕 원금을 보전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이런 행태를 벌이며 국민에게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한다면 누가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그에 앞서 어떻게 국민연금을 정상화하고 추락한 수익률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방안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1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