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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부터 의사 ‘왕진가방’ 다시 등장하나

양형모 | 기사입력 2018/09/19 [12:01]
국회 복지위 소위, 개정안 통과…왕진땐 병원 진료비의 2~3배

내년 상반기부터 의사 ‘왕진가방’ 다시 등장하나

국회 복지위 소위, 개정안 통과…왕진땐 병원 진료비의 2~3배

양형모 | 입력 : 2018/09/19 [12:01]
국회 복지위 소위, 개정안 통과…왕진땐 병원 진료비의 2~3배

빠르면 2019년 상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왕진(往診)가방을 들고 환자를 찾아가는 의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국회 보건복지위는 9월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왕진에 대해 진료비를 더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기 때문에 20일 복지위 전체 회의, 10~11월 국회 본회의를 무리 없이 통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개정안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의사가 방문 진료(왕진)를 한 경우 요양급여 비용을 가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왕진 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수가(酬價) 설계를 할 것"이라며 "늦어도 내년 5~6월쯤에는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현재 의사들에게 주는 진료비 체계는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짜여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환자의 요청으로 의사가 왕진을 가더라도 의료기관 내 진료비에다 교통비 정도만 환자에게서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왕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왕진에 나설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병원 가기 어려운 환자가 증가하는데, 의사가 왕진을 갈 수 있게 수가를 조정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면 환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은 물론 건보료 절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왕진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 치매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핵가족화로 돌볼 가족도 없는 환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왕진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 방문진료(왕진) 활성화 법개정 탄력...'왕진 수가' 가산 적용      

의료사각지대 해소 방안의 하나로 방문진료(왕진)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방문진료에 대한 별도의 수가체계를 마련하는 법 개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의료기관 내 진찰 및 진료비와 왕진 진찰 및 진료비가 똑같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의사가 방문진료를 할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진찰하거나 진료할 때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받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9월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향후 복지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9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 의사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를 직접 방문해 진료할 경우 수가를 가산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 지난 9월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모습         

그러나 복지부가 하위법령에 수가체계를 신설하자고 제안했고, 법안소위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복지부는 "방문진료를 활성화해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법안의 취지에공감하며, 개정안의 취지 반영을 위해서는 수가 가산보다는 방문 요양급여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해 하위법령에서 수가 체계를 신설하는 것이 다양한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안소위는 법안에 복지부의 의견을 담아 상임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또 법안 심의 과정에서 약사 출신 의원들이 방문약사 제도를 법안에 반영하자고 제안해 논의 과제로 남기기로 했다. 법안의 시행 시기는 공포 후 6개월일 이후로 정했다.         

왕진땐 병원 진료비의 2~3배…요양원 안 가고 ‘편안한 치료’
◆비용 2~3배로 책정할 듯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방문 진료를 활성화했다. 2007년엔 방문 진료 건수가 22만여 건이었으나 현재 의사가 환자의 집으로 정기적으로 가는 방문 진료는 월평균 70만건이다. 환자들이 부정기적으로 의사를 부르는 왕진도 매달 14만건에 이른다. 한 해 1000만건의 진료가 병원 아닌 환자 집에서 이뤄지는 것이다.일본처럼 방문 진료를 활성화하려면 의사들이 왕진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의료비 부담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료비와 환자 부담을 적절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엔 이를 설정할 기본 자료가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방문 진료에 드는 시간, 방문 진료에 따라 의사가 부담하는 기회비용, 환자의 방문 진료 비용 부담 능력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의사협회 등과 상의해야겠지만, 적어도 현재 의료기관에서 진료했을 때 주는 수가의 2~3배는 주어야 방문 진료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복지부는 2016년 가정에서 지내길 원하는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해 의사까지 참여하는 '말기 암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다. 환자 만족도는 높았지만 의사 초진료를 10만2310원(환자 부담 5120원)으로 책정하는 등 수가가 너무 낮아 활성화에 실패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에도 필요

일본의 방문 진료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한 달에 2번 방문하고 응급 상황일 때 연락이 오면 방문하는 방식이다. 24시간 연락이 가능하도록 주(主)의사와 부(副)의사 등 의사 2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하는 진료의 2배 정도 수가를 주고 별도의 관리비를 지급한다. 전체 의료 행위에 대해 한꺼번에 계산하는 일종의 '포괄수가제' 방식이지만 어려운 시술을 한 경우 별도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이렇게 하더라도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보다 의료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이다. 환자의 한 달 평균 입원비용은 약 487만원인데 방문 진료·간호·돌봄 비용은 166만원 정도라는 것이다.앞으로 확대해야 하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돌봄)를 위해서라도 방문 의료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 추진계획에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일본 보건의료 전문가인 남상요 유한대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살던 곳에서 케어 받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비용 문제를 떠나 삶의 가치 측면에서 방문 진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2014년 약 53만1000명에서 2016년 약 62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포함해 15만~20만명이 여건이 허락하면 재택 의료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는 "적절한 설계와 수가 책정이 왕진 활성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30분 이내에 환자에게 접근 가능한 선에서 15분 진료 보장과 의사 이동 시간의 기회비용을 감안해 적정 수가와 진료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빠르게 늙어가는 일본, 70세 이상 20% 첫 돌파 … 더 빠른 정부 대처

일본에서 7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일본 인구 5명 중 1명이 70세 이상 초고령자라는 얘기다. 일본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생)’가 70대에 진입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 고용확대와 연금 개시연령 변경, 원격진료 확산 등 일본 정부의 정책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9월16일 발표한 인구추계에 따르면 9월15일 현재 만 7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년보다 100만 명 늘어난 2618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총인구의 20.7%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70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일반적으로 고령자로 분류되는 만 65세 이상 인구도 전년보다 44만 명 늘어난 3557만 명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8.1%로 나타났다. 일본의 노인 인구 비율은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1.9%) 독일(21.7%) 핀란드(21.6%) 등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40년이면 35.3%에 이를 전망이다. 유엔은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일본 총무성은 이와 함께 90세 이상 인구도 205만 명에서 219만 명으로 1년 새 14만 명 늘었고, 100세 이상 장수 인구 역시 7만여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일하는 노인 수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7년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807만 명으로 14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12.4%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일본 전체 인구는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2017년 1억2669만 명에서 2018년 1억2642만 명으로 27만 명 감소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도 7596만 명에서 7542만 명으로 줄었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서둘러 재점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용 가능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에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도록 권고하고 재고용을 확대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공적연금 개시연령을 당사자가 희망하면 70세 이후로 더 늦출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공적연금 개시연령은 원칙적으로 65세이지만, 필요할 경우 연금이 줄지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수급연령을 65~70세로 늦춰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 등을 위해 원격진료 확대도 꾀하고 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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