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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칼럼
국민연금 기금委 상설화…‘국민 노후’ 안정성 강화
위원 자격요건 신설하고 차관급 상근위원 3명 두기로…주진형 CIO 사실상 내정
기사입력: 2018/10/07 [12:0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양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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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자격요건 신설하고 차관급 상근위원 3명 두기로…주진형 CIO 사실상 내정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상설화된다. 그동안 국민의 노후자금 643조원(7월말 기준)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전문성 부족 논란과 외부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아 ‘거수기’위원회라는 오명(汚名)까지 얻은 기금위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려 적립금 소진 시기를 늦추고 국민 노후소득 보장제도로서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10월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18년 제7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방안(초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개선 방안은 기금위 소속 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위원회를 상설화해 기금 운용과 관련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위촉직 위원에 대한 자격요건 마련 ▲민간 위촉 위원들에게 안건부의 권한 부여 ▲상근위원(민간위원)을 통한 위원회 상시 운영 ▲소위원회(위원장 민간위원) 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개선방안 대부분은 기금위의 전문성뿐 아니라 정부 등 외부세력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기금위의 독립성 강화 방안이기도 하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국민 노후자금 안정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개선안 취지를 설명하며 "현행 체계에서는 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 최근 기금고갈 시기 단축 등 재정계산 결과와 더불어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주진형 CIO 사실상 내정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별도의 사무국을 갖춘 상설기구로 바뀐다. 또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위원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한다. 내정설만 돌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0월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보고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개선방안(초안)'에 따르면, 기금위는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기금운용 의사결정과정에 상시 참여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로 개편된다. 이를 위해 위원 자격요건이 신설된다. 금융,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분야 3년 이상 경력의 교수, 박사 학위 소지자, 변호사, 회계사 또는 이런 요건에 상당하는 경력을 갖춘 전문가만 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다.<10월3일 양형모칼럼-‘자산운용 경험’삭제…국민연금 CIO공고 논란 참조>

기금위는 복지부 장관(위원장),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동안 민간위원은 별다른 자격요건 없이 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인물을 위촉해왔다. 자격요건이 신설되면 현재 민간위원은 대부분 교체돼야 한다. 

기금위 상설화도 추진된다. 기금위는 표면적으로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기금운용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했다. 상설기구가 아니어서 상정 안건조차 심도있게 논의하지 못했고, 위원들은 1년에 겨우 6∼8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2∼3시간 안에 모든 안건을 심의·의결해왔다.

복지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임위원직을 설치하는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근위원직을 두기로 했다. 상근위원은 3명이다. 가입자단체 추천 위원 12명(사용자 3명, 근로자 3명, 지역가입자 6명) 중에서 단체별로 1명씩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한다.

이들은 기금위 산하 소위원회 3개(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 가운데 1개씩을 전담한다. 상근위원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 신분을 유지하고, 보수는 정무직공무원 차관급 보수(연봉 1억2000만원 수준)에 준해 지급된다. 

투자정책 및 수탁자책임 소위원회는 9명, 성과평가보상 소위원회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상근위원들은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전담하지 않는 2개 소위원회에는 위원으로 참여한다. 나머지 위촉직 비상근위원 11명은 2개 이상 소위원회에 중복으로 참여한다. 

기금위 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기구는 복지부 산하에 설치된다. 사무기구에는 소위원회 운영을 지원할 부서 3개가 꾸려진다. 위원에게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을 기금위에서 안건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안건 부의권이 주어진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동의가 요건이다. 위원회는 월 1회 정례회의와 수시회의를 개최해 투자기준과 자산배분 등 투자전략, 기금운용 성과평가 및 운용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 

공정하게 위원을 위촉하기 위해 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인물로 '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촉 심사를 전담시키기로 했다. 또 위원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관주의, 신의성실의무 등을 지침에 구체화하고, 위반 시 위원 해촉사유로 명시한다.  다만 신분보장, 정치활동 및 겸직금지, 의무 위반 시 벌칙부과 등은 개인 기본권과 관련되는 사항으로 법률개정을 추후 검토키로 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개선방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최근 기금 고갈시기 단축 등 재정계산 결과와 더불어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며 "정부는 이에 부응해 기금위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구로서 역할 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은 주요 방안에 모두 반대했다. 국민연금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회의 시작 전 회의장에서 "국민합의 없는 기금체계 개편을 반대한다"며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민간위원 선임 시 전문성보다는 가입자 대표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편,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년2개월이 넘도록 공석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가 있는 10월23일 전까지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2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 장관은 "모든 사람은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며  "노조의 반대가 인사 검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주 전 사장으로 결정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어떤 사람이든 반대하는 지점이 있지만 크게 고려하지는 않고 기금운용을 잘하는 사람을 뽑겠다"며 "정치권이든 정부에서든 기금운용본부는 그 자체적으로 독자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최대한 존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사무금융노조는 10월2일 성명서를 내고 CIO 최종후보 중 1명으로 알려진 주진형 전 사장에 대해 "노동자를 구조 조정한 인사에게 노동자들의 노후를 맡길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이탈이 심한 기금운용본부에서 주 전 사장이 CIO로 선임될 경우, 본부 자체가 아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주 전 사장이 CIO로 선임될 경우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사적으로 밝힌 직원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CIO인선 왜 '난항'인가    

누가 CIO에 '등극'할 것인지에만 관심이 쏠린 탓에 정작 왜 기금운용 책임자를 금융(자산운용) 전문가 테두리에서 고르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국민이 많다.

국민이 의아해 하는 점은 금융전문가를 복지전문가 집단이 뽑으려고 한다는데 있다. 겉으로는 기금운용만큼은 금융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뽑힌 기금운용 전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를 땐 역시 복지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유는 6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기금의 무게가 이런 기묘한 이중구조를 낳은 모태이다. 주진형 전 대표 역시 금융전문가임에 틀림없지만 사무금융노조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화증권 대표 때 구조조정에 앞장서 노조원들을 해고한 전력 탓에 노조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노조는 결국 주 전 대표를 고용복지 차원에서 기금운용책임자 자질을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금운용 관련행위는 복지보다 금융에 더 가까운 일이어서 이 자체로도 상호 모순이다.

사태의 근본처방은 복지부가 CIO 인선에 손을 떼야한다. 이게 안 되다 보니 일이 꼬인 것이다. 겉보기에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CIO를 뽑는 것으로 돼 있지만 최종적으로 복지부 장관이 승인해서 대통령에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정치적인 인선인 셈이다. 금융전문가 필수조건은 사실상 최종 낙점 평가항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이중구조가 인선이 늦어진 근본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주 전 대표는 한번 쯤 맡겨보고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떨까 하는 긍정론이 있다. 그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노인빈곤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500조(2017년 5월 기준)가 넘는 돈을 쌓아두고도 노인빈곤을 방치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라고 역설했다.

주 전 대표는 “근본적인 목적은 노년층의 빈곤을 막기 위해서다”며 “빈곤에 빠진 고령층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경제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만 봐도 그가 상당한 정치적 철학이 내재된 인물임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단물만 빨아온 관료나 어용학자들만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주 전 대표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는 뼈있는 시대의 '명언'을 남긴 탓에 그를 반대하는 세력 뒤에 대기업, 특히 그를 싫어하는 삼성 등의 입김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의심'도 해볼 만한 대목이 있다.

주진형 전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화투자증권을 이끌면서 매도 리포트 확대, 고위험 주식 선정 발표, 수수료 기준의 개인성과급제 폐지 등 파격 행보를 보여 ‘증권업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사임 압력을 받았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증언했다. 2016년에는 민주당에 합류해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냈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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