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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대통령' 국민연금 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

양형모 | 기사입력 2018/10/10 [19:20]
국민연금 자금 643조원 운용 책임…공석 1년3개월만에 선임…선임에 정치 입김 배제해야

'자본시장 대통령' 국민연금 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

국민연금 자금 643조원 운용 책임…공석 1년3개월만에 선임…선임에 정치 입김 배제해야

양형모 | 입력 : 2018/10/10 [19:20]
국민연금 643조원 운용 책임…공석 1년3개월만에 선임…선임에 정치 입김 배제해야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통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드디어 새로운 수장(CIO)이 탄생했다. 1년 이상 공석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이 선임됐다. 한동안 유력 후보로 꼽혔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결국 낙마했다. 10월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을 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안효준 제8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뉴욕지점장, 해외운용팀장을 역임했다. 대우증권에서는 홍콩지점 주식운용팀장을, 국민연금에서는 주식운용실장을 맡는 등 국민연금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시카고 카길과 호주 ANZ펀드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을 이끌었으며 2017년 11월부터는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 사장으로 재직했다.
▲ 안효준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7월말 현재 ‘국민 노후자금’ 643조원을 굴리는 책임자로 흔히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러나 7대 강면욱 전 본부장이 2017년 7월17일 일신상의 사유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면서 지금까지 1년 3개월째 공석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월 공모절차를 개시했으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의 최종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6월27일 재공모를 실시했다. 지난 7월 마감한 CIO 재공모에는 30명이 지원했고, 국민연금공단은 이 중에서 13명을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8월21일 면접에선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 5명이 통과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기금운용본부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후 8번째 본부장이며, 기금이사로는 9번째가 된다.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추가로 1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이번에 기금운용본부장은 재공모에 총30명이 지원한 가운데 서류와 면접전형에서 안 사장을 비롯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 5명이 최종 후보자로 통과해 각축을 벌였다

 대세론 나오던 주진형, 국민연금 CIO 낙마한 이유는?
높은 인지도 불구 평판 악화 부담된 듯…업계·노조 반대성명이 찬물 끼얹어
    

이번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내정설까지 나돌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낙마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발표를 앞두고 주 전 사장의 내정설이 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낙마한 결정적 원인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실제로 이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주 전 사장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주 전 사장의 인지도는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 재벌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해 비판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0월7일 양형모 칼럼- 국민연금 기금委 상설화…‘국민 노후’ 안정성 강화 참조>

국민연금 개혁의 적임자라는 이미지가 확실한 만큼 주 전 사장의 CIO 지원은 이른바 '윗선'의 사전 인가를 받은 것이란 의혹이 따라붙었다. 청와대는 부인했으나, 앞선 공모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로 오른 후 정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응모를 권유 받았다며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주 전 사장이 CIO 지원자격인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험'을 갖추지 못했다는 논란 속에도 서류와 면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최종 5인 후보로 포함되는 저력을 보인 것도 그의 대세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 사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여론 악화가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 전 사장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데 함께 일했던 사람과 집단에서 매우 비판적"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임명 반대 청원이 올라오고 사무금융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가 반대 성명을 낼 만큼 적이 많은 인사를 선임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이라고 말했다.지난 2일 사무금융노조는 주 전 사장이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350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력(前歷)이 있다는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 자격이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자본시장과 호흡해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특성상 시장을 대표하는 증권·자산운용업계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확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가뜩이나 시장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이 CIO에 대한 불신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기류가 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후보추천위원회도 객관적으로 경력과 능력 면에서 가장 적합한 안효준 사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입김 철저히 배제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국민연금이 2018년 상반기 국내 주식투자에서 10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국민연금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 사태가 1년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월부터 7월말까지 국민연금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연(年) 환산 기준 1.86%로, 2017년 연간 수익률(7.26%)의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주식 투자로만 9조95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더구나 기금운용본부에 전문인력 유출까지 겹쳤다.

가뜩이나 제4차 재정추계에서 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데다, 연간 수익률까지 떨어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CIO 선임이 이유 없이 늦어지면서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공단은 2017년 7월 강면욱 전 CIO가 사표를 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재공모를 실시, 9월에 최종면접 통과자를 5명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발표가 계속 미뤄졌다. 이에 따라 1년 가까이 ‘특정인 내정설-공단 부인’ 패턴이 이어지면서 억측만 난무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역임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이 “평판조회를 거친 결과 기금운용을 할 수 있을 만한 자격 자체가 안 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공단은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는 등 과거 행태가 반복되었다.

국민연금 CIO는 6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산 관리의 총괄 책임자다. 탁월한 자산관리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여기에 정부 입김으로부터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지켜내면서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인물이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으로 주요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흔들리는 조직도 서둘러 추슬러야 한다.
양형모(경영학 박사·애원복지재단이사 ·본지 고문·hm1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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