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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상천외의 스님들(서경수 著·김현준 編·효림출판사 刊·224쪽·7,000원)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8/10/12 [07:13]
원효부터 혜월까지 11명 고승들의 생생한 발자취 담아

서평●기상천외의 스님들(서경수 著·김현준 編·효림출판사 刊·224쪽·7,000원)

원효부터 혜월까지 11명 고승들의 생생한 발자취 담아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8/10/12 [07:13]

원효부터 혜월까지 11명 고승들의 생생한 발자취 담아
     

혜안 서경수 교수의 입적 32기를 맞아 『기상천외의 스님들』이 도서출판 효림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경수 교수가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연재했던 글들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 고승들에 대해 쓴 글들을 뽑아 연대별로 엮은 선집(選集)으로, 원효대사부터 혜월스님까지 11분의 고승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서경수 교수는 위대한 종교인으로 살아간 고승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이 책에서 가능한 한 전설과 일화적 요소를 배제해가면서 흐려져 가던 사상과 진면목을 생생하게 재조명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자는 가장 슬픈 장면에서 만인을 웃기고, 만인이 웃으며 기뻐할 때 제일 슬픈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미치광이란 칭호도 달게 받는다. 그들이 등장하는 무대의 시간과 공간은 비극도 희극도 없는 완전한 ‘허무’다. 비극도 희극도 없는 허무의 무대 위에서 연기자는 최고로 멋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 원효 · 도선 · 나옹 · 신돈 · 활해 · 허주 · 영산 · 환옹 · 경허 · 수월 · 혜월 스님 같은 이들이 그처럼 위대한 연기자 아니었을까. 죽음과 삶을 넘어선 고승들에게 비극과 희극의 구분이 있을 리 없다. 그들은 비극도 희극도 없는 완전한 허무의 무대 위에서 멋진 연기를 하며 살다가 간 것이다.    

<다음은 책에서 11명 고승들을 설명한 제목>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거리낌 없이 무애의 행을 펼친 원효대사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설의 대가로 추앙받게 된 까닭
중국 천하를 두루 다니며 도력을 크게 떨친 나옹선사
성승과 요승의 두 얼굴을 동시에 갖춘 이면불二面佛 신돈辛旽
마음의 옷을 모두 벗은 나체도인 활해선사
욕심 많은 제자를 깨우치고자 소의 모습으로 끌려다닌 허주스님
거지와 가난한 이를 위한 자비보살 영산스님
궁녀도 강도도 같은 마음으로 대한 환옹선사
언제나 매를 자청한 대도인 경허선사
오가는 길손을 위해 마지막 삶을 다한 수월선사
무심의 대자비가 넘치는 기이한 산술법의 영원한 어린 도인 혜월선사    

이 11분의 스님은 하나같이 민중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시비와 분별을 가리며 불교의 이치를 물어 오는 어리석은 수도자에게는 초상식적 언행과 벼락같은 호통으로 응수했다. 그들은 오직 대자비행의 불교에 미친 연기자였다.    

저마다 자기만을 위하며 혈안이 되어 사는 현대에, 도리어 남만을 위하여 혈안이 되었던 고승들의 이야기는 종교가 진정 이 시대에서 해야 할 일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출생 · 죽음 · 출가 · 무애 · 천진, 종교인이 지향해야 할 바른 삶 등의 직간접적으로 깨우쳐주고 있으며, 아울러 서경수 교수 특유의 필력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과 사회의 모습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도 짐작하기도 어려운, 이 땅에서 무애하고 기상천외하게 살다 가신 스님들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두울수록 빛을 발하는 별처럼, 이 책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밝혀줄 것이라 감히 확신해 본다.
 
서경수 교수(1925~1986)는 서울대 문리대 종교학과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가슴까지 뒤덮은 은백색 수염과 뿔테 안경 너머로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의 서 교수는 특이한 외모만큼 행적도 남달랐다. 전북대 · 동국대 강사를 시작으로 불교신문사 주필, 동국대 비교사상연구소 소장을 거쳐 인도 네루대 교환교수와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6년 10월에 윤화로 타계하였다.    

1970년 초부터 그는 불교학 연구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기독교와 불교 비교,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본 불교 등의 논문과 글들을 발표하여 불교학 연구의 지평을 확대한 것이다. 대학생불교연합회를 지도하면서 청년불교운동을 이끌었으며, 이기영 선생과 함께 한국불교연구원을 창설하여 재가불교운동과 한국불교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붓다께서 가리킨 길』 『세속의 길 열반의 길』 『인도 불교사』 『인도 그 사회와 문화』 『불교를 젊게 하는 길』 『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 『열반에서 세속으로』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미란다팡하』 『히말라야의 지혜』,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불교백년사」 「신라 초기 교단 형성의 연구」 「신돈과 보우」 「고려시대 거사불교의 연구」 「조선사찰령 연구」 「법화경과 Bhagavadgitā」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고승 한 사람 한 사람을 높은 밤하늘에서 고고하게 빛나는 별에 비유한다면 나는 그 별들이 위치한 하늘 전경의 모습을 그려 보려고 한다. 고승의 인품처럼 빛나는 큰 별 주변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잔별들의 모양과 위치 또는 불현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혜성 그리고 땅 위의 모래알만큼 많은 은하계의 별들에 대하여 스케치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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