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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세금구멍’ 뚫린 요양병원…줄줄 새는 건강보험료
유령조합원 생협 통해 병원설립 1352억 횡령…경찰, 의료재단 대표 등 54명 적발
기사입력: 2018/11/05 [07:3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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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조합원 생협 통해 병원설립 1352억 횡령…경찰, 의료재단 대표 등 54명 적발    

우리 사회 곳곳에 ‘세금도둑’이 널려있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이어 요양병원 비리도 터졌다.  이 또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에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세워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요양급여 1352억 원을 빼돌린 요양병원 관계자 54명이 대거 적발됐다. 사무장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1500곳에 달하는 요양병원의 비리 문제가 사립유치원의 비리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월29일 의료재단 대표 L씨(68) 등에 대해 부정의료기관 개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의 허점을 노렸다. L씨는 2006년 11월 아내가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 조합원’ 300명을 만들었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출자금 3000만원도 본인이 낸 뒤 조합원들이 낸 것처럼 꾸몄다. 조합 발기인 명부와 창립총회 절차 등도 모두 조작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자녀에 법인명의 외제차-거액 월급 지급  

L씨는 11년 8개월간 부산에서 요양병원 3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1010억 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 그는 캐나다 국적을 가진 자녀 2명에게 각각 법무팀장, 원무과장 직책을 주고 자주 출근하지 않는데도 매달 500만∼600만 원씩 5년여간 총7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또 법인 명의로 산 9000만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를 자녀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주로 노인질환을 앓거나 암 등 외과 수술 뒤 회복이 필요한 노인이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전국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에서 2017년 1531곳으로 급증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요양병원이 경영상의 이유로 세워지다 보니 의료서비스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도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맞춰 요양병원을 이번에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88세 의사를 ‘바지사장’ 앉히고 ‘사무장 병원’ 차려 요양급여 빼먹어    

“이 병원이 비리 병원이라고요?” 지난 10월29일 부산 동래구 A요양병원에서 만난 50대 보호자는 비리 내용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2017년 초에 개원한 이 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300∼4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된 한 의료재단 대표 L씨의 ‘사무장병원’ 3곳 중 1곳이다. 이 병원들이 10여 년간 부당하게 가로챈 건강보험료는 1000억 원이 넘는다.요양병원 문제는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특히 비(非)의료인이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차리고 거꾸로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은 유치원 비리보다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장병원’, 환자는 뒷전  

지난 9월 충북 증평의 한 요양병원이 폐원해 환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 병원의 전(前)대표 B씨는 2017년 8월 병원 설립을 위해 88세 의사 C씨를 만났다. 의료법상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자격을 갖춰야 병원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으로 진료를 못하는 C씨를 서류상 대표로 내세운 이 병원은 요양급여비 6억4000여만 원을 착복하다가 적발됐다. 2017년 요양급여 부당이득 환수결정 총액은 6949억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80%가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결정이다. 사무장 병원 적발건수는 2014년 174곳에서 2017년 225곳으로 급증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의료생협’ 

일정 정도의 조합원 규모를 갖추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요양병원 비리를 키우는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조합원 500명 이상, 총출자금 1억 원 이상이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 명의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그나마 2017년 9월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그 이전엔 조합원 300명 이상, 총출자금 1000만 원 이상이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에 지역주민들이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이 규정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10월29일 부산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의료생협의 특성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생협이 마치 사무장병원을 세우는 합법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까지 동원한 ‘환자의 수 부풀리기’ 

일반 병원은 개별 진료 행위마다 수가를 책정한 뒤 그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미리 환자 1명당 평균 비용을 정해놓고 환자 수와 입원일수에 따라 금액을 지급받는다. 요양병원들이 환자 모시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동원되기도 한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종합병원을 돌며 브로커가 암 환자 등에게 요양병원을 홍보한다”며 “입원 대가로 병실비용 할인 등 혜택을 주고 브로커는 진료비의 10∼20%를 받는다”고 밝혔다. 

일부 요양병원은 아예 서류상 가짜 환자를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또 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는다. 사무장요양병원의 병실당 병상 수는 일반 의원(5.96개)보다 0.41개 많은 6.37개다. 

◆고액 비급여 진료 남발     

경기 양평군의 한 요양병원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암수술 환자만 선별해 유치하다가 2015년 경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주파 온열치료, 면역제 투약 등의 치료 횟수를 부풀리고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까지 입원시켜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특히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는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남발했다. 당시 보험금이 청구된 항암제 ‘이뮨셀’은 1회당 450만∼55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제였다. 이렇게 과다 치료, 입원 등으로 이 병원이 받아 챙긴 실손보험금은 52억 원에 이른다. 병원은 부풀려 받은 보험금과 실제 치료비의 차액을 환자들과 나눠 가졌다.

◆수준미달 요양병원 널려 있어  

93세인 D씨는 치매 증세로 지난 5월 광주광역시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며칠 후 그는 면회 온 가족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해보니 손목이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요양병원이 사실상 방치한 결과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령 환자에게 오랫동안 기저귀를 채우거나 아예 묶어 두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건보공단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 정액수가를 받기 때문에 노후 의료장비를 사들이고, 보건당국에 보고한 수보다 적은 의사, 간호사를 배치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환자 1명당 입원일수 따라 요양급여…가짜환자 만들어 수익챙기기 부추겨
허점투성 요양병원제도…허술한 관리감독도 불법 조장…경쟁치열 브로커까지 가세
     

요양병원은 국내 실버산업의 열풍을 타고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과당경쟁에 내몰린 요양병원들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환자 장사’에 열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0월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690곳에서 2017년 1531곳으로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형 시설을 갖춘 기업형 요양병원이 많아지면서 병상 수는 2008년 7만6608개에서 2017년 29만467개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런 증가세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당 장기요양병원 병상 수는 61.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OECD 평균(49.1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요양병원이 많다는 것으로, 국내 요양병원이 공급과잉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렇게 요양병원이 급증한 것은 일반병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의사 2명으로 80명까지 돌볼 수 있다. 병실당 병상 수도 새로 짓는 병의원의 경우 최대 4개까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일반병원과 달리 환자 1명당 정액수가를 주는 보험체계도 요양병원 비리를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환자만 유치하면 돈을 벌 수 있기에 요양병원들은 ‘가짜 환자’들을 양산한다. 거처와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자들도 손해 볼 게 없다.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환자의 소득에 따라 병원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그 차액을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이렇게 요양병원을 이용한 환자들 때문에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부담한 비용은 2조4025억 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공립 요양병원은 2017년말 기준 92곳으로 전체 요양병원의 6%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요양병원이 과잉 상태인 만큼 국·공립 요양병원을 무턱대고 늘리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병원 설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부실 요양병원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의 본래 취지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잘하는 곳은 수가를 더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히려 지원 금액을 낮춰 다른 형태로 기능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요양병원 인증평가 현황’…요양병원 인증률 93.7%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10월29일 의료기관인증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요양병원 인증평가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요양병원 인증제’는 요양병원의 양적팽창으로 요양서비스의 질(質) 저하가 사회문제화 됨에 따라 환자 권익보호 및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를 위해 201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2013년부터 실시됐다. 현재 인증조사는 2013~2017년 12월까지 1주기 인증조사가 이뤄졌으며 2017년 1월부터 시작된 2주기 인증조사는 2020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체 인증조사를 받은 기관 대비 93.7%가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18년 9월 현재 요양병원 평가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요양병원 인증대상기관 1436개 중 인증 신청기관은 1424개소였으며 이 가운데 1197개소의 조사를 마쳤다.    

인증받은 기관은 1120개(78.0%), 조건부 인증기관 7개(0.5%), 불인증기관 68개(4.7%)였다. 인증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가장 인증률이 높은 지역은 제주와 대전으로 해당지역의 모든 요양병원이 100% 인증을 받았으며, 서울(97.9%)과 광주(97.9%)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불인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총5개 병원 중에 1개(20%)병원에서 불인증이 발생했다. 그밖에 경남(8.4%), 울산·전북·충북(8.3%)의 요양병원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

불인증을 받은 68개 기관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기관이 필수항목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인증 기준은 무 또는 하가 한개 이상이면 받게 되는데 하의 경우 조사항목의 충족률이 60%미만이며 무는 조사항목의 충족률이 100%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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