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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IMF,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IMF,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하다
기사입력: 2018/12/04 [21:3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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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비공식 대책팀 이야기… 佛배우 뱅상 카셀 IMF 총재역 맡아

영화 한편이 대다수 우리 국민에게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때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량해고’의 칼바람을 맞으며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났고 이후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보편화했으며 이는 곧 불안한 고용 상태를 의미하게 됐다, 6·25한국전쟁 이래 최대 국난(國難)으로 불린 1997년 외환위기. 국제통화기금의 약자인 IMF는 한국인에게 ‘저승사자’로 각인됐다.     

필자 역시 IMF 때에 겪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잘 다니던 한 중앙 일간지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아래 나와서 한동안 실업자 신세가 되어야만 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참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50대 초반의 가장이 어떤 대책도 없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황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곤두박질쳤던 당시를 정면으로 비춘다. 엄성민 작가는 IMF와의 협상 때 비공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국가적 위기를 해결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가운데). 영화는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각기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이 바로 그 인물. 한시현은 1주일 후 국가 부도가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대책팀을 구성하지만 위기를 즉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시현과 이를 비밀로 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팽팽하게 맞선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파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달러 사재기부터 주가폭락 시 큰돈을 버는 금융상품에 올인(다걸기)하고 강남 부동산을 싹쓸이한다. 영화는 외환위기 후 경제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현실을 조명한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으로 IMF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우진이 극 중에서 쓰는 고압적이면서도 빈정대는 듯한 말투는 실제 공무원 회식 자리에서 만난 고위 공무원들의 말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IMF 총재역은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이 맡았다. 유아인은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마’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얼마나 눈먼 돈이고, 회한과 눈물이 들어있는 돈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가부도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장면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경제와 금융이라는 까다로운 재료를 과감히 집어든 점은 참신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요리법으로 재료 다루기에는 실패했다는 감상평이다. 한시현은 중소기업을,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출신 관료로 대기업을 대변한다. 한시현을 여성으로 설정해 남녀 차별 문제까지 어설프게 엮는다. 이런 대립구도 때문에 복잡다단한 외환위기 상황은 선과 악, 강자와 약자, 계층 대립구도로 단순화되고 만다.     

IMF는 한국을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려는 미국의 음모라는 암시마저 등장한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단순화이겠지만 그 소재가 복합적 요인을 갖고 있는 실화(實話)이기에 설득력은 떨어진다. 차라리 위기에 베팅한 정학이나 외환위기를 겪은 후 악덕 고용주가 되는 공장장 갑수가 중심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비어 있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건물 내부를 활용해 당시 분위기를 실감나게 담아낸 장치는 인상적이다. 가정집에 붙은 빨간 딱지, ‘금 모으기 운동’ 광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IMF에 대해 가르치는 모습 등 과거 역사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장면들은 20년 전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준다.

11월28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개봉 당일 무려 30만 관객을 동원, 이틀째 5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기에 실(實)관람객들의 호평과 IMF 세대 이야기에 함께 슬퍼하고 공감, 분노하면서 더욱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을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무거운 소재, 상업적 성과 감사” 

"IMF 사태를 다룬 이야기를 보면서 분노가 올라왔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배급 CJ엔터테인먼트)을 통해 '스플릿(2016)' 이후 꼬박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최국희 감독은 11월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아무래도 상업적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소재이기 때문에 개봉 전에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운을 뗐다.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이 개봉 3일째인 이날 그는 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1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초로 1997년 IMF 위기 상황 그 자체를 영화로 담아내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어차피 결론이 나 있는 이야기, 웃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영화적 재미와 상업적 성과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11월28일 공식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은 개봉 이틀 만에 누적관객 수 50만 명을 돌파하며 모두의 우려를 깨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특히 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는 물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던 세대까지 20년 만에 영화로 다시 만나게 된 '그 날의 이야기'에 전연령층이 반응했고, 영화에 대한 호평 역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부도의 날'이 전하고자 했던 '공감의 메시지'가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손익분기점까지 더 많은 시간 달려야 하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이에 최국희 감독은 "당시의 상처를 여전히 품고 사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접근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소재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잘 맞아 들어간 것 같아 이제야 한시름 놓인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최국희 감독은 1997년, 군 복무 상태였다. 세상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크게 알지 못했지만 제대 후 곳곳에서 체감했고, 스스로도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가장 와 닿는 내용은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부모님 고생하셨던 것 생각난다', '그 때는 상황도, 부모님의 마음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확 와 닿는다'는 반응을 볼 때, 만든 사람으로서는 보람 아닌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부모님도 IMF를 직접적으로 겪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IMF로 인해 굉장히 어려워 하셨다. 물론 나는 군대에 있었던 때라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제대하고 집에 가 보니 무언가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 회상했다.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최 감독 뿐만 아니라 1997년은 수많은 국민들에게 힘들었던 때였고, 아픔이 크게 느껴지는 상처였다. 영화 속에서는 그러한 소시민들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갑수가 등장했는데, 배우 허준호가 열연을 펼쳐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한다.     

최 감독은 "허준호씨는 워낙 훌륭한 배우잖은가. 어려웠던 건, 갑수만 생활밀착 인물이고 많은 사람들을 대변한다. 거기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워낙 기본이 탄탄한 분이어서 그걸 소화해줬다.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것들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베란다씬에서 많이 우셨다고 하는데, 부모님 세대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했냐"고 묻자 최국희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보셨다. 어머니가 우시더라. 힘들었던 때가 다시금 생각나신 것 같다. 아버지에게는 칭찬 받았다. 평소 말을 많이 하시는 편이 아닌데 '잘했다. 잘 만들었다'고 해 주셨다. 뿌듯했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관람 후기와 의견을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는 최 감독은 “인물들의 감정들이 충분히 관객들에게 소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공감'이었다. 관객들 반응 중에 기뻤던 것은 각자의 부모님들 생각이 난다는 거였다. IMF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계기나 목적을 이룬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엄성민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최국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어땠을까. 

최국희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혜수 선배만큼 분노도 올랐고 그 당시 나도 그 세대였다. 부모님 생각도 나면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리고 영화적인 매력도 있어보였다. 배우들이 무대 인사할 때 가족들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우리 세대들에게 이야기 안하고 피해도 많이 봤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물론 감독으로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늘 100%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울분과,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을 최대한 잘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20년이 지난 후, 말 그대로 어느 정도 다시 살만한 나라가 됐음에도 곳곳에서 문제는 터지지 않나. '제2의 한시현, 제3의 한시현도 끊임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공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가부도의 날’, 개봉 첫 주 150만 돌파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주말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12월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국가부도의 날'은 106만913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첫 주를 맞은 '국가부도의 날'은 총 관객수 157만 1249명을 기록하고 있다.  2위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도 꺼지지 않았다. 주말 동안 80만 4268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600만을 넘어섰다. 역대 음악 영화 1위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 열기가 안방극장까지 넘어갔다. 영화에 등장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황은 2일 MBC를 통해서 전파를 타기도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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