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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표절 논란으로 사직과 절판

이부평 기자 | 기사입력 2019/01/14 [20:19]
‘표절반대 신학그룹’ 의혹 제기, “영미권 학자의 책 표절”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표절 논란으로 사직과 절판

‘표절반대 신학그룹’ 의혹 제기, “영미권 학자의 책 표절”

이부평 기자 | 입력 : 2019/01/14 [20:19]

교수 “현재 관점에서 미흡하다는 입장 있을 수 있지만 표절 단정은 안타깝다"
  

방송 출연과 신문 기고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저서와 논문에서 표절 논란으로 교수직을 사직하고 관련 학술서도 절판했다.     

배 교수의 표절 의혹은 지난해 12월 초 원주 가현침례교회 이성하 목사 등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표절반대 신학그룹’에서 처음 제기됐으며, 배 교수는 한 달여 만인 이달 초 서울대에 사직서를 제출해 지난 9일 수리됐다.    

‘표절반대 신학그룹’에서 제기한 배 교수의 표절 의혹을 보면, 배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 펴낸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출간) 등 단행본과 국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중 여러 편에서 영미권 학자가 쓴 영어 논문·저서·역주서·해설서 등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또 배 교수가 논문 중 앞서 자신이 발표한 내용을 중복 게재한 의혹 사례도 여러 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배 교수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문제 제기된 문헌들은 대부분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의 문헌들로서 현재의 기준과 관점에서 보면 미흡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표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안타깝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는 “표절 문제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고 누구나 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사직서 제출에 대해서는 “그만두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둔 것”이라며 표절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대는 배 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진실성위 조사나 징계위원회 회부 등 절차를 밟지 않고 사표를 수리해 ‘면죄부 논란’도 일고 있다. 배 교수는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고대 근동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서울대 인문대 종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는 “배 교수가 학교 등 주변에 도의적 미안함을 느껴 사직서를 낸다고 했다”면서 “논문 표절 의혹을 100% 인정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표절반대 신학그룹’ 측은 배 전 교수의 유일한 단독저작 연구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가톨릭출판사)의 서론, 장별해제, 본문 해설 각주 등 주요 부분이 영어권의 선행연구를 담은 주석서나 해설서와 대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저서뿐만 아니라 논문들에서도 표절·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됐다. 예컨대 배 전 교수의 논문 중 2006년에 낸 ‘죽는 것도 이득이다 - 바울의 죽음관’은 논제와 고전 인용 구절 등 주요 부분이 1975년에 영어권의 다른 학자가 쓴 선행연구 논문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이 목사는 “표절은 교육자와 학자의 자격에 관한 문제”라며 “만약 연구 업적 자체가 표절이라면 교수로 임용되고 승진되는 모든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배 교수의 학술서를 냈던 출판사가 그의 책을 모두 절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배 전 교수가 쓴 책 중 유통되는 것은 공저나 번역서를 제외하면 일반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에세이·대중서, 그리고 어린이용 도서만 남게 됐다.     

사단법인 한님성서연구소는 이 기관이 펴낸 책 중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타르굼 아람어 문법』 등 배 전 교수가 집필한 책 3권을 모두 절판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중 역주서인『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배 전 교수가 쓴 유일한 학술 연구서이며, 『유다인의 토라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이 책의 내용을 간추린 일반인용 교양서다. 『타르굼 아람어 문법』은 영어 원저를 배 전 교수가 한국어로 번역해 집필한 학술서다. 이 책들은 모두 2001년에 나온 후 최근까지 시중에 유통돼 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오늘 전체 회의를 열고 표절 의혹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정리를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절판 조처, 관련 기록 삭제 등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님성서연구소 측은 홈페이지에서 배 전 교수와 관련된 정보도 모두 삭제했다. 연구소 홈페이지(biblicum.or.kr) 출판 도서 목록 중 고대 근동·유다이즘 분야에는 원래 배 전 교수가 집필한 책 3권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으나 이날 오전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는 그간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 1곳을 통해 판매됐으나 지난 9일 해당 서점에 절판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제2쇄부터 한님성서연구소에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받아 유통해 온 가톨릭출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현재 이 책에 대한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조처에 대해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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