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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도 탁월한 명상가”…명상치유 20년의 깨달음
윤종모 성공회 주교가 본 종교…기독교 묵상·기도와 명상은 통해
기사입력: 2019/03/11 [08:0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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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성공회 주교가 본 종교기독교 묵상·기도와 명상은 통해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환경오염 물질과 합성첨가물, 건강하지 않은 먹거리 등 물리·환경적 요인들만 아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트라우마, 억압된 분노 등과 같은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한 마음의 독()’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서서히 병들게 하며 암을 비롯한 많은 만성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직·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서양의 전통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합일시해 왔으며 몸의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거의 항상 마음의 병을 먼저 살폈으나, 현대의학에서는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신체에 미치는 마음의 힘의 중요성을 크게 간과해 왔었다. 과연, 마음의 독소가 해소될 길은 없는 것일까.

 

'마음의 힘육체의 힘을 키워주는 명상

 

인생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는 없다. 마치 바다 위에 일렁이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듯이. 그러나 우리는 파도를 타는 법을 익힐 수는 있다. 동양의 전통문화 속에는 마음의 파도를 탈 수 있는 지혜가 전해져 왔다.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공포와 불안에 압도당하거나 그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조적(觀照的)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준다. 이를 통해 삶을 위협하는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 죽음에 대한 공포 등에 압도당하지 않고 평정(平靜)한 마음을 지킬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아갈 수도 있다.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적절한 운전교육이 필요하듯, 내 몸과 마음도 그 속성을 잘 이해하고 다스려나가는 지혜와 기술을 익혀야 한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생리적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신진대사시스템의 허브(hub)인 변연계는 감정과 밀접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명상을 통해 나의 의지와 감정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交感)을 이룬다면,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시스템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회복해 신체적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명상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며 산속에 들어가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깨어 있으면서도 몰입되어 있는 상태, 그래서 몸과 마음이 모두 서로 통하여 하나가 되어 있는 상태, 그것이 바로 명상이다. 조용한 곳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자신의 심장에 자애의 마음을 모아 그 울림이 온몸에 물결쳐 퍼져나가는 느낌을 느껴보라. 그리고 몸과 마음속의 암세포를 자애의 에너지로 보듬어 보라. 분노와 두려움, 고통과 공포의 의미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그저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의 파도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치유와 깨달음은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 하나하나가 뇌 구조를 끊임없이 바꿔가

·분노·욕심 너머 세상 바라봐야서구에선 기독교상담자들이 명상해 

 

연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앨버타대 등에서 신학, 문학, 상담학을 공부했고, 대한성공회 관구장을 지낸 윤종모 주교는 명상을 지도하는 기독교 성직자로 유명하다. 윤 주교는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회장을 지냈고, 여러 기관에서 상담과 명상, 정신건강에 대해 강의했다. 현재 연세대 상담·코칭아카데미 외래교수이며, ‘마음디자인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윤종모 주교는 관구장까지 지낸 교단의 어른이지만 격식을 따지지 않아 편하고, 유쾌하고, 따뜻하다. 윤 주교의 명상도 특별한 격식이나 종교적 색채 없이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따뜻함(자비)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복잡하지 않게 육체의 근육을 단련하듯 명상도 훈련하면 된다고 말한다.

 

윤 주교의 스타일처럼 성공회는 국내 어느 종교의 교단보다 개방적이다. 그런 분위기 탓에 윤 주교는 명상과 깊이 만날 수 있었다. 연세대 신학과에서 공부할 당시 채플시간에 연세대재단 이사장이었던 이천환 대한성공회 초대주교의 설교를 들은 것을 계기로 개신교에서 성공회로 옮겼다. 성공회 사제가 된 뒤 유학을 가게 됐는데, 당시에도 부산교구 김분도 주교의 권유로 캐나다 토론토대학원에서 기독교상담학을 전공하게 됐다. 이어 에드먼턴대에서 영성상담을 주로 하는 박사과정을 마쳤다.

 

서구의 기독교상담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대개 명상을 하더군요. 기독교의 전통적인 명상법도 있지만, 서구 기독교 상담학자들은 불교의 명상법을 도입해서 심리학과 통합해 영성개발이나 상담에 이용했어요. 나는 신학생 때도 불교에 관심이 있어서 사찰을 찾곤 했어요.”

 

캐나다에서 돌아와 성공회대 교수 시절 윤 주교는 연세대 상담·코칭아카데미를 비롯한 여러 단체, 타 종교 명상모임에서도 강의를 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3치유명상이란 책으로 명상 세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낸 바 있다.

 

▲ 서구에선 기독교상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명상을 한다고 말하는 윤종모 주교    

 

윤 주교는 명상은 마음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는 것이며, 깊이 생각하는 것이며,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아 가는 것이며, 치유를 경험하고, 마침내는 신의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라고 집약적으로 명상을 정의한다.

 

20162월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언론은 생물학적 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학회의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해 명상을 하면 사람의 두뇌가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신체 건강도 증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윤 주교는 대학에서 집단명상을 지도한 적이 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지금 느껴지는 가장 강렬한 감정을 그림이나 시, 혹은 춤으로 표현해보라고 했다.” 윤 주교 자신도 눈을 감았다. 풍경이 나타났다.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해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내게 숲이 나타났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거닐던 곳이었다. 진한 슬픔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왔다. 그 숲에 가더라도 자태가 곱던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존재론적인 슬픔이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동시에 치유의 물결도 함께 밀려왔다

 

이런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근래 자주 나온다. 윤 주교를 통해 명상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기독교와 명상에 관해 들어봤다.  

 

- 서양에서도 명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삶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살기 위한 기술입니다. 다들 경쟁에 쫓겨서 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분노도 생기고, 두려움도 생기고, 조급한 마음도 생깁니다. 그런 상태로 앞만 보고 달려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결국 사람들은 탈진하고 맙니다. 명상은 그런 삶에다 고요의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 ‘고요의 공간을 만들어서 무엇을 하나요?

 

내가 그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쉬게 됩니다. 명상은 쉼입니다. 쉼을 통해 내가 눈을 하나 더 갖는 일입니다.”

 

- ‘또 하나의 눈이란 뭔가요?

 

“‘마음의 눈입니다. 우리의 두 눈은 보이는 것들만 주로 봅니다. 다시 말해 현상만 봅니다.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왜 두려운지, 왜 열등감이 있는지, 왜 욕심을 내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 고요의 공간에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달라집니다. 현상 너머에 있는 의미의 세계를 보게 됩니다. 내가 왜 화가 나고, 왜 두려워하는지 알게 된다.”

 

-명상의 효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현대인들은 마음의 병이 적지 않은데요

 

심리학에서 대표적 심리치료 방법은 인지치료입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에 갇혀있던 상처를 의식으로 끌어올려, 상담을 받는 사람이 무엇이 지금 정신적 문제인가를 스스로 알게(인지) 하고 대책(치료)을 세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뻔히 문제를 알지만 고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인지한 내용을 충분히 명상 속에서 깨달으면, 즉 분석적인 좌뇌가 쉬고 직관적인 우뇌가 활성화되며 인지했던 것이 마음 깊숙이 녹아들면 행동을 수정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의 인지치료에 명상을 보완하면 훨씬 효과가 큰 것이지요.”

 

-명상을 통해 두뇌가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나요?

 

한국에도 다녀간 세계적인 뇌 과학자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나는 나의 유전자(genes)라기보다는 나의 커넥톰(connectome)이다라고 했습니다. 커넥톰은 뇌신경 회로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혁명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 인생도 바꿀 수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뇌에 대한 최근 연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가 우리의 뇌 구조를 쉬지 않고 바꿔간다는 겁니다. 생각하고 대화하고 느낄 때마다 뇌의 뉴런과 시냅스에 영향을 끼쳐 새로운 배선의 신경회로를 만들어 뇌의 구조를 바꿉니다. 남을 미워하고 증오심만 갖다 보면 그렇게 신경회로가 형성돼 자극만 받으면 증오심이 살아납니다. 자비 명상을 하다 보면 자비심의 신경회로가 생기게 됩니다.” 

 

-명상은 뇌의 신경망, 곧 마음과 행동을 새로 디자인하는 셈이네요.

 

임상심리학자들이 살펴본 바로는 똑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지만, 어떤 사람은 그 사건을 발판으로 삼아 더 성장한다고 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디자인해 지니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마음먹기에 달렸다, 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명상의 효과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네요.

 

명상가들의 가르침과 나의 경험으로 정리해보지요. 명상을 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정서를 안정시키고 감성지수(EQ)를 강화합니다. 상한 감정을 치유해 사랑과 위로, 용기를 얻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집중력, 창조력, 잠재력, 긍정심, 자존감을 높여주고, 면역력을 강화해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습니다. 나아가 명상은 깨달음을 얻어 자아를 초월하게 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일치감을 느끼게 해주어 궁극적인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주교님의 구체적 경험을 들려주십시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성요한 성공회 수녀원에서 매년 1월 한 달간 머물며 긴 시간을 명상하곤 했습니다. 그때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세미나며 숙제 등의 스트레스로 늘 가슴이 뛰고 머리와 어깨가 무거웠고, 축농증으로 늘 숨이 막혀 밤에 잠도 자지 못했어요. 명상방에 머무는 며칠 동안 나의 그런 증세는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가끔 어떤 황홀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돌고래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테이프를 듣기도 했는데, 나는 기독교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 그 소리를 들으면서 예수님과 함께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기도 하고 숲 속을 거닐어도 보았습니다. 자아를 초월한 어떤 경지를 맛보았던 것입니다. 순간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하며 그만큼 성장과 치유도 경험했습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명상의 본질은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탁월한 명상가침묵기도가 곧 명상

오직 예수는 껍데기만 잡는 꼴배타적 종교성 대신 영성 좇아야

 

그러면 윤 주교는 기독교 성직자로서 예수님과 성경에서 명상을 발견했을까. 이번에는 그에게 명상과 종교에 관해 들어봤다. 윤 주교는 꼭 집어 성경 중에 이것이 명상이라고 하는 데는 이견이 있겠지만, 예수님은 탁월한 명상가이고 영성가였어요. 성경에도 예수님은 늘 이른 아침에 조용한 곳으로 기도하러 가시곤 했는데, 명상이라고 구태여 못 박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가 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하나님을 내 안에 느끼고 대화하려는 침묵기도였으니, 그게 곧 명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기독교 성직자로서 20년 명상 치유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사실 명상하면 떠오르는 불교뿐 아니라 수도회의 전통이 깊은 가톨릭, 일부 개신교에도 명상의 전통이 있지만, 그것이 현대까지 목회자는 물론 신자들에게 전해오진 못했다. 요즘 종교가 전통적인 수행법을 신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말들도 나온다.

 

종교라는 것은 대중 속으로 흘러갑니다. 불교의 참선, 위파사나 등의 수행이 깊어도 대중들은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지요. 모든 인간의 삶은 처음에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로 가는데, 보통 소수만 혼돈에서 질서로 가고 대중들은 곧바로 가기가 어려우니까 중간에 ’(Norm·규범, 교리)을 만들지요. 대중들은 규범에 얽매여, 극단적으로 가면 규범을 우상처럼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종교가 돈벌이대학 입학등 기복(祈福)신앙으로 흐르고, 생명의 본원적인 질서를 보기 어렵게 만들어요. 이건 종교의 본질과 거리가 멀어요. 종교의 본질은 영성이고, 명상하면서 하나님도 만나고 깨달음도 얻는 것인데, 그런 사람은 소수입니다. 명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종교도 더 맑고 깊이 있게 되고 사회도 훨씬 더 건전해집니다. 여담이지만, 정치인들도 명상을 하면 정치가 더욱 좋아질 거예요.”

 

명상은 종교별로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윤 주교는 명상이란 하드웨어는 대개 비슷해요. 거기에 종교나 전통에 따라 다양한 방법 혹은 방편, 즉 소프트웨어가 있지요. 방법과 방편에만 얽매이는 것은 명상이나 영성에서는 초보단계입니다라고 말한다. 특별한 방식에 얽매여 다른 방식을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 정치인들도 명상을 하면 정치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윤종모 성공회 주교    

 

- 현재 대한성공회 소속 주교입니다. 성공회의 최고 수장인 관구장도 역임했습니다. 기독교의 주교가 왜 명상을 강조하나요.

 

예수님도 명상하셨다. 성경을 보면 제자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산으로 올라가서 기도하고 왔다는 대목이 곳곳에 보입니다. 예수님이 홀로 산에 가서 뭘 하셨겠어요. 명상을 한 것입니다. 예수는 영성가이자, 또한 명상가였습니다.” 

 

-오직 예수만 외치면 다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명상이 반드시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신앙인에게 오직 예수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게 배타성을 띠면 곤란합니다. 예수님의 영성은 사라지고,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배타성과 폐쇄성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오직 예수가 우상이 되고 맙니다. 그건 바르게 예수를 믿는 것이라 보기 어습니다.”

 

-그러면 기독교의 명상이란 뭔가요?

 

기독교에는 렉시오 디비나라는 영적 독서가 있습니다. 일종의 기독교 명상입니다. 처음에 성경 말씀을 읽고, 그것을 묵상하고, 어떤 깨달음이 있으면 그걸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냥 기도하면 되지, 굳이 명상이 필요한가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명상은 기독교에서 거부할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묵상이나 기도가 사실은 다 명상입니다. 내 욕망을 신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게 기도가 아닙니다. 명상을 통해 하나님과 대화하는 일, 그게 바로 기도입니다.”

 

윤 주교는 기독교가 명상을 도외시하거나 배척하면 결국 교리적인 도그마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런 틀 속에만 갇혀 있다면 예수님의 영성에는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양에서는 요즘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운동이 호응을 받고 있다. ‘나는 영성적이지, 종교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영성을 찾지, 종교를 찾는 게 아니다. 그들이 왜 종교를 거부하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거부하는 종교란 어떤 것인가요

 

맹목적인 신앙과 틀에 박힌 규범, 배타성과 율법주의에 찌든 종교입니다. 예수나 붓다는 영성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성적 가르침을 종교적인 틀로 가두어버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영성은 약화되고, 종교성만 강화됩니다. 알맹이는 놓치고 껍데기만 붙드는 식이죠. 그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종교적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영성적이 되려고 애를 쓸 때 그리스도를 더 닮아가게 됩니다.” 

 

요즘도 아침, 저녁 30, 새벽에 일찍 잠이 깰 땐 서너 시간씩 명상을 하는 윤 주교는 자신의 명상수행 단계에 대해 불교의 수행과 단계를 말해주는 심우도(尋牛圖)’를 예로 들며 소의 등에는 올라탔으나 소가 흔들릴 때마다 기우뚱하는 단계로 표현했다. 그는 어렴풋이 깨닫고 그렇게 영성적 삶을 살아가고자 했지만, 아직 자극이 오면 흔들리는 상태이지요. 깨달았다기보단 그쪽을 여전히 지향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신과대 영성모임연 권수영 학장· 윤종모 주교

높은 자리 오를수록 갑질중독상담통해 자신 돌아보고 명상·기도통해 본성 회복해  

 

한국 사회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고위공직자부터 정례적으로 상담을 받도록 하면 어떨까요.”(권수영 학장)

 

행복을 권력, , 명예 등 외부에서 찾을수록 갑()의 폐해는 커집니다. 내면에서 한 차원 높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윤종모 주교)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이 명상과 묵상(관상)기도 등 기독교의 수행법을 배우는 클래스가 다른 영성 모임을 지난해(2018) 4월말에 열었다. 전통의 개신교 신과대학에서 이같은 영성 모임은 흔치 않다. 이 모임을 이끄는 주역은 권수영 신과대학장 겸 신학대학원장과 명상을 지도하는 윤종모 성공회 주교. 두 사람은 연세대 신과대 동문이자 각각 미국과 캐나다에서 종교심리학과 상담심리를 공부한 상담(counseling) 전문가이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에서 윤 주교가 2대 회장을, 권 학장이 현재(9)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인은 가정·학교폭력, 직장 내 갑질’, ‘미투(Me Too)’ 열풍이 말해주는 여성에 대한 폭력 등 행복지수가 바닥이다. 그럼 상담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권 학장은 높은 자살률에서 보듯, 한국인은 잠재적 우울증 환자다. 학교 과정부터 극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성찰할 능력을 키울 교육 기회와 여유가 없었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3 영성 모임이 열리는 원두우 신학관 2층 기도실은 학장실로 쓰이던 방을 묵상기도에 적합한 구조로 바꿨다. 기도실에서 대담을 나누는 윤종모(왼쪽) 성공회 주교와 권수영 학장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갑질에 중독돼 비정상의 문화가 정상인 것처럼 아래로, 주변으로 전이된다. 그로 인해 위계에 의한 갑질은 대학이건, 회사건, 공조직이건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 주교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 신화와 통념이 너무 뿌리 깊다. ‘출세해야 성공한 삶이다’ ‘돈이 많아야 귀한 사람이다등의 신화를 의식 깊은 곳에 받아들인 사람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행복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미투역시 여성비하의 길고 뿌리 깊은 신화의 피해자인 여성들이 비로소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상담과 명상은 비슷한 점이 있다. 국내에도 상담전문가가 적지 않지만, 그 이해는 부족하다. 권 학장은 정신과 상담은 환자를 대상으로 반드시 병리현상을 진단해 처방하지만, 상담은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 상처를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용기를 발휘하게 한다. 인간의 회복과 온전한 성장을 돕는 것, 기독교적으로 말해 인간 안에 있는 신적(神的)인 본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이 바로 상담이라고 설명했다. 윤 주교는 상담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고, 자기를 돌아볼 힘을 키우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명상이나 관상기도 등 종교의 수행과 그 효과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심리상담에 나섰고 국내 상담분야 7개 단체의 연합기구인 한국상담진흥협회 회장도 맡은 권 학장은 고위공직자나 초선 의원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1년에 서너 차례씩 상담을 받고 자신의 내면을 돌볼 수 있게 제도화한다면, 본인이나 공동체를 위해 건강한 역할을 더 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상담의 사회적 활용을 제안했다. 권 학장은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감동하면서도, 학비를 내지 못해 담임교사에게 뺨을 맞고 돌아서는 중학생 노무현, 외로운 전쟁터였을 청와대의 노무현을 상담전문가가 만나 눈을 맞추고 어루만져 주었더라면 더 행복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나중의 불행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전국 초등학교의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이 1.5%에 불과할 만큼 이해가 부족하다. 대통령부터 상담을 받는 분위기가 된다면 한국의 행복지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성 모임에 대해 권 학장은 좋다, 나쁘다, 평가할 것은 아니지만, 한국 교회는 통성기도로 대표되는 큰 소리를 내어 하는 기도가 대세를 이룬다조용하게 자기를 돌아보는 묵상, 관상기도 등 기독교의 수행 기도 전통을 되새겨 개인의 기복(祈福)보다는 함께하는 영성을 키우는 모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주교는 종교와 교리를 떠나 영성이 성숙한 사람은 반생명적 신화와 통념에 좌우되지 않고, 행복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다며 명상의 효과를 설명했다.

 

치유명상-명상하지 않는 개인, 명상하지 않는 종교는 영성 성장시키지 못해

 

아픔은 인간의 실존이며 명상은 그것을 뛰어넘는 삶과 인간에 대한 각성의 과정이다. 윤종모 교수가 펼쳐 보이는 동서고금의 넓은 지평에 서면 아픔까지도 사랑하게 된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첫째, 명상을 통한 영성의 성장은 물질문명의 대안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공원마다 조깅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얼마전 미국을 가보았더니 공원에 조깅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벤치며 잔디밭이며 온통 명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더라는 것이다. 일례로 웰빙(well-being)족과 슬로비(slobbie)족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마음의 눈으로 성찰하고, 육체적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 그들은 성취한 일이 크든 작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쟁 자체를 즐기거나 경쟁에 이겨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생활화된 명상이 있다.

 

둘째, 명상에는 강력한 치유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통해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으려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으려고 한다. 다 중요하고 귀중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명상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영성의 성장이며 치유다. 명상을 옳게 수련하면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 삶의 공허함, 그리고 신경증 같은 정서장애까지도 치유할 수 있다. 따라서 명상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불교식이니, 기독교식이니 하는 구분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구태여 초자연적인 면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명상하지 않는 개인, 명상하지 않는 종교는 결코 영성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셋째,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작업이다. 삶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며 또한 기쁨이다. 멋있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신비에 가까운 기쁨이다. 아침에 뜨는 해와 저녁에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 화려하고 장엄한 색채와 광경에 마구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느낀다.

이처럼 사랑의 황홀함과 행복에 취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실연의 아픈 늪에 빠져 있는 사람조차도 사실 어떤 면에서는 삶의 환희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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