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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천국 뉴질랜드의 反이슬람 테러에 국제사회 충격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9/03/16 [12:54]
“세상에 안전한 곳 없다는 걸 보여주려 뉴질랜드 택했다"

이민천국 뉴질랜드의 反이슬람 테러에 국제사회 충격

“세상에 안전한 곳 없다는 걸 보여주려 뉴질랜드 택했다"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9/03/16 [12:54]
▲ 총격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는 소형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그의 총기 난사 장면을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16분 55초 분량으로 생중계해 충격을 던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비롯 테러범이 거론한 트럼프와 메르켈 등 세계 지도자들 규탄과 애도

 

'이민자 천국'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이민에 반대하는 이슬람사원 총기 테러로 49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전 세계에 충격과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15(현지 시각) 오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이슬람사원에서 300여명의 사람이 금요예배를 보고 있는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난입해 총을 난사했다. 잠시 뒤에는 6가량 떨어진 린우드 모스크에서도 비슷한 참극이 벌어졌다.

 

총격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는 소형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그의 총기 난사 장면을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1655초 분량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질랜드 정부는 연간 난민 수용 쿼터를 2020년부터 1천 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민에 관대한 정책을 폈다. 또한 뉴질랜드는 '테러 청정국'으로 불릴 정도로 범죄가 적은 국가 중 하나여서 더욱 충격이 크다, NYT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등록된 총기는 2017년 현재 120만 정으로 많은 편이지만 1990년 이후 총기 난사 사건은 없었다. 살인 사건 역시 드물며 이 가운데 총기 살인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2007년 이후 총기 살인은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총기 테러가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라는 도시 이름은 식민지 시절 영국 크라이스트처치 대학 동문들이 진출해 개발한 데서 유래한다. 숲과 공원이 많아 '정원의 도시(Garden city)'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평화로운 도시다. 리앤 달지엘 시장은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크라이스트처치가 표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테러범 태런트도 그 점을 노렸다. 그는 "뉴질랜드에서의 공격은 세상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고, 침략자(이민자)들은 모든 우리(유럽)의 땅에 있으며, 심지어 외딴 지역들에도 존재하고, 결국 이민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살해해야 할 1순위 목록에 이민자 포용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름을 적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사람'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국무장관을 통해 "무분별한 폭력적 행동으로 인한 부상과 생명의 상실을 알고 매우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이 사건 극복을 위해 "진심어린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서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과 위로를 보낸다""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뉴질랜드 곁에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끔찍한 총격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우리는 함께 기도하고 슬퍼하며, 모든 종류의 증오에 대항한다"고 밝혔다.

 

이민자 포용 정책을 내세워온 인물이자 이번 범행 용의자의 '살해 1순위'로 꼽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모스크에서 평화롭게 기도하다 인종차별적 증오에 의해 공격 받고 살해된 동료들을 위해, 뉴질랜드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스크에서 평화롭게 기도하던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총격을 강력하게 비난한다. 매우 슬프다""희생자 가족들을 깊이 애도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 그리고 매일 우리는 반()무슬림 증오와 모든 형태의 편견, 테러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끔찍한 테러를 겪은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영국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나는 이 소름끼치는 폭력 행위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과 마음을 함께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사건을 "혐오스러운 공격"이라고 규정한 뒤 "어떤 형태의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고 테러 범죄를 규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알 누르 이슬람 사원과 이슬람교인들에 대한 테러를 규탄한다""알라신이 희생자들에게 가호를 베풀고, 부상자들에 대한 빠른 쾌유를 선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테러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발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사건을 규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건 당일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비열한 테러 공격을 단호히 비난한다""뉴질랜드 국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도록 마음으로부터의 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무슬림 이민자는 약 46000(2013년 기준)으로 현재 전체 뉴질랜드 인구의 1.1%를 차지한다. 2006년에 비해 28%가량 급증한 것이다. 뉴질랜드에는 57곳의 모스크가 있다. 태런트는 당초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의 모스크에서 테러를 자행하려고 했으나,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에 무슬림이 더 많은 것으로 보여 목표물을 바꿨다고 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4곳의 모스크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90년 해변 마을 아라모아나에서 33세 한 실업자가 이웃과 싸우다 격분해 무차별 총격으로 13명을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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