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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치즈의 아버지 지정환 신부 선종…16일 장례미사
1959년 한국서 선교활동 시작한 벨기에 신부, 2016년 한국 국적
기사입력: 2019/04/14 [20:1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매일종교 뉴스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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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 치즈 역사 성가리 삼성마을 벽화와 지정환 신부    


지난해 초 창성창본 신청
, ‘임실 지씨의 시조

 

한국 최초 치즈인 '임실치즈'를 탄생시킨 지정환(세례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가 13일 오전 955분 선종했다. 향년 88.

 

1931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8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이듬해 12월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 전주와 부안을 거쳐 임실 성당에 부임한 것은 1964년이다. 당시 임실은 농사도 짓기 힘든 산골이라 굶주림이 심했다. 몇몇 농가에서 지 신부 이전 다른 신부에게 선물받은 산양을 키우고 있었는데, 산양유가 생겨도 팔 곳이 마땅치 않아 버리기 일쑤였다. 지 신부는 버려지는 산양유를 보고 치즈를 떠올렸다.

 

유럽에서야 가정에서도 치즈를 만들어 먹으니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산양유를 굳히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두부에 쓰는 간수를 넣기도 하고, 간장이나 누룩까지 써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 신부의 부모님이 지원해준 2000달러로 치즈 숙성공장을 만들어 3년동안 시행착오만 거쳤다. 지 신부는 유럽으로 가 직접 치즈 기술을 배워오기로 결심했다.

 

지 신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치즈공장을 3개월간 다니며 무작정 묻고 또 물었다. 대부분 핵심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의 한 기술자가 먼나라에서 고생하는 신부님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며 비법 노트를 내놓았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대부분의 산양 농가는 산양을 팔아치운 뒤였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 신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사람을 모았다. 그리고 이탈리아 기술자가 전해 준 비법 노트를 바탕으로 균일한 치즈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1969년 임실치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 신부는 서울로 가 호텔과 남대문 외국인 전용상점으로도 판매망을 넓혔다. 조선호텔도 임실치즈와 계약했고, 한국에서 최초로 문을 연 서울 명동 피자가게도 임실의 모차렐라 치즈를 주문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지 신부에게 다발성신경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이 찾아왔다. 지 신부는 1981년 그동안 일궜던 치즈산업 기반을 협동조합에 넘기고 치료를 위해 벨기에로 떠났다. 1984년 휠체어를 타고 돌아온 지 신부는 재활공동체 무지개 가족을 만들었다.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한 무지개 가족은 천주교 전주교구의 지원으로 완주에 자리를 잡았다. 2007년에는 각계에서 받은 상금과 기부금으로 무지개 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 신부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에서 인혁당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고,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뒤에는 우유트럭을 몰고 광주로 가기도 했다. 여러 공로로 추방은 면했지만 정권의 감시대상이었다.

 

2004년 사목일에서 은퇴한 지 신부는 201624일 법무부로부터 특별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받았다. 지난해 초에는 창성창본을 신청해서 임실 지씨의 시조가 됐다.

 

빈소는 천주교 전주 중앙성당(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063-277-1711)이며 장례 미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거행된다. 장지는 전주시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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