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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책 출간, 난민에 대한 이해 강요하는 건 아니다"
유엔난민기구친선대사 활동경험 담은 에세이 출간…20일 서울국제도서전서 주제강연
기사입력: 2019/06/25 [07:4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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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친선대사 경험 담은 에세이 출간20일 서울국제도서전서 강연  

 

"난민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강요하려고 책을 낸 것은 아닙니다."

 

배우 정우성은 6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의 출간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자신의 난민보호 활동 5년을 기록한 이 책을 펴냈다.

 

정우성은 이날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는 수백명이 몰려 강연이 열리는 행사장 외부까지 사람들이 둘러쌌다. 그는 "친선대사 활동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활동자료를 모아서 책을 내면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작년부터 올해까지 난민이슈가 뜨거워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난민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사람들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고,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성숙한 담론이 되지 않을까 한다""책을 쓸 때도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고 감성적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은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 배우 정우성이 6월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우성은 2018년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등에 대한 옹호 발언 등의 활동을 하는 자신을 향한 '악플'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무섭지는 않았으나 놀라긴 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어떤 이유로 전달됐는지 알기 위해 댓글을 봤다""대다수 우려의 목소리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서였다. 이런 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 담론을 성숙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해 "난민을 보편화한 성향으로 도식화해서 난민 전체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집단이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난민을 우리나라에서 보호하게 됐을 때 우리나라 법체계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고국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존감을 지키며 나중에 돌아갈 희망을 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과 현재 난민의 상황이 비슷한 점이 있음도 상기시켰다.

 

오랫동안 난민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책 이야기가 시작됐다. ‘작가 정우성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정우성은 "활동을 시작하며 시간이 흐르면 자료를 모아 책으로 내도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어쩌다보니 난민 이슈가 뜨거운 때에 책이 출간됐다. 오히려 좋은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이해의 간극을 줄이는 게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담론 속에서 '얘가 이런 활동을 했구나'하며 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그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하며 만나고 보고 겪고 들은 것들을 써내려갔다. 이에 대해 그는 "이 책은 주장하면 안 됐다. 담담하게 쓰려고 했다. 강요하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면을 배제했다. 책 작업을 하고 지난 시간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겼다"고 말했다.

 

난민을 향한 한국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상황이다. 정우성은 그럼에도 조금씩 여론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극적 뉴스와 정보로 인해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이해가 없는 주변인들은 자꾸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며 '가짜 뉴스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난민을 향한 매서운 시선은 곧 난민을 옹호하는 정우성에게로 이어졌다. 데뷔 후 정우성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런 반응이 무섭지는 않았다. 놀랍기는 했다"는 정우성은 "댓글을 차분히 봤다. 아예 마음을 닫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결심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대다수 우려의 목소리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데 '이게 정말 사실인가'하는 순수한 우려였다. 순수한 우려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야 순수한 담론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차분해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2019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도서로, 62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 종료 후 일반 서점에서 판매된다.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할 예정이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북토크에서 정우성이 전한 난민실상

 

정우성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난민에 관해 자신이 듣고 본 것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정우성은 6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진행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연' 북토크에 참석했다. 난민보호 활동 5년의 기록을 담은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를 펴낸 기념으로 열린 행사로, 정우성은 배우가 아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작가 자격으로 300여명의 관중 앞에 섰다.

 

2014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된 정우성은 이후 5년간 활동해오며 느낀 바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상상한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는, 보다 나은 세상을"이라고 말하며 네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 말레이시아 등 세계 난민촌을 찾은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북토크의 시작은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이 열었다. 그는 "정우성은 전세계 가장 외진 국가들을 방문해 난민들의 목소리를 열정적으로 전달해왔다. 정우성의 책에는 유엔난민기구와의 5년 여정이 담겼다. 전세계 각지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하는 정우성    

 

먼저, 정우성은 그간 다녀온 난민 캠프에 관해 전했다. 특히 그는 로힝야 난민촌을 두 차례나 다녀왔다고 했다. 영상으로 공개된 로힝야 난민촌의 정우성은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난민촌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었다. 정우성은 "로힝야 난민촌에 다녀왔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1990년대부터 넘어온 난민을 포함해서 100만명에 육박한다. 3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0도 정도 되고, 습도가 정말 높다. 들어가서 앉는 순간부터 땀이 난다. 저는 잠깐 머문 것인데, 거기서 계속 생활하는 분들이다. 어떤 환경에서, 기후에서 감내하면서 생활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면서 "제국주의 폭정에 의해 버려진 민족이다. 역사적인 악연에 의해서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전쟁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버티는데, 로힝야 민족은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할 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주변국들, 국제 사회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성은 "난민 발생의 이유는 제국주의와 냉전 등으로, 대한민국이 겪었던 근대의 아픔과 맥락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어려운 시절을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기 때문에 난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정우성은 신념을 지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배우로서 이미지 타격도 많은 분들이 우려한다. 하지만 저는 친선대사를 하며 난민을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굳건함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는 정우성은 앞으로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오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기구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는 할 것 같다. 아직은그만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건강도 괜찮고 1년에 한두 번 캠프에 갈 여력도 된다"고 했다.

 

정우성 “‘배부른 위선자라 욕 먹어도난민 차별 반대계속 하겠다

 

개념 배우에서 배부른 위선자. 배우 정우성을 향한 대중의 여론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데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의 소신에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그랬다. 지난 201712, 방송에 출연해 미얀마 로힝야족 등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을 때, 대중은 그를 칭송했다. 하지만 20186월 난민의 날, 그가 인스타그램에 “#난민과 함께 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관련 유엔난민기구의 입장을 올렸을 때, 대중은 그를 비난했다.

 

똑같은 난민 문제를 두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여론에 휩싸인 것이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제주 예멘 난민 문제는 201810월 정부가 339명에 대한 인도적 체류허가결정을 내리면서 잠깐의 시간 벌기에 들어갔다. “환영반대의 틈새로 난민지위 인정이라는 전향적 태도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난민은 아직 먼 이야기이고, 우리 국민이 먼저라는 의견도 많은데. 그나마 최소한의 보호조치는 내려진 거니까요. 정부가 비겁한 것 아니냐고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라고 했다.

 

예멘 난민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국제 구호단체에는 흔쾌히 기부하면서도 난민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그는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난민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려는 가짜뉴스는 비판하되, 난민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의 순수한 걱정마저 매도하면 안 되겠죠. ‘누군가를 돕는 건 괜찮은데, 내 생활 터전까지 내주라는 거냐는 게 일반인들 시각이거든요. 관점을 바로잡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서로의 관점을 설득하는 데 격앙될 필요도 없고요.”

 

예멘 난민 문제가 터지면서 댓글을 열심히 읽었어요. 친선대사 활동을 하니 왜 반대하는지, 밖에 나가 어떤 온도로 대응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죠. 그런데 댓글이 패턴화 돼 있더라고요. 악플 다는 사람들 계정을 추적해보면 다른 게시물은 전혀 없고 이 문제에 대해서만 비슷한 악플을 단다거나, 계정은 다른데 댓글은 찍어낸 듯 유사하다던가. 일반 사람이 가진 우려의 목소리를 자극하고 선동하는 것이죠.”

 

그 비난과 악플의 과녁 정중앙에는 정우성이 있었다. 데뷔 26년 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지켜온 그이기에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나는 일도 많지 않았을까. “전혀요. 제 생각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요. 욕보다는 칭찬이 더 무서운 법이죠. 칭찬은 기대치를 높이니 무서운데, 욕은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그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부자 동네에서 CCTV에 둘러싸인 당신이 난민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위선 아니냐는 논리도 등장했다. “제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없는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나 물질에 여유 있는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해야죠.” 

▲ 커피를 권하자 정우성은 챙겨 온 텀블러를 꺼내 놓을 정도로 친환경실천가다. ‘노(NO) 플라스틱 챌린지’(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에 참여 중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작은 활동들에 동참하다 보니 개인의 삶도 조금씩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유엔난민기구 특사 자격으로 방한(訪韓)한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만났을 때도 이런 공감대를 나눴다고 전했다. “졸리도 저도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로 인권을 선택한 것이고, 그게 난민 문제와 직결된 것이죠.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며 여러 가지 이유로 여지와 차별을 두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내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에는 언젠가 상황에 따라 내 인권도 차별받을 수 있다는 의미까지 담겨있는 것이니까요.”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을 만났을 때에도, 그에 앞서 네팔·남수단·레바논·이라크·방글라데시의 난민 캠프를 방문했을 때도 정우성은 “(난민은) 나와 다르거나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들은 전쟁 같이 특수한 환경이나 사정 때문에 난민이 됐어요. 자꾸 예멘 난민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데, 아랍쪽 정서로는 집안의 가장인 남성이 밖으로 나가 위험에 처한 가족이 머물 곳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임무예요.”

 

정우성이 안온한 스타의 길을 두고 고생을 자처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을 듯싶다. “2014년 유엔난민기구쪽 제안을 받고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캠프를 방문할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얻어오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느끼면서 더 큰 관심이 생겼어요. 특별한 계기를 찾으려 하면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들어요. 사소한 생각이나 감정이 들 때, 그 느슨한 고리를 잡고라도 실천해야죠.”  

▲ 난민캠프를 방문할 때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얻어오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느끼면서 더 큰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는 정우성    

 

사실 그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촛불 정국이었던 201611월 영화 아수라행사에 참석해 박근혜 나와를 외쳤고, 201712월 파업 중이던 KBS 노조원들에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10대 때부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자꾸 불합리함이 보였어요. 그런데 배우가 되고 삶이 안정되니 개인적인 삶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내 안의 불씨가 사라진 느낌이었죠. 그러다 40대로 넘어오며 기성세대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죠. 다음 세대를 위해 나는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에 관한 개인적 고민이 돌출된 것 아닐까 해요.”

 

난민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일부 대중은 촛불을 이용해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거나 배우면 배우답게 영화나 찍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권 바뀌면 어쩔거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촛불을) 이용했다고 바라보면 어쩔 수 없죠. 다만 그때라도 한 게 다행이고 중요한 것 아닌가요? 다음 정권이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을 탄압하면 정당하지 않은 사회로 되돌아가는 건데, 그럼 더욱 저항해야죠.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라며 내버려두는 순간, 나라가 사달이 나는 것, 우리 모두 직접 경험했잖아요.”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적극적인 정우성이기에 활동 반경도 점점 넓어졌다. 아이스버킷챌린지, 소방관 GO챌린지, 제주 4·3 동백꽃 배지 캠페인, 노플라스틱 챌린지, 입양문화 개선 캠페인까지. “들어오는 부탁을 잘 거절 못해요. 제가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잘 살면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방으로 뻗어가는 그의 관심사의 끝에는 결국 역사가 자리한다. 최근 친일(親日)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을 꼽았다.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잖아요. 친일세력이 친독재세력이 되고, 그들이 보수세력인 척 물타기 해서 정치권에 들어오고. 역사교육이 정말 중요해요. 정치는 물론이고 사법부까지 망가지는 걸 보면서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이렇게 가다보면 결국 나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자도생만 고민하게 되겠죠. 역사를 공부하면 정치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개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요?”

 

정우성이 영화 제작에, 연출에, 매니지먼트사(아티스트 컴퍼니) 설립까지 종횡무진 하는 배경에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지만, 선배 영화인로서의 책임감이 자리한다. “처음 제작한 영화도 후배의 도움 요청에 가진 걸 나눠야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한국 영화 시장은 마이너가 활성화돼야 해요. 젊은 감독이 상상력을 맘껏 펼치며 좌충우돌하고, 현장에서 스킬을 배워 더 큰 시장으로 들어왔을 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죠. 그 바탕을 깔아주는 게 선배인 제가 할 몫이 아닌가 싶어요.” 정우성은 의리남이냐고 했더니 너무 의리’ ‘의리하면 다같이 망하는 수가 있다며 웃었다.

 

26년간 늘 톱의 자리에 있었다. 그도 서서히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나이가 된 것 아닐까. “주연이냐 아니냐에서 벗어난 건 이미 오래됐어요. 몇 년 전부터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 이건 후배들이 해도 되겠는데싶어 거절하는 작품도 있고요.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지금까지 했던 것(주연)을 계속 욕심낼 필요는 없잖아요? 그건 미련이죠.”

 

사회적 목소리를 열심히 내다보면, 그것이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 고민은 오래됐어요. ‘비트끝나고 영화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절실하게 느낀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무렵 조폭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저는 최소한 조폭을 미화하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상상력이 극대화된 배역도 중요하지만, 내 직업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너무 올바른 말을 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대중이 기대하는 도덕적 눈높이가 높아질 듯하다. “저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 아니에요. 저도 인간이니 뭔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악의만 없다면 넉넉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지금 사회가 너무 각박하잖아요.” 그가 몸소 겪었던 사회 현실의 변화에 대한 간절함이 배어 있는 듯하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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