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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경제보복 전방위 對美설득전…美, 어떻게 나올까
외교·통상라인도 줄줄이 워싱턴行…정부, 징용피해 새 보상안 제시說
기사입력: 2019/07/13 [20:0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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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라인도 줄줄이 워싱턴정부, 징용피해 새 보상안 제시說    

 

·(韓日) 두 나라 정부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한 첫 실무회의를 열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일본 정부 인사들은 정돈도 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한국측 대표를 맞이했고,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일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은 12일 도쿄 청사 10층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들을 맞이했다. 회의 장소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 크기의 종이만 붙어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는 참가자들의 이름표조차 없었다양국 관계부처 당국자간 대면 회의는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찍부터 이번 실무회의는 양측이 입장차만 확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에 (수출규제) 운용을 재검토한 것은 안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수출 관리를 적절히 실시하는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 대해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한국측과 협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일본이 한국의 전략물자 북한 반출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일본이 대량살상무기 물자를 이란과 중국 등에 수출한 사실을 공개했다. 12일 하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200610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16건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등 부정수출 사건을 적발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일본 경시청의 ‘2018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 등 부정수출 사건 목록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중국과 이란에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부정수출한 사례가 적시돼있다.

 

청와대도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부정수출 의혹에 대해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 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말했다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왔다 “국제사회도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을 다각적으로 접촉하며 일본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하는 전방위 설득 외교에 나섰다.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측 인사들은 물론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고위관계자까지 투입돼 워싱턴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710(현지시간) 방미(訪美)해 워싱턴에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2차장은 ·일 간에 여러 가지 이슈들이 많아 이번에 와서 북핵(北核)을 포함해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며 일본 수출 규제 문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멀베이니 비서실장과의 회동에 대해 이야기가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과 논리를 잘 설명했고 미국 쪽도 이해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는 11일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만나 한·미 고위급 경제대화 실무협의도 가졌다.

 

차관급 인사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도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윤 조정관은 미국 측 주요 인사와 만나 일본 수출 규제에 관해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날엔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오후 1145분부터 약 15분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강 장관은 일본 조치는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입장을 이해하며 한·미와 한··3국이 소통을 강화하도록 미국도 지속적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유명희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빠르면 다음 주 방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대사는 이날 일본 오다와라에서 개최된 제17차 동아시아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포함해 국제규범에 부합되지 않는 WTO 회원국의 일방적 조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부당함을 주장했다.

 

·(韓日)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 속에 우리 정부가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한 피해자 4명 등 판결이 이뤄진 피해 3건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기업(1+1)의 기금을 통해 배상하고 추후 제기될 소송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α)가 책임을 지는 안이다. 청와대는 부인했으나 201811월 당··청 회의에서 ‘(1+1+α)’ 배상안이 이미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부터 취임 후 첫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일 갈등과 관련한 중재 역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날 일본을 찾은 스틸웰 차관보는 오는 17일 서울에서 외교부 및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경제보복 속 대통령 이순신 장군, 열두 척 배로 나라지켜

충무공 떠올리며 호국정신 강조 에너지·신산업 블루이코노미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을 찾아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전라남도의 미래경제 비전인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보고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일본 정부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단행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충무공을 거듭 언급하며 호국정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이라면서 넉넉하며 강인한 정신으로 전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아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역사 인식 문제로 한·일 양국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언급하면서 이번 국면에서 일본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지킨 충무공을 기리며 전남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애국심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월12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블루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남 지역 숙원 사업들에 대한 지원의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호남고속철도를 조속히 완공하고 호남고속철도와 경전선을 연계해 무안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을 시작으로 무안공항을 지역균형발전을 이끄는 거점 관문 공항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광주 송정순천 경전선 전철화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부산까지 운행 시간이 5시간30분에서 2시간대로 단축돼 호남·영남 사이에 더 많은 사람과 물류가 오가고 전남·경남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 유적지를 포함한 서남해안 관광·휴양벨트 조성 사업과 남해안 관광 활성화 사업을 지원해 전남 관광 6000만 시대를 여는 데 정부가 함께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의 주목적인 전라남도의 신성장동력 창출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내놨다문 대통령은 전남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은 하나라면서 블루 이코노미가 전남 발전과 대한민국 경제 활력의 블루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현장에 마련된 블루 이코노미홍보부스를 방문했다. ‘블루 이코노미는 에너지·관광·바이오·드론과 e모빌리티·은퇴 없는 건강도시 등 5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전남의 새 미래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염전을 활용한 수중 태양광 발전시스템 모델을 둘러보면서 염전을 하시는 분들의 수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인의 수영축제로 불리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개회를 선언했다. 헝가리를 시작으로 마지막 대한민국까지 총 194개국 참가국 국기가 입장하는 동안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환영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지구촌 5대 스포츠대회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194개국 13096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이벤트다. 광주여자대학교 시립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개회식에는 선수단 350, 국내외 주요 초청인사 1500, 미디어 관계자 500, 관람객 3000여명 등 총 5400여명이 참석했다

 

기업도 연쇄 피해부각, ·누구 손 들어줄까

우선주의에 즉각 중재 난감 분석북핵 협상 차질에 물밑 개입 관측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정부가 전방위 대미(對美)외교에 나선 것은 그동안 관망만 해온 미국의 태도를 바꿔 적극 중재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악화된 한·일 갈등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해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일본이 안보 등을 끌어들여 억지 주장을 하는 터라 일본에 무역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중재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벤 카딘 상원의원은 710(현지시간) “미국은 한·일 간 역사적 도전과제를 늘 갖고 있었다미국이 동맹국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3국 회담을 가질 것을 장려해 왔다고 미국의 중재 역할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동안 한··3국 공조는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역내 도전 과제 해결에 필수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혀 왔다. 이번 사태가 역사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고, 일본의 경제보복이 미국의 경제보복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즉각 중재에 나서기는 난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전임 정권들과 달리 한·일 갈등 중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일관계 악화로 북한 비핵화 협상과 아시아 역내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밑에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일본의 보복조치가 미국 기업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 이날 방미한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 국장은 우리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제품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기고, 우리 장비를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일 양국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이 섣불리 동맹국 갈등에 개입하기보다 한·일 양국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일 양국이 스스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일 모두 매우 성숙한 사회이고 많은 일을 겪어왔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 조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했거나 양해를 구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와 보복조치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교감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전문가 이번 韓日 갈등은 한국이 시작했다고 보는 쪽 많아"

그린 CSIS 석좌 "갈등 장기화 땐 한국이 최대 피해트럼프, 韓日관계에 관심 없어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지난 8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었던 그린 부소장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로 CSIS 일본석좌이기도 하다. 일본의 입장을 미국에 가장 잘 설명하는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

 

그린 부소장은 이날 "요즘 워싱턴에선 한·일 관계 악화가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중국이 아시아의 미()동맹국들을 갈라놓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원죄는 일본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이어진) 갈등 상황은 한국이 시작했다고 보는 쪽이 많다"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경제적인 면에서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한국이 일본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 관계가 나빠지면 (·일 각각의)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약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은 (만일 그렇게 해야 한다면)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강하게 옹호해왔다. ·일 관계 악화로 일본이 그런 역할을 중단하면 일본 안보에도 해롭겠지만 결국 한국도 입지가 좁아진다"고 했다.

▲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그린 부소장은 "이런 우려는 워싱턴의 외교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로,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동맹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동맹국들 사이가 나빠지면 오히려 자신의 지렛대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곧이어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과 관련, 그린 부소장은 "·일 양국 모두 상황 관리에 '전술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일단 멈춤'이 필요했다고 봤다. "타협을 위한 정치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잠시 멈춤이 필요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오사카 G20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다른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문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음으로써 "긍정적인 외교적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점은 일본이 비판받을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설 수 있을까. 그린 부소장은 "미국이 한·일 사이에서, 그것도 공개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한·일을 오가며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언론을 상대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체면을 상하게 하지 않고는 어렵다. 미국은 한·일 양국과 각각 역사적인 관계가 있다. (섣불리 관여했다가) 미국은 양국으로부터 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막후에서 조용히 한·일이 창의적인 해법을 찾도록 촉진자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중재위시한 앞두고 ·물밑 외교전?

징용피해 배상 ‘1+1+α제안전문가 변화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 

 

최악 상황으로 번진 한·(韓日) 갈등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의 첨예한 대립이 자리 잡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해법을 두고 한·일 양국이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거친 공방 속에서 일본이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 협정상의 근거로 요청한 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한 답변 시한인 718일이 다가오면서 두 나라의 물밑 외교전 전개도 추진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619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소송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이른바 ‘1+1(한국 기업+일본 기업)’ 방안이다. 우리 기업으로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받은 것으로 분석되는 포스코, KT 등이 출연금을 내놓을 수 있고,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소송당사자이기 때문에 배상의무가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즉각 내놨다.

 

일본에서는 한·일 양국 기업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2+1’기금 조성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외교당국 간에 2+1기금안이 검토됐지만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이란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일축했다.

 

양국 정부가 기금조성 개입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 정도를 가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책임을 어떤 수준으로 조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있을 피해자 배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1+1+α’(·일 기업+한국 정부)를 최근 우리 정부가 새로운 협상안으로 제안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해당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우리 측의 1+1+α 제안설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해결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합의하고 사법부까지 포함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국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대통령, 아베와 담판 지어야수출규제는 외교 문제

 

자유한국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경제 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날을 세워온 한국당은 다만 "1야당으로서 협조할 일이 있으면 적극 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벌어진 일인 만큼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청와대 주도로 한일 사이의 외교 채널을 가동하는 등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아베 총리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기업인들 모아놓고 '결사항전' 각오를 다지는 등 감정적인 대응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한국당이 협조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경제 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통'으로 통하는 김광림 최고위원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매듭지은 문제이니, 그들이 매듭도 직접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눈으로 보면서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국회 차원의 방일단 파견 등에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윤상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일본 아베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라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번 경제보복 조치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했지만 일본 총리실이 지시했을 것"이라면서 "경제산업성도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가 '한일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정치적 결정임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대결하는 형국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청와대와 일본 총리실 간의 정치적 충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종구 의원도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한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한국당 입장"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외교 문제인데, (현 정부가) 무역 문제로 복잡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외교 채널을 동원하고 특사를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서면 한국당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한 강석호 의원은 통화에서 "정권 차원에서 이번 사태 해결이 실마리를 풀어줘야 한다"면서도 "정부만 너무 질타하면 일본 정부에만 유리해지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불화나트륨·불화수소산에 밀수출한 나라는 일본

하태경 CISTEC 자료공개·미사일 개발악용물자 포함 대북밀수출 30건 넘게 적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711일 일본에서 핵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북한에 밀수출된 사실을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산 전략물자의 북한 밀수출을 의심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실상은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하 의원이 공개한 CISTEC부정수출사건개요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핵 개발이나 생화학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도 포함됐다.

 

구체적인 사례로 19961월 오사카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나트륨 50, 같은 해 2월 고베항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이 불화수소산 50을 긴급 지원쌀을 보내기 위한 선박에 실어 각각 북한에 불법 수출했다. 불화나트륨과 불화수소산은 화학·생물무기의 원재료 및 제조설비 등의 수출규제인 호주그룹(AG)의 규제대상으로 화학무기인 사린의 원료가 된다.

 

20029월엔 생물무기 개발 등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동결건조기 1대를 경제산업상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 사실을 모르는 제조업자 등을 통해 대만을 경유해 북한에 부정 수출했다. 20034월과 200411월엔 각각 직류안정화전원 3대와 주파수변환기 1대를 경제산업상 및 세관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태국과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불법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1월엔 미사일 운반 등에 전용이 가능한 대형 탱크로리를 한국 부산에 수출하는 것으로 위장해 경제산업상의 허가 없이 북한에 수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하 의원은 이 품목들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의 제조에 활용되거나 미사일 운반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라고 설명했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7월11일 국회에서 일본의 대북 전략물자 밀수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 의원은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한 사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수출 규제 품목인 3차원 측정기 2대도 200110월과 11월 두 차례 일본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됐으며, 이 중 1대가 재수출돼 리비아 핵개발 관련 시설 안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하 의원은 이 같은 밀수출이 일본 현지 민간기업이 주로 한 것으로 추정했다. CISTEC1989년 설립된 비정부기관으로, 안보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련 이슈를 연구하는 곳이다.

▲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일본 자료  

 

하 의원은 일본 언론에서 한국이 생화학무기·핵무기에 악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고 했는데 한국이 부실 관리하는 게 아니다. 외국에 가도 회수했다고 한다일본에서 북한으로 위험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됐고,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셀프 블랙리스트 국가를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이런 가짜뉴스로 경제제재, 수출제재를 정당화하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가 나온다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본이 억지논리를 펴지 말고 한국을 향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CISTEC 자료를 보면 일본이 더 문제인데, 우리나라를 안보 위협 핑계로 경제제재를 하려 한다일본의 경제제재와 관련해 전 세계를 상대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의 헛발질”...한국에 억지 안보 프레임씌우려다 역공

'안보' 앞세워 수출규제 정당화 주장무기 밀수출에 사린가스까지 언급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기 밀수출에 사린가스까지 들먹이며 억지 안보 프레임을 씌우려 안달하고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만을 내세우다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언론 산케이(産經)신문 계열의 후지뉴스네트워크(FNN)710일 한국의 수출 관리 체계에 의문이 드는 자료를 입수했다며 한국에서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된 사례가 2015년부터 20193월까지 4년 간 156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FNN북한이 김정남(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암살 당시 사용했던 신경제 VX 원료가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됐고, 일본이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 포함한 불화수소(에칭가스)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전문가의 코멘트를 달아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에 대한 수출규제 위반이 이렇게나 적발됐다한국을 화이트국가(백색국가)로 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말 국회에 제출한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자료다. 국내 업체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해외로 수출한 것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교육했다는 내용이다.

 

공영방송인 NHK도 아베 정권의 안보 프레임 씌우기를 거들었다. 9NHK는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무역관리가 불충분해 이대로 두면 화학무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가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원재료는 화학무기인 사린가스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서둘러 납품할 것을 독촉하는 일이 상시화되고 있었다, 수출 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사린가스는 일본인들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95년 종교집단인 옴진리교가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사린가스를 살포해 13명이 사망하고 6300명이 부상을 입었던 테러 사건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도 구체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의혹 제기에 불과하며, 수출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WTO협정 위반비난 피할 속셈  

 

일본이 한국에 억지 안보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안달하는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함이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郎) 관방 부장관은 한국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WTO 위반이라는 비난이 일자 “WTO 위반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 WTO에서 인정되는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에 필요한 재검토 작업이라고 반박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 대행도 수출 규제 품목이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정치적 이유를 위해 무역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쿠나가 유카(福永有夏) 와세다(早稲田) 교수는 1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 WTO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21조에 안보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무역 제한은 예외조치로 정당화된다고 되어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보상 예외조치로 인정된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순 없다“WTO 위반이라고 까지 말할 수 없을 뿐, 국제 규칙에 근거한 무역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 공조 흔드는 惡手  

 

일본이 억지 안보 프레임까지 씌워가며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계속한다면 한미일(韓美日) 공조를 흔드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물론이고 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 간의 갈등은 미국에게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지낸 제임스 줌월트는 한일 갈등이 계속되면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성공적인 비핵화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도 한일 갈등은 대북정책이나 억지력 측면에서 3국이 일관된 전선을 형성하기 어렵게 한다장기화되면 부정적 여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0 "일본의 아베총리께서 우리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우리가 수십년 간 유지했던 한미일 중심 안보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는 발언"이라며 "발언에 신중해 달라"고 말했다.  

 

·경제 갈등, 3개월이 마지노선

반도체 업계 재고·보관 감안, 석 달까진 생산 문제없어

 

일본 반도체 소재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3개월을 넘기면 국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규제가 장기화되면 감산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711재고 물량과 소재를 보관할 수 있는 기한을 고려할 때 3개월 정도는 생산라인을 돌리는 데 문제가 없지만 그 이상 규제가 길어지면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PR) 3가지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일일이 심사절차를 거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심사를 거쳐 수출 승인이 나는 데 90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규제하는 품목 3가지는 보관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게 문제다. 물론 제품 품질에 따라, 사용 용도에 따라, 보관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특성상 한꺼번에 대량의 재고를 보유하기 힘든 소재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4일 규제 발효 이전에 출하된 소재와 그간의 재고 1~2개월분을 감안하면 3개월이 고비라고 보고 있다

 

전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등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3~6개월 이내라는 답변이 30.1%로 가장 많았고 ‘3개월 이내23%로 뒤를 이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순도 불화수소는 환경 문제 때문에 타이트한 재고관리가 필요하다일본의 규제 강도가 클 경우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추가 규제가 나올 경우다. 반도체 전반에 걸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등은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품목마저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면 단기적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는 수출이 규제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웨이퍼는 일본 섬코, 신에쓰가 시장을 주도하며 국내 기업은 이들보다 경쟁력이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블랭크 마스크도 일본 호야 등의 제품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감산 가능성이 거론되자 “(일본 규제로 인해) 감산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만약 규제가 길어진다면 감산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규제가 올해 안에 해결된다면 심리적 충격 정도이겠지만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이어지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미 공급업체별 납품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 경제 망가뜨리면 정권교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경제보복이유 분석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의 정권 교체를 노린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협의를 요구한 것을 일본 정부가 정면 거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 보수언론 등을 이용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정권, 한국의 정권을 표적으로 삼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710일 출연한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지난번에 제가 아베 정권은 한국을 망가뜨릴 생각이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한국이 아니라 현 문재인 정부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앞서 호사카 교수는 지난주 같은 방송에서 일본 정부가 극우매체를 동원해 이 이슈를 안보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극우매체라고 할 수 있는 데에선 (조선일보 등) 한국의 보수언론을 인용해 가며 여론전에 계속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선일보 기사도 그렇고 (보수언론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현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많은데, 일본 극우매체들이 그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일본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도 ‘(한국인들은) 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아주 심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이 아베 정부의 말이 맞구나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실패가 초래한 내용이다라는 (관련 뉴스) 댓글이 굉장히 많은데, 일본에서는 이를 확실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에칭가스 얘기하는 세 사람 발언에서 명확해져 

 

앞서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이유로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대북 반출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호사카 교수는 에칭가스가 북한에 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세 사람이라며 아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을 거론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 세 사람의 말을 쭉 추적해보니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자민당의 한 강연회에서 오노데라 안보조사회장이 ‘(한국의) 이번 정권하고는 절대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란 말을 했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 다음을 생각해야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고, ‘앞으로는 문재인 정권을 무시하는 정책이 최고란 말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 근거로 든 게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냉대와 최근 문 대통령이 일본 측에 협의를 요청한 것을 거절한 일이다. 호사카 교수는 이건 정중한 무시라고 하고 있지만 완전한 무시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일보 등) 한국 보수언론이 일본 극우정권과 같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 일본 여당 쪽에서는 한국의 경제가 나쁘다이런 것도 다 분석했다한국의 경제를 망가뜨리면 정권 교체가 될 것이다이런 식으로 전략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다며 반대 여론 잠재우기에 한창이라면서 반발하던 기업인들도 지금은 조용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패권경쟁시대 국가정체성과 反日어떻게 할 것인가

·신냉전 풍파 견뎌내려면 과 전략적 연대는 필수  

 

미국과 중국은 최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잠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향후 패권경쟁의 전선은 확장될 것이고, 확장된 전선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 신()냉전은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 외교의 가장 위중한 도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신냉전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외교 대전략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외교 전략은 일국의 국가목표를 달성케 하는 방편이다. 따라서 신냉전 시대 외교 대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논하기 전에 한국 국가목표의 위계(位階)를 분명히 재설정해야 한다. 국가목표 재설정 작업은 당연히 국가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국이자 최빈국으로 출발한 한국의 당면 국가목표는 안보와 경제 발전이었다. 물론 안보는 모든 나라의 최상위 국가목표다. 하지만 전후(戰後)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취약한 안보구조에 노출돼 있었던 바, 안보에 보다 많은 국가 역량을 투여해야 했다. 극빈국이었던 한국에게 절대빈곤 해결과 경제발전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더 시급한 국가목표였다.

 

한국은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후자의 정체성을 선택하며 탄생한 국가다. 물론 안보와 번영이라는 국가목표 달성 과정에서 민주적 가치가 훼손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피아(彼我)가 명확히 구분됐던 냉전시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국가목표 달성에 매진했다. 그 결과 안보와 경제 발전의 국가목표 달성에 괄목한 성과를 이룩했다. 국가목표 달성에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같은 대미(對美)외교와 1965년 한일기본조약 같은 대일(對日)외교를 두 축으로 하는 동북아 외교가 큰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냉전 질서가 해체되면서 국가목표와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북한 핵이 여전히 실존적 안보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가 존망(存亡)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고,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한 경제력으로 먹고사는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었다. 상반된 개념은 아니지만 안보와 경제성장 외에도 민족화해·평화공존과 복지·분배 등 국가가 추구해야 할 다양한 목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도 도전받기 시작했다.

 

신냉전 시대의 도전은 한국으로 하여금 다시한번 국가목표의 위계와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한 외교 대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신냉전의 본질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시장자본주의 대() 독재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체제 경쟁이다. 우리가 전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면 대전략의 기조는 미·(美日)과의 연합을 통한 중국 견제가 주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안보와 경제 번영이라는 국가목표를 우선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항일(抗日)을 했던 이유는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시장자본주의의 정체성을 공유한 일본에 대한 반일(反日)은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목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방 전 한민족의 민족 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정체성에 우선한다면 북한과의 화해·공존이 상위 위계의 국가목표를 차지하게 되고, 민족을 갈라놓은 미국은 경원시하고 같이 항일(抗日)했던 중국과 북한으로 경사(傾斜)되는 신냉전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정체성은 신냉전 시대 한국의 명운을 결정지을 주요 사안이다. 5년 단임 정부가 비 오는 날 하수 방류하듯 결정할 일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은 “21세기에 한국만큼 일본을 전략적으로 필요로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한국이 신냉전 시대의 풍파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전략적 연대가 필수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기는커녕 수교 이후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장기적 외교 대전략이 부재(不在)하기 때문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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