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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게임’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유·무죄 판단 엇갈려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19/07/17 [20:02]
대법판결 8개월...판사 주관에 따른 판결이 이어져 혼란

‘전쟁게임’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유·무죄 판단 엇갈려

대법판결 8개월...판사 주관에 따른 판결이 이어져 혼란

이준혁 기자 | 입력 : 2019/07/17 [20:02]

 

▲ MBC화면캡쳐    

 

종교적인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면서 폭력성이 짙은 온라인 전쟁게임을 한 사실 등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병역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겠지만 대법원 판결 8개월이 지나서도 법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겪고 있다. ‘양심을 판단하는 공정한 기준 없이 판사 주관에 따른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 오영표 판사는 20178월 육군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입영 거부는 종교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고, 2016년 침례를 받은 뒤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며 봉사활동을 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2015년 현역 입영 대상자로 확정된 뒤 대학생 입영 연기를 하고, 2016년 해당 종교 침례를 받아 신도가 된 점 등을 미심쩍게 봤다. 최근까지 총기를 들고 상대방과 싸우는 1인칭 슈팅게임을 즐긴 사실이 드러난 점이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작용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현역 입영 대상자가 된 뒤 1년 이상 대학생으로 입영을 연기하다 연기 기간이 끝날 무렵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입영 거부 이후에도 폭력성 짙은 게임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종교적 신념이 깊다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오 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다소 늦게 신도가 됐으나 실형 선고를 각오하고 병역 거부에 이른 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전쟁 관련 게임을 즐긴 것과 양심적 병역거부는 별개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도 총싸움 게임을 한 적이 있지만 재판부는 그가 15세부터 오랜 기간 여호와의증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도 서울남부지법은 전쟁 게임을 했던 한 병역거부자에게 사소한 일탈 행위만으로 그의 양심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같은 사안을 놓고도 판사의 주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그나마 양심을 변별할 구체적 기준으로 여겨진 총싸움 게임 접속 여부의 효력이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A씨와 B씨의 차이점은 얼마나 오래 여호와의증인 생활을 했느냐 정도로 보이는데, 신앙생활 기간이 짧다고 양심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진정한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을 내놨다. 사실상 판사 재량에 맡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심의 정의를 둘러싼 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25664명에 달하던 입대 거부 등 병역사범은 지난해 8314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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