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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 “인간의 본성 절실히 의심·참구하는 실존 문제가 화두”
목우선원장 인경 스님…간화·위빠사나 수행 핵심 조화시킨 ‘인경명상법’ 탁월
기사입력: 2019/07/17 [20:1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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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선원장 인경 스님간화·위빠사나 수행 핵심 조화시킨 인경명상법탁월 

 

전승되어 온 선문답(公案·공안)이 그대로 화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두는 자기에게 절박한 문제여야 합니다. 수행자가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절실하게 의심하고 참구(參究)하는 실존적 자기 문제가 바로 화두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목우(牧牛)선원 선원장 인경 스님이 2009년 보조사상연구원 학술회의장에서 말속에 뼈를 담아(言中有骨) 한국 선가(禪家)를 향해 던진 한 마디다. 화두가 무엇이고, 왜 들어야 하는지부터 올곧이 인식하고 수행에 접근하라는 뜻이다.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1990년대초 한국 땅에 전파한 장본인이고 2000년대초 서양을 중심으로 일어난 명상을 한국불교에 접목한 주인공도 인경 스님이다.

 

()을 주축으로 한 교학적 기둥은 이미 굳건히 서 있었다. 1999년 동국대 철학박사 학위 논문 몽산덕이(夢山德異)와 고려후기 선사상 연구를 통해 간화선이 어떻게 국내에 유입되고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고, ‘화엄교학과 간화선의 만남’(2006)을 통해선 간화선과 화엄교학의 소통과 갈등을 해명했으며,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2011)이라는 책 저술을 통해 간화선과 관련된 쟁점들을 정리했다. 간화선과 관련된 석·박사를 거쳐 목우선원을 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위빠사나, 명상, 그리고 심리상담과 관련된 논문만도 50편이 훌쩍 넘었다.

 

선문답자체로는 화두가 될 수 없다면,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러자 인경 스님은 이뭣고들기 전에 물으라고 한다. ‘부처란 무엇인가?’

 

부처님 재세 시에는 이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현존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입멸 후 그 질문이 시작됩니다. 거룩한 말씀을 결집·편찬하고, 마지막 남기신 흔적을 안치한 사리탑을 세우고, 80여년의 여정을 돌에 새기고 흙으로 빚은 건 부처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시대 불자들이 물었던 부처란 무엇인가?’, 그 시대 불자들이 말하고 싶었던 부처란 이것이다라는 문답이기도 합니다. 불성에 대한, 현 시점에서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이 질문은 2500년의 시공을 넘어선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법등이 세상을 비추는 한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 목우선원장 인경 스님    

 

부처란 무엇인가?’ 물음은 ·관통하는 키워드

 

중국에서도 이 물음이 있어 선의 황금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도 자문할 것은 마른 똥 막대기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가 아니라 여하시불(如何是佛·무엇을 부처라 해야 하는가?)이다. 전자에 매이면 구두선일 것이고, 후자를 인식이라도 하면 나름 화두 챙기는 것에 가깝다.

 

달마를 필두로 한 역대 조사들이 내놓은 답은 마음이 부처다입니다. 부처님 마음에서 말씀이 나왔으니, 그 마음만 깨달으면 우리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부처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 존재한다고까지 했으니 희망적입니다.” 파도 하나 넘으니 더 큰 파도가 밀려온다. ‘어떤 마음이 부처인가?’ 아니, 그보다 형상도, 냄새도, 색깔도 없는 그 마음이란 무엇일까?

 

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연기결과 한 흐름이 마음

 

“‘관심론(觀心論)’에서도 마음이여 알기 어렵다. 옹졸하면 바늘구멍조차 들어가지 않고, 너그러우면 우주를 감싸고도 남는다. 참으로 오묘하다고 했습니다. 초기불교에서는 마음을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라 의식이 대상에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흐름의 일부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연기(緣起) 결과로써의 한 흐름을 마음이라 합니다.”

 

이제 눈앞에 서 있는 세 번째 파도를 넘어야 한다. 마음과 불성(佛性)은 어떤 관계일까?

 

보조지눌 스님께서 수심결(修心訣)’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되어 있고 성질이 완고하여 알아차림과 의지가 없다. 어찌 (대상에 대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있겠는가? 능히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은 필히 너의 불성이다.’ 여기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인경 스님은 마조(馬祖)스님과 무업(無業) 스님의 선문답을 들어 보였다.

 

마조 스님이 이른다.

몸은 우람한 법당인데 그곳에 부처가 없구나.”

교학은 했으나 선문(禪門)에서 말하는 마음이 부처라는 말은 모르겠습니다.”

알지 못하는 그 마음이 바로 그것이지, 다른 것은 없다.”

달마가 서쪽에서 와 전한 심인은 무엇입니까?”

정말 소란스럽구나. 갔다가 다시 오라!”

 

무업 스님이 일어나 나가자 마조가 부른다.

이보게!”

무업 스님이 고개를 돌리자 마조 스님이 이른다.

이게 무엇인가?”

이에 무업 스님은 마조 스님에게 큰 절을 올렸다.

▲ 인경 스님이 저술한 역·저서는 10여권에 달한다.  

 

한국 선가에서 가장 많이 들고 있다는 이뭣고화두의 원류다. 인경 스님은 우선 마조 스님이 ‘(이보게) 소리를 듣는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한다. 소리를 듣는 것이 일차적인 알아차림이라면, ‘이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각은 소리 듣는 것을 반조(返照)하는 이차적인 자각인데, 바로 이것이 깨달음이라고 한다. 인경 스님은 유식불교의 3가지 마음작용(유식삼성·唯識三性) 구조로 좀 더 체계적으로 살펴 나갔다.

 

대상을 판별하고, 개념화하고, 자신의 갈망에 따라 집착하는 것을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 합니다. 언어적 사유에서 판단 분별하는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부처라 알려 줬음에도 만 듣고 그 뜻을 모른 채 주제에서 벗어난 달마서래의를 묻고 있으니 소란스럽다한 겁니다. 언어적 분별에 떨어졌다고 마조 스님은 판단한 겁니다.

 

대상과의 관계에서 조건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 합니다. 의식이 있는 순간이니 소리를 듣는 찰나요, 대상을 보는 지금입니다. ‘여보게!’ 하고 불렀을 때 고개를 돌린 바로 그것입니다. 참된 성품으로서의 마음을 일러 원성실성(圓成實性)이라고 합니다. 듣는 것을 되돌려 듣는(반조) 마음이고, 아는 것을 아는 마음입니다. 고개 돌리는 게 일차적이라면,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촉발된 마음이 그 마음 자체를 자각하는 게 깨달음입니다. ‘마음이 그대로 곧 불성이라 한 마음은 원성실성입니다.”

 

견성의 의미는 본질을 통찰한다는 것과 사물 그 자체 즉 바탕을 본다는 것

 

그렇다면 그 마음을 보는 게 견성(見性)일 것이며 돈오(頓悟)일 터이다.

 

견성의 의미는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대상을 관찰해 그 본질을 통찰한다는 의미를 함축합니다. 초기불교적 관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사물 그 자체 즉 바탕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대승불교권에서 말하는 견성은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이쯤 되니 파도를 거슬러 해변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내 모래를 쓸고 가는 잔파도가 눈에 들어온다. 간화선에서의 화두참구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보조 스님께서는 불성을 공적영지(空寂靈知)라는 측면에서 정의하신 바 있습니다. 텅 비어 있음()과 마음의 고요함()을 뜻하는 공적은 선정에 속하는 덕성으로 정()에 속합니다. 마음이 밝고 환하여 깨어있다는 의미의 신령스러움()과 산란하지 않고 어리석음을 떨친 인지적 측면의 분명한 앎()을 의미하는 영지는 지혜의 영역에 속하는 혜()입니다. 따라서 화두참구를 통해 불성을 깨닫게 된다는 건 결국 공적과 영지에 대한 체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 순간, 선어록을 관통했던 한 물건, 일물(一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태고보우 선사의 일언이 스쳐간다. “이것은 밝고 또렷하여 거짓이 없고, 사사로움도 없으며, 고요하여(寂然) 움직이지 않으나, 큰 신령스런 앎(靈知)이 있다. 생사, 분별, 이름과 모양이 없으며, 허공을 삼키고 천지를 뒤덮으며 큰 바탕과 작용을 갖췄다.”

 

마음과 불성, 그리고 간화선의 의미가 확연히 잡힌다. 파도와 파도가 뒤엉켰던 바다도 호흡을 조절한 듯 적요 속으로 침잠해 간다.

 

인경 스님, 위빠사나와 명상, 간화선을 접목시킨 명상 통해 후학들 지도

 

인경 스님은 목우 선원에서 위빠사나와 명상, 간화선을 접목시킨 명상을 통해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또한 선의 대중화 방편일 터다. 목우선원은 호흡, 느낌명상, 마음관찰, 현상관찰, 내면의 아이 만나기, 간화선이라는 6단계 명상수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여기에 분노나 화가 나는 느낌이 있다고 전제합니다. 이것을 지도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호흡명상은 깊게 심호흡을 해서 분노의 감정을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호흡은 휴식을 돕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까닭입니다. 반면에 느낌명상은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 때, 몸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같은 감각들을 바르게 알아차림(正念)하여 관찰하게 합니다. 마음()관찰은 분노라는 감정을 그 자체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곧 여기에 화가 존재한다고 알고, 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줄을 관찰하여 분명하게 알면(正知) 됩니다. 현상() 관찰은 분노감정의 발생과 소멸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면 아이 만나기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분노의 씨앗을 찾아서 만나는 작업입니다. 그래야 분노의 원류를 발견하고 분노의 내적 종자를 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화선에서는 상대방을 자기 식으로 판단하면서 분노하는 그놈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분노할 때 무엇이 참 나인지'를 묻는 것이 화두명상입니다.”

 

수행에 관심을 둔 많은 사람들이 목우선원으로 발검을 옮긴다. 위빠사나와 간화선 수행법의 핵심을 토대로 한 인경 스님만의 독특한 명상법이 삼독에 끌려 흐트러진 현대인들의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인경 스님 "기도형 종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온다"

 

서울 성북구 삼선교에는 도심 속의 선방인 목우(牧牛) 선원이 있다. 주택가 5층 건물을 모두 선원에서 사용한다. 목우 선원에는 불교 사찰에서 중시하는 기도도 없고, 제사도 없다. 대신 그 자리에 명상을 넣었다. 목우 선원장 인경 스님은 명상과 심리상담 전문가다. 젊은 시절 초등학교에서 5년간 교편을 잡다가 출가한 인경 스님은 미래 사회에는 불교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에게 동서양 종교계에 일고 있는 지각변동과 종교의 새로운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현대인은 갈수록 종교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전통적인 종교의 영역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가령 옛날에는 장례 의식이 종교의 영역이었습니다. 출생과 결혼, 그리고 죽음. 그런 인간 삶의 통과의례가 모두 종교 영역이었습니다. 요즘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이제 병원에서 숨을 거둡니다. 의사가 사망확인서를 발급하고, 장례도 병원에서 치릅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찰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새로운 방향이라면.  

 

지금껏 사찰 운영은 현실적으로 기도와 제사에 많이 의지해 왔습니다. 이제 그런 기도형 종교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기도형 종교는 왜 통했나요.

 

기도는 부처님이나 하느님에게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소망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의 경제 성장, 80년대와 90년대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거치면서 소망하는 바들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급속한 경제 성장은 옛날이야기입니다. 이제는 경제 성장도 둔화되고, 기도도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기도를 해도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기도형 종교가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집니다.”

▲ 목우선원장 인경 스님은 “전승되어 온 선문답(공안)이 그대로 화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두는 자기에게 절박한 문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경 스님은 옛날에는 대가족 사회였다가 핵가족 사회가 됐다. 이제는 핵가족 시대도 무너지고 있다고 짚었다. “제 할머니는 12명을 낳았습니다. 어머니는 6명을 낳았습니다. 나는 자식이 없습니다. 1인 가구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인구 절벽이 오고 있습니다. 25년 후에는 우리 사회의 36% 이상이 1인 가구라고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갈수록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집니다. 동시에 소외감과 외로움, 불안감도 커집니다. 학교 갔다가, 직장 갔다가 돌아오면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이러한 사회적 변동이 종교에게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종교에게 어떤 새로운 역할인가요.

 

현대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 때문인지 아십니까? 그들이 종교에 기대하는 가장 절실한 게 뭔지 아십니까? 깨달음이나 해탈, 혹은 구원 같은 궁극적 지향이 아닙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입니다. 저 역시 도심의 선원에서 그걸 찾기 위한 모험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인경 스님의 실험, 그 핵심은 명상이다.

 

이제는 종교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뭔가를 예전처럼 대규모로 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소규모의 개인적인 맞춤형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 아픔이나 불안을 나누며 소통하는 활동 중심의 운영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실질적 명상 중심의 종교 활동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40~50년 후에는 이런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요청되지 않을까요.”    

 

-명상은 마음의 휴식을 뜻합니까?  

 

“10년 전만 해도 휴식형 명상이 많았습니다. 세상이 워낙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템플스테이나 산사에 가서 마음의 휴식을 좀 취하자는 식의 명상이었습니다.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직장 내 문제, 가족 내 문제, 진로 문제, 이성 문제 등을 말입니다. 기존의 기도형 종교로는 현실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종교가 거기에 답을 해줘야 합니다.”  

 

-‘기도형 종교는 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나요?

 

기도는 마음의 평화나 위안을 줍니다. 그러나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나 현실에 대한 통찰을 직접적으로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그 점에서 명상은 마음의 안정도 주고,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도 직접적으로 터치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50대 남성인데 항상 팔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파서 마사지도 받고 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명상을 하면서 아픈 부위에 집중했습니다. 그랬더니 6살 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윗목에 누워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6살 아이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고, 어머니와 친척들은 아이의 팔을 잡고 말렸습니다. 아이는 울면서 가려하고, 사람들은 뒤에서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밀고 당기는 와중의 통증이었습니다. 그게 어깨의 통증이었습니다.”

 

-일종의 트라우마네요.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 남성은 명상을 통해 기억 속 당시 풍경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자신이 방해받고 거부당한 상황에 충분히 머물고,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팔의 통증은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렇게 명상을 마치자 오랫동안 저리던 팔의 통증이 가라앉았습니다. 명상을 지도하던 저도 놀랐습니다. 마음과 몸이 정말 둘이 아님을 그때 실감했습니다.”

 

인경 스님은 이제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거주형 종교의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거주형 사찰, 거주형 영성, 거주형 기도는 쪼그라들 것입니다. 대신 각 개인에게 필요한 걸 건네는 맞춤형 사찰’ ‘맞춤형 교회로 바뀌지 않을까요. ‘거주형 종교대신 명상형 종교’‘순례형 종교가 대세가 되지 않을까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음식도 옛날에는 다 같이 모여서 먹어야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인터넷으로 배달을 시켜서 혼자 먹습니다. 사람들은 대가족 제도 하에서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거주형 종교보다 명상형 종교를 더 편하게 여깁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으니까.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장소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인경 스님은 명상이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관문을 잠갔는데도 자꾸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자꾸 문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안 잠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니까. 그래서 불안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결국 일어나 가서 확인하고, 또 일어나 가서 확인했습니다. 그분도 명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했나요?

 

현관문까지 걸어갈 때 정신없이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내 행동을 알아차리라고 했습니다. 문을 잠글 때도 천천히 내가 문을 잠그고 있구나생각하고, 돌아올 때도 내가 발걸음을 떼서 안방으로 돌아가고 있구나알아차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누우면 또 현관문이 생각납니다. 그럼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건 생각일 뿐이야. 나는 아까 문을 잠그고 왔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 현관문으로 천천히 걸어갈 때는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누워서는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지 사실이 아님을 알게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호흡을 하다 보면 졸음이 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했더니 불안감이 없어지더라고 했어요.”  

 

-인경 스님은 처음에 왜 기도와 제사가 아니라 명상에 방점을 찍게 됐나요.

 

불교학을 공부했는데 모두 문헌학이더라고요. 과거 문헌에 너무 천착해 있고, 현대의 시대적 흐름에 응답을 못 해요. 한마디로 과거에만 매여 있지요. 현실의 요청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럼 대안이 뭘까. 명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신비주의로 흘러선 곤란합니다. 명상은 과학이어야 합니다. 이건 기도와 제사를 중시하는 기존의 사찰에서 하는 방식과 다릅니다. 그래서 도심에 선원을 꾸려 독립했습니다.”  

 

인경 스님은  

1988년 현호(玄虎)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99몽산덕이(夢山德異)와 고려후기 선사상 연구로 동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목우선원장,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 저서로는 몽산덕이와 고려후기 선사상연구(불일출판사), 염지관 명상, 알아차리고 머물러 지켜보기(명상상담연구원), 화엄교학과 간화선의 만남(명상상담연구원), 현재, 이 순간에 머물기(명상상담연구원) 등이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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