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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국 들어와 기독교 개종 이란인 난민 인정

이준혁 기자 | 기사입력 2019/09/16 [20:04]
앞선 두 차례의 2심 재판부 판결과 상반

법원, 한국 들어와 기독교 개종 이란인 난민 인정

앞선 두 차례의 2심 재판부 판결과 상반

이준혁 기자 | 입력 : 2019/09/16 [20:04]

한국에 들어왔을 때 기독교를 접한 뒤 개종한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이란인 K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 1심에서 최근 K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난민신청자가 본국에서 과거에 박해당한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종교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박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국인이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1% 미만이다.

 

K씨는 출입국당국이 박해의 공포가 없다는 이유로 난민으로 받아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K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교를 신봉했지만 2006년 한국에 입국했을 때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이란에서 기독교 모임에 참여하고 세례를 받았다.  

 

사건은 그해 12월 발생했다. K씨 주장에 따르면 예배 도중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이들이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그는 폭행·고문과 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했고, 44일간 구금된 후 석방됐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길에서 누군가가 너는 신의 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어깨를 가격했다고 했다. 두려움을 느끼고 이란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해를 당했다는 K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K씨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란에서 이슬람 배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이고, 정부 차원에서 교회를 공격하거나 목사들을 구금한다는 유엔난민기구 등의 조사 자료도 고려됐다.

 

또 재판부는 K씨가 과거 박해를 받은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장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K씨가 이란으로 돌아가 금식·기도 등 이슬람교의 종교의식을 하지 않으면 기독교 개종이 곧바로 드러날 것이고 그 결과 이란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게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란에서 기독교 신자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것도 박해라고 했다. 재판부는 “K씨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교의 종교의식을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그 자체로 박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K씨가 (박해를 받지 않기 위해) 종전처럼 이슬람교의 종교의식을 그대로 행해 기독교 개종 사실을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내면의 신앙심에 반해 기독교도임을 숨기고 생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종교활동의 자유를 포기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그 자체로 박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제인권규약들이 선언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는 종교를 변경할 자유뿐만 아니라 종교를 표현할 자유도 포함된다.

 

이 같은 판단은 앞서 기독교 개종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두 차례의 2심 재판부 판결과 상반된다. 기독교 개종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1심 판결들은 2심에서 파기돼왔다. 2심 재판부들은 이란에 기독교 신자들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있다고는 인정하면서도 신자들이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하지 않으면 박해를 당하지 않아 괜찮다는 논리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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